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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전 부터 엘피(LP)판이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레코트 판의 ‘지직’거리는 잡음과 낮은 음질이 주 매력으로 너도나도 창고를 뒤져 엘피 플레이어를 거실에 다시 설치하곤 했다. 


이런 엘피판의 귀환에 이어 카세트 테이프가 새로운 « 빈티지 아이콘 »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행은 30년의 주기를 두고 반복되기 마련이다. 2000년대에 6~70년대 레트로풍의 패션이 다시 주목받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기도 하였으며 레트로 가구 또한 고가에 다시 팔리곤 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디스코 비트와 펑키한 리듬을 다시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시대에 맞게 재해석되어 새로운 장르들을 만들어냈지만 말이다. 


같은 이유에서일까? 언제부터인가, 8~90년대 유행했던 문화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출시 전에 닌텐도를 기억하는가? 한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서 닌텐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최소한 40대 아저씨 아줌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만큼 당시 문화는 가까운 듯 멀게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상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가 방영되어 국민들을 추억 속에 잠기게 한 바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80~90년대에 대한 향수병이 알게 모르게 다시 등장하였는데 뉴 웨이브 음악과 댄스, 테크노 등의 전자 음악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이 대거 속출하였으며, 젊은 남녀들이 아디다스의 클래식 모델 슈퍼스타와 스탠 스미스를 다시 사서 신게 되었다.


80년대 문화의 귀환과 아날로그의 빈티지한 매력이 위상하고 있는 가운데 카세트 테이프는 이른바 젊은 ‘힙스터’ 뮤지션들의 새로 뜨는 아이템이다. 필름이 감기는 소리와 똑딱 거리는 버튼, 화려한 색상으로 뒤덮인 플라스틱 커버 이 모든 것들이 80년대의 진정한 복고가 아닐는지...




아날로그의 불편함이 오히려 매력적 ?




테이프는 물리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 미디어로서 오늘날의 디지털 음악에 비해 소장 가치가 높다. 트랙을 바꾸기 위해서 필름을 다시 감아야 하며, A면이 끝나면 꺼내서 뒤집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오히려 이 불편함 덕에 한 곡 한 곡 넘기지 않고 앨범 전체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다. 음악의 접근이 너무 쉬운 현 시대에는 몇 천곡의 음악을 엠피쓰리에 넣어 선택하여 듣고, 재생 반복하는 습관 때문에 한 마디로 음악편식이 더욱 심해졌다는 평이다. 카세트 테이프의 진정한 팬들은 진정성 있으며 인간적인 크기와 재생 방식에 매료 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2013년부터 해 마다 Cassette Store Day를 개최하기 시작하여 카세트 매니아들을 불러 모았다. 세계적으로 점차 뻗어나가고 있는 이 행사는 올 해 오스트리아, 독일, 뉴질랜드, 미국에서도 개최 될 예정이다.




홈메이드 소장 가치 한정 수량




인디 밴드들 사이에서는 카세트 테이프 출시가 이미 유행이다. 라이브 공연장과 라이브 바의 앞에서는 라벨들의 앨범 발매 행사 시, 소속 그룹들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들 뿐만 아니라, LP판 그리고 카세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카세트의 형태로만 앨범을 발매하는 제작사도 존재한다. 


Opal Tapes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앨범 제작사이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소속 디제이와 뮤지션들의 앨범이 전부 테이프로 제작 된 것을 볼 수 있으며, 특이 사항이 있다면 모든 앨범들이 품절이라는 점이다. 앨범 당 200개의 한정된 수량만 제작하여 소장 가치를 높였다. 


제작사의 뮤지션 선택이 탁월해서인지, 아니면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많아서인지, 앨범이 출시 될 때마다 곧바로 품절이 된다. 


Midnight Records 라벨은 소속 뮤지션들의 테이프를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작업하여, 일종의 “홈메이드”의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파리에서도 종종 카세트가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9구의 유명 엘피 판, 레코드 샵은 한 구석에서 테이프를 판매하고 있다. 당분간은 매니아층들만 사가지만, 점점 카세트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소니에서 신 개념 « 슈퍼 카세트 »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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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년 전 소니를 통해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이 탄생되어 큰 유행을 일으켰다. 하지만 점차 CD와 MP3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생산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윽고 2010년에 카세트 워크맨 생산이 전면 중단 되었다. 하지만 최근 6500만개의 음악곡을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슈퍼 카세트가 탄생된 것이다. 마그네틱 필름이 오히려 디브이디보다도 수명이 길다는 평가와 함께 미래에는 디지털 자료 또한 디지털 카세트에 저장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카세트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녹음 기능이다.


워크맨이 유행하던 시절, 라디오에서 유행하는 인기곡이 흘러 나올 때면 녹음 버튼을 눌러 나만의 플레이스트를 만들곤 하였다. 녹음 기능은 다른 어떤 음악 저장 매체에도 없는 카세트만의 장점이다. 인디 뮤직 라벨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직접 음반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또한 음악 위에 음악을 뒤엎는 등 예술적인 실험을 할 수도 있다. Ateliers Ciseaux 라벨의 창시자는 라이브 공연장을 갈 때 마다 낡은 테이프 위에 라이브 음악을 녹음 해 기존 음악을 뒤덮어 얻은 결과물들을 판매한다. A면은 발매 되지 않는 오늘 날의 라이브 음악을 생생하게 담고 있으며 B면은 그대로 이전 시대의 음악을 고스란히 두어 양면성을 갖게 한다. 판매율은 상당히 높은데, 비결은 고유함이며 독특한 아이템을 갖고자 하는 구매자의 소유욕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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