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ecdb65f8ca6.jpg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더니 교장 로렌이 내 버스로 다가와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말합니다.

 

“Chang, We're all set!"

 

줄리안은 금년부터 내 스쿨버스를 타고 킨더에 다니기 시작한 남자 아이입니다. 형 제임스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어서 내 버스를 몇 년간 타고 다녔지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줄리안은 첫날부터 소란스럽게 스쿨버스 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아 몇 주 전에 줄리안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줄리안이 버스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 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는데... 잘못하면 다칠 수 있거든. 그러니 줄리안에게 말을 해줘. 의자에 잘 앉아있으라고 말이야”

 

그렇게 하겠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지만 다음날 또 다시 줄리안이 버스 안에서 소란을 피우기에 두 번째로 엄마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아침 줄리안 엄마가 줄리안을 데리고 나와서는 내게 힘들어 하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ADHD가 뭔지 알아?”

“어, 알지”

“줄리안이 ADHD야, 그래서 내가 집에서 아무리 말을 하고 벌을 준다 해도 또 네가 버스 안에서 아무리 야단을 쳐도 줄리안은 듣지를 않아. 그러니 카앁에 앉히고 벨트를 채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그리고는 줄리안을 카앁에 앉히고 벨트를 채워 놓는 것이었습니다.

 

스쿨 버스에서 별로도 마련된 카앁에 아이를 앉히는 규정은 만4살 이하에게만 적용이 됩니다. 해서 아이들은 4살 생일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카앁으로부터 해방(?) 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데 다섯 살이 넘은 줄리안을 카앁에 앉힌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으면 내게는 편합니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손에 이끌려 카앁에 앉혀진 줄리안의 웃음기 사라진 얼굴과 잔뜩 굳어버린 자세를 보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사인 제이미를 불러 줄리안을 내려 주라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이곳 스쿨 버스 규정은 아이들이 카앁에 앉아야 하는 경우, 부모나 교사 외에는 아이들에게 벨트를 채워주거나 풀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운전자가 아이들의 몸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줄리안이 ADHD 라는 것 알고 있어?”

“그렇다고 하던데, 학교에서도 관심 가지고 보고 있거든”

“줄리안 엄마는 얘를 카앁에 앉혀야 한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

“줄리안 엄마와 면담을 해 보면 어떨까 싶어”

“알았어, 그럼 내가 교장에게 이야기할게”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내려주고 회사로 돌아와 디렉터 수잔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고서 “내가 교장과 이야기 해 볼게”라고 말하자 수잔이 대답합니다.

 

“난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옳다고 믿어”

 

 

 

f2cf5a5e8fd.jpg

 

 

뒷 이야기

 

 

다음날 오후 교장 로렌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줄리안 엄마는 카앁에 앉히겠다고 하는데 말이야.”

“물론 줄리안이 가만있지 못 한다는 것, 그래서 ADHD 라고 한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줄리안이 ADHD 라고 한다면 말이야, 내 버스를 타는 중학교 애들은 모두 다 ADHD 일거야”

 

내 말에 로렌이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주면 될 것을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인데... 줄리안 엄마는 안전을 염려해서 그런다고 하거든”

“나도 줄리안의 안전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카앁에 앉는 순간 동상처럼 굳어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로렌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카앁에 앉히고 벨트로 묶어 놓으면 나는 편해,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줄리안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되잖아”

“그건 그래, 이전에 스쿨 버스를 타본 적이 없지?”

“형 제임스는 몇 년간 내 버스를 탔었지만 줄리안은 처음이고, 그러니 스쿨버스안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배우질 못했잖아”

 

이어서 내가 로렌에게 말했습니다.

 

“줄리안이 내게는 ‘passenger’이고, 네게는 ‘student’이며, 엄마에게는 ‘child’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future’인 것이잖아. 그러니 우리의 미래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이 말을 하면서 솔직히, 내가 무슨 인류박애주의자도 아니고, 내 조국, 내 민족의 아이들도 걱정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미국 꼬맹이들을 ‘우리의 미래’라고 하며 걱정하려니 그만 우울해 졌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로렌이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말합니다.

 

“줄리안 엄마와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내가 줄리안을 스쿨 버스 맨 앞자리에 앉힐게, 그리고 내가 가까이서 지켜보도록 할게”

“그럼 네가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잖아. 괜찮겠어?”

 

스쿨 버스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로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That's ok. I have two eyes. One for driving and another for kids"

 

로렌이 활짝 웃으며 말합니다.

