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990년대 브라질 여권을 만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이터 통신이 이들의 사진이 담긴 여권사본을 공개했다. 이 여권이 위조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은 이를 보도한 ABC 방송 인터넷 판 기사 제목과 스캔된 여권 앞 페이지.
로이터 통신, 사진과 가명 첨부된 김씨 부자의 브라질 여권사본 공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990년대 브라질 위조 여권을 만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주 화요일(27일) 로이터 통신은 유럽의 고위 안보소식통들을 인용, 이 같이 보도하면서 김정일과 김정은이 만든 여권사본을 공개하고 얼굴인식 기술로 여권에 담긴 사진이 두 인물임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위조 여권은 최소 2개 서방국가 비자발급 신청에 사용했을 수 있으며, 브라질과 일본, 홍콩을 여행하는 데에 이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주장했다.
해당 여권에는 이들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김정일 여권에는 ‘Ijong Tchoi’, 김정은 여권에는 ‘Josef Pwag’라는 가명이 각각 표기되어 있으며, 유효기간이 10년짜리로, 1996년 2월 26일 체코 프라하에 있는 브라질 대사관에서 발급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해당 여권상 김정일의 생년월일은 ‘1940년 4월 4일’, 김정은의 생년월일은 ‘1983년 2월 1일’로 기록돼 있으며, 출생지는 모두 브라질 상파울루다.
그러나 한국정부에 따르면 김정일의 생년월일은 1942년 2월 16일, 김정은의 출생일은 1984년 1월 8일로 추정된다.
여권 발급일자(1996년 2월 26일)를 기준으로 보면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 김정일은 북한을 집권하고 있던 시기이며, 당시 김정은은 12~14세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금주 수요일(28일), 로이터 보도를 인용, “김정일 일가가 위장술로 확보한 서류로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들의 실제 여권 사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김정일의 브라질 여권 스캔 사본.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은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 of Berne)에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그는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관 운전사 의 아들로 위장했다.
한 유럽 안보소식통은 이 위조여권을 두고 “김정은 일가가 탈출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1년 김정은이, 이번에 공개된 브라질 여권이 만들어지기 전인 1991년 경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Yomiuri Shimbun)의 보도가 있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고 전해졌다.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관은 김정일-김정은의 여권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상태이며, 브라질 외교부는 해당 여권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익명으로 전해진 브라질의 한 소식통은 “이 두 여권은 합법적인 서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여권사본의 확보 경로는 보안상의 이유로 밝힐 수 없으며, 이들에게 실제로 비자가 발급됐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