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외국인의 호주 정치 기부금을 금하며 스파이 행위에 대한 새 정의를 담은 새 정보법안을 발표했다. 턴불 총리는 새 법안을 곧 의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금주 화요일(5일), 새 정보법안을 발표하는 말콤 턴불 총리(사진 : ABC 뉴스 화면 캡처).
턴불 정부, 조만간 의회 상정 예정... 정치적 영향력 차단 의도
앞으로 외국인의 정치인 기부가 금지되며, 다른 국가를 대신해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은 자신의 확실한 역할을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정보법안을 발표했다고 금주 화요일(5일) ABC 방송이 전했다. 턴불 정부의 정보법 개정은 최근 호주 내 중국 공산당원으로 기업 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영향력 증대 및 호주 정보기관이 이들의 정치기부금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턴불 총리는 이번 법안과 관련, “정부가 외국의 간섭에 휘둘릴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법안은 호주의 다문화 충실도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국의 힘이 호주 국내외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정교하고 치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턴불 총리는 중국의 대외 영향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러시아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번 법안이 특정 국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정부의 새 법안은 미국의 외국인 정치 로비스트 등록 규정인 ‘US Foreign Agents Registry’에 기반해 마련됐으며, 국외 정권을 위해 일하거나 대신하는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턴불 총리는 “로비스트로 등록된 이들은 어떤 종류의 불법이나, 범죄 행위를 벌여서는 안 된다”면서 “각자의 역할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 브랜디스(George Brandis) 법무부 장관은 “이번 새 법안에서는 스파이 행위의 법적 정의가 민감한 정보를 얻어내 불법을 저지르는 것뿐 아니라 단순히 보유하는 것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법안은 호주 국가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포함해 호주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법적인 간섭 행위까지도 범죄로 간주하고 있다.
이날 1시간 반에 걸친 새 법안 발표 이후에는 미디어의 질문도 쏟아졌다. 턴불 총리는 중국계 기업가 후앙 시앙모(Huang Xiangmo)씨에게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 상원의원 샘 다스티아리(Sam Dastyari) 상원의원에 대해 “호주를 매각한 사람”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브랜디스 장관도 중국계 기업인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당의 앤드류 롭(Andrew Robb) 의원(전 통상부 장관)에 대해 새 법안의 투명성 계획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롭 의원은 현재 다윈 항구(Darwin Port)에서 기업을 벌이는 중국 기업을 위해 88만 달러를 받고 수준 높은 컨설팅을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디스 장관은 “정부 부처에서 장관직을 지낸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정부를 대신해 활동하거나 외국 공공기관-기업-정당을 대표할 경우에는 반드시 호주 정부 당국에 로비스트 등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 부문별 별도 법안으로 마련된 이번 정보법 개정안에는 외국인의 정치기부 금지도 포함됐다. 연방 재정부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장관은 호주 현지 기업 및 단체들이 호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정치 기부를 금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에서 외국인의 비정치 자선단체 기부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호주의 각 단체들이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제공하는 후원금 또한 금지 항목은 아니다.
턴불 정부는 이번 법안을 곧 의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