 

“알았어, 그럼 줄리안 엄마에게 그렇게 말할게”

 

그리고 이어서 로렌이 말합니다.

 

“Chang, Thank you. I trust you"

 

ADHD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라는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줄리안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줄리안 나이일 때 ADHA 진단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 당시 ADHD 진단법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ADHD, 그것도 극심한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 자들입니다. ADHD는 치료의 대상이라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증상이 계속 된다면 특히 정치를 한다고 하는 자들이 그런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면 그건 치료가 아니라 격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0년은 ‘ADHD 정치인’들을 영구 격리(永久 隔離) 시키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



 

 

 

  • |
  1. ecdb65f8ca6.jpg (File Size:111.9KB/Download:26)
  2. f2cf5a5e8fd.jpg (File Size:102.2KB/Download:3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외롭지 않냐고요? file

    외롭지 않냐고요?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나는   작은 섬 서량도에   홀로 사는 촌로요   바다 보이는 언덕에   작은 오두막 한 채 쓰고 있소       집 앞 텃밭에는 채소들이   나를 위해 자라고 있고   갯바위에 놓아 기르는 고기들은   살이 ...

    외롭지 않냐고요?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중간치 가계 수입 9개월 연속 증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최근에 입수할 수 있는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가정의 중간치 수입은 2018년 9월에 6만3007 달러여서 이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습니다. 이런 중간치 가구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교육칼럼] 상대방 존중, 대화술 개발 등 이끌 수 있어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두 주일에 거쳐서 형제 자매간에 있을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Sibling(형제, 자매 외에도 오빠, 남동생, 누나, 여동...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건강칼럼] 음식을 가능한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   ▲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인 피자.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소금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소금이 건강에...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file

    [이민생활 이야기] 드라마 ‘여우 각시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연어는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귀농자’ 혹은 ‘귀어민’ 등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도 최근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다단계 시스탬 사업 모델에서 비롯, 10억 달러 소송 당해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Herbalife)' 웹사이트 화면 모습.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 라이프(Herbalife)'는 지난해 매출액이 44억달러에 달하는 상장회사이다.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file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북에서는 ‘륙십 청춘, 구십 환갑’이라는 시대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통나이를 쓰다 보니 내일이 형 팔순(八旬)입니다.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기 바랍니다.”라는 서울 동생 편지에, ‘팔순?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시류청론] ‘종전선언-평화협정 서명’ 권유하는 미국 언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14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맞아 4년 연속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 미국은 이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해 왔으나 금...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55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 저자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토착민족을 접촉하고 소통하며 배웠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샤머니즘에 대한 나름대로 이해를 얻게 되었다. 그에게 샤머니즘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떤 특별한 형태 장(mo...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제 우리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글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들을 때면 그들이 말하는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경기일까? 늘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배운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즈음 부동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 그깟 샤워가 뭐라고 file

    또 사슴을 치었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2시가 돼서야 서류를 받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트레일러 번호가 익숙하다 했더니 낮에 내려 놓았던 그 트레일러다. 나는 왜 이리 트레일러 번호가 잘 안 외워질까? (네이슨은 트레일러 번호 외우는덴 명...

    그깟 샤워가 뭐라고
  •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file

    앞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더니 교장 로렌이 내 버스로 다가와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말합니다.   “Chang, We're all set!"   줄리안은 금년부터 내 스쿨버스를 타고 킨더에 다니기 시작...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file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26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살아 생전 님께서는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file

    프라임 본사 반짝 방문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잘 쉬고 출발한다. 본래 여기는 오버 나이트 파킹은 안 된다. 나는 낮에 주차한 것이니 상관 없다. 내가 출발할 무렵에는 한산해서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Aurora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이 있다. 처음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file

    경제시국토론회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평강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마지막인 12월도 일주일이 벌써 지나가고 있습니다. 취위와 함께 걷는 길에 결빙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걸음마다 조심하십시요.   지난 12월5일 민주화기념사업회 후원으로 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file

    러 김영웅교수 기고문         2018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세계 공동체 모두에게 매우 큰 놀라움과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회담은 긍정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 기회의 방학 201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또 어떤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테지요.   방학. 분명한 정의를 ...

    기회의 방학 2018
  •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2]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12-마지막회)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고리(高麗)와 조선의 1천년을 한 나라로 살아온 우리겨레가 20세기 전반은 일본의 강점, 후반부터는 반도의 남반은 미국에 종속, 북반은 홀로 선 채 분단의 고통 70여년을 살아...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file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미국에 온 때가 1999년입니다. 벌써 이십년 가까운 날들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국에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세상에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미국이,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