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사회 “시대착오적 발상” 반발
오는 5월부터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40세 이하의 해외 국적자들에게 ‘재외동포’ 비자 발급이 제한되면서 한인 사회에 불똥이 튀었다.
개정된 재외동포법(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5월 1일 이후 병역을 마치지 않거나 면제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해 외국인이 된 남성에 대해 40세까지 재외동포 체류자격(F-4 비자)부여를 제한한다.
'F-4 비자'로도 불리는 재외동포 비자는 외국 국적 동포를 위한 특별비자로 한국 내에서 거의 모든 취업활동이 허용되는 등 체류비자 중 가장 광범위한 혜택이 있다.
현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등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에게는 38세가 되기 전까지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역을 기피할 목적’ 문구 논란으로 ‘병역의무가 해소되지 않은’으로 변경
그간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가 아니면 재외동포 비자는 발급 돼 왔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라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불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가수 유승준씨의 경우엔 2015년 9월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재외동포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불복 소송을 내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때 병역 기피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유승준씨 소송은 지난 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씨의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개정법 조항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병역의무가 해소되지 않은 41세 미만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또 규제가 적용되는 연령의 상한선을 기존 37세에서 병역의무 종료 연령인 40세로 높여 병역의무를 마친 국민에 대한 역차별 여지를 해소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재외동포체류 자격을 지닌 사람은 41만5천121명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218만498명 중 19%를 차지한다.
#종전 규정 적용받으려면 재외공관에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신고 해야
주시드니총영사관은 “개정법 시행일 후 최초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한 사람부터 적용된다”며 “개정법 시행 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였거나 상실한 사람이 재외 동포 체류 자격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공지했다.
즉 개정법은 재외동포비자 신청일과 관계없이 외국국적 취득으로 인한 국적 상실은 기본증명서상 국적상실일, 복수국적자 국적이탈은 기본증명서상 국적이탈 수리일이 2018년 5월 1일 이후인 사람에게 적용된다.
종전 규정을 적용받으려면 국적이탈신고 수리 절차와 처리 기간을 감안할 때 3월 31일까지 재외공관에 국적이탈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문의는 주시드니총영사관(02 9210 0234)으로 하면 된다.
#재외동포정책과 맞지 않은 행정편의주의 -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돼야”
한인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정동철 변호사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 편의주의식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받아들여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홉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번 개정은 재외동포정책이 재외동포의 우수 인력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젊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바리케이트를 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일부에선 병역 의무가 값진 경험과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군의 적폐 청산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한인동포는 “한국 정부의 해외동포정책은 겉만 그럴 듯하고 내실은 없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식”이라며 “재외동포재단의 행정만 보더라도 실질적으로 해외 동포들의 편의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단적인 예로 해외 국적의 한인 동포는 (거소증이 없으면) 한국에 가서 휴대전화를 가입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TOP Digital
http://topdigital.com.au/node/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