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서 호감으로..급격한 변화

 

 

유명한 슬로베니아 출신 사진작가 마티아스 탄치치는 북한의 일상생활을 담은 상당히 두꺼운 사진집을 출간했다. 초판 1,000권을 인쇄했는데 순식간에 팔렸다. 두 번째 판은 올해 5월에 나왔는데 매우 시의 적절하게 출판했다. 북한이 아시아에서나 유럽과 북미에서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들은 과거에 북한을 전혀 해가 뜨지 않는, 악(惡)의 축(軸)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전임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인 글렙 이바센초프는 북한 대표단이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 이후부터 이런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경기장과 관중석에 있는 예쁘게 생긴 젊은 아가씨들을 보았고 젊은 지도자 김정은과 그의 머리 스타일, 그의 아름다운 아내를 눈으로 본 것이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평양을 방문하고 40층의 건물들과 넓은 도로를 눈으로 목격했다. 그리고 올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한 효과도 상당하다. 적어도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북한 마니아’라고 쓴 티셔츠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북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목격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서방 국가들의 일반 대중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갖고 있는 집단의식의 뚜렷한 특징과 일반적인 현상을 볼 수 있다. 즉 ‘심각한 혐오’에서 ‘대단한 호의’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현상 말이다. 이런 집단의식의 급격한 변화는 완전히 정치적인 현상으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배경에는 선전 전략가들이 과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드카를 엄청나게 마시고 큰 발랄라이카를 든 곰을 생각해보자. 가까이서 이 곰을 바라보면 구경꾼들은 이 곰이 그들이 생각하고 들어 알고 있던 그런 무서운 곰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이 곰이 재주도 부리고 춤도 추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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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에서도 북한의 변화는 보인다. 김정일 시대에는 집단체조 ‘아리랑’이 대단한 인기였다. 어두운 축구 경기장에 프로젝터로 쏘는 빛이 명멸(明滅)하고 수백의 청년 남녀가 부채와 색색의 리본, 기타 기구들을 가지고 도저히 사람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똑같은 동작으로 열을 맞추어 갖가지 새로운 풍경과 장식 문양들을 그려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물론 대단히 아름답고 멋있었지만, 조금은 겁을 먹게 만든다. 군대 같은 북한식의 조직성과 나무랄 것 없는 집단적인 일체감이 사람을 억누른다. 그러나 지금은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모란봉 악단이 인기이다. 모란봉 악단 단원들이 지금도 가끔은 군복과 제복을 입고 출연하긴 하지만, 대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전자 기타까지 연주한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무용이고 다른 나라이다.

 

탄치치의 사진집은 조금 시간이 지난 것이고(2014년 3D로 촬영해서, 여러 각도에서 찍을 수 있도록 모델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어야 했다) 사진 자체가 정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람이 군복이나 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풍경화 같은 배경에 얼어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진집에서조차도 북한이 예전에 우리가 알고 듣던 것과는 달리 정상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여인들이 매우 아름답고, 얼굴 안색이 좋고, 유행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늘 이 신이 저주한 땅에는 영원히 군대식의 무자비한 스탈린 같은 독재가 통치하고 있다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 이곳에 더 이상 스탈린과 그의 충복인 예조프는 없고 삶의 스타일과 수준이 흐루시초프 시대 초기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도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과 차이는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전혀 예기치 못한 주제, 즉 인권문제가 발생한다. 도대체 누가, 그리고 왜 90년대에 북한의 삶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어두운 색채를 가미했을까? 그 당시는 초기 전투적이고 이상적인 글로벌리즘이 지배하기 시작하던 시대이다. 당시는 현재는 전혀 거론할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는 것, 즉 무력을 통한 급격한 정권 전복(顚覆)과 2,500만 명의 삶의 방식에 대해 논하곤 했다. 심지어 군사적인 해결을 논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초강대국과 그를 지지하는 전 세계가, 인민이 끝도 없이 고통당하고 자유만을 갈구하는 땅에서, 보기에도 우스운 스탈린주의의 잔재를 일주일 만에 엎어버릴 수 없어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북한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에 관한 대화의 역사가 이와 같이 오래 시간을 끌게 된 것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90년대에 찾았다.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그 당시 이미 찾았던 해결책에 대해 합의했을 뿐이다. 매번 미국의 외교 정책이 어떻게든 북한을 비난할 구실을 찾아서 합의를 깨뜨리곤 했다. 그리고 가장 실제적인 이유는 초강대국 미국이 그런 정권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하고 약속을 지키기까지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후통첩(最後通牒)과 실질적인 통치(한국을 통해서라도)를 하는 것만이 마음에 드는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와서 미국 군부는 군사작전을 시행할 경우 어떤 희생을 치러야할지 계산이 서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도 남북통일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결국 휴지기(休止期)가 왔다.

 

인도주의적인 간섭의 정당성이라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이상적인 개념에 사로잡혀 있던 90년대에 타올랐다. 물론 주권 국가의 내정에 불간섭해야 한다는 국제법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국제법의 예외를 두면 좋지 않겠는가. 인접 국가를 침략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금지되어 있고 징계를 받는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에 두 종족이 살고 있는데 서로 수천 명씩을 죽이고 있다면... 또는 도저히 참을 수 없고 불합리하고 집단수용소 같은 스탈린주의 정권이 있다면, 우리 시대에 전반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위해서 그 정권을 무너뜨릴 수 없겠는가?

 

이런 사상은 무엇인가를 연상시킨다. 소련을 왜 전체주의(全體主義)라고 불렀을까? 당시 공산당에 대해 찬성하는 투표만을 하고, 도저히 읽기 힘든 칼 마르크스의 저서를 읽도록 강요해서만은 아니다. 미국에서조차도 어떤 사람들은 칼 마르크스의 저서를 읽고 어떤 점에서 그가 옳았는가를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물론 자발적이기는 하지만). 전체주의란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수긍하도록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이 공식적으로는 옳은 일이고 집단을 교육하는 역할을 하는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올바른 가치, 생활 방식, 그리고 바지 넓이가 이론적으로 존재했고, 심지어 실생활에서조차 똑같고 모든 사람에게 강요되는 의무적인 것이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 북한이다. 그러나 북한 만이겠는가? 공통의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모두를 강요하는 글로벌리즘 그 자체는 아니겠는가?

 

현재 북한이 인기를 얻고 있고 유행인 이유는 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편히 그리고 기쁘게, 옳지 않은 국가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의 망령(亡靈)을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는 아니지 않은가, 건드리지 말고 내버려두자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내버려두자.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렇게 글로벌리즘을 배격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도록 놓아두는 것이 북한에게만 적용해야 할 논리일까? 아니면 우리 세계의 모든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까?

 

 

글 드미트리 코시례프 | 정치평론가 | 주간 아가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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