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교육’의 중요성
5월의 엘에이 날씨답지 않게 쌀쌀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후, 변함없이 묘경스님과 최재영 목사님이 나와서 두분 할머니들을 위한 기도를 해 주셨고, 미주 3.1여성동지회 회원 여러분, 중국계 커뮤니티, 지역 고등학생들이 모여 두분의 할머니를 追慕(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테이블을 설치하고 참석자들로부터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수집했습니다.
미국땅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시 공공부지에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동상을 세우는 일입니다. 아래 글은 미국에서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쓴 기고문입니다.
김현정 / 가주한미포럼 대표
전화가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인다. 텔레마케팅에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받기로 한다. 한국분이다. "글렌데일에 소녀상 세우신 단체 맞죠?" 그렇다고 하자, 대뜸 "소녀상 가격이 얼마인가요?"라고 물으신다.
이런 문의가 처음이 아니다 보니 차근차근 대화를 풀어간다. 어느 지역에서 전화하시는 건지, 어떤 장소에 세우려고 하시는 건지, 공공 부지인지, 그렇다면 소녀상 건립을 적극 지지하는 지역 정치인이 있으신지, 타민족 커뮤니티와 대화는 하셨는지, 일본 정부의 방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할 거라는 건 아시는지, 모금은 어떻게 하실 건지…. 대화를 하다 보면, 소녀상을 세우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은 가득하지만 복잡한 상황에 대처할 준비나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소녀상을 가져다가 아무 데나 (사유지를 말함) 세우는 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죠.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미국사회에 할머니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그 효과를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저희가 반드시 공공 부지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실제로 쇼핑몰 화단이나 한인회관 같은 사유지에 소녀상이 세워진 예가 있는데요, 주류사회에 전혀 영향력이 없습니다. 심지어 일본정부도 본 체 만 체합니다. 왜 그렇겠어요? 미국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역 정치인들을 먼저 이해시켜 支持(지지)하게 만들고, 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서 주류사회에서 연대체를 구성하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실제로 한인 단체들이 소녀상을 한국에서 들여와 공공 부지에 세울 거라고 언론에 발표부터 한 후, 일본의 방해로 무산되어 몇 년째 창고에 갇혀 있는 소녀상이 미국에만 두 기가 있다. 충분히 사전작업을 거치고 지역사회의 지지가 있어도, 일본정부의 막강한 로비를 이겨낸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오랜 기초작업이나 전략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바로 '위안부 기림비'를 공공 부지에 세우는 일이다.
원흉은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이다
일본정부는 사사건건 이미 폐기된 2015년 한일 간 졸속 합의를 들먹이며,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지도 못하도록 한국정부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을 막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대놓고 '성노예 제도'를 부정하는 역사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 초 새로 주미 일본대사로 부임한 수기야마는 일본언론을 향해 "미국에서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도시를 찾아다니며 철거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전 미주에 있는 일본 총영사들은 각 시 정부를 찾아다니며 "모든 협조를 다 할 테니 딱 한 가지, 소녀상만은 절대 세우지 말아달라"며 로비를 하고 있다 한다.
캘리포니아 교과과정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되었지만, 실제로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이 문제를 가르치도록 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주한미포럼에서는 전문가들에게 위임하여 수업지도안, 참고자료, 원스톱 웹사이트 등을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도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려는 교사는 많지 않다. 할머니들이 명예와 인권을 되찾기도 전에, 위안부 문제가 홀로코스트처럼 국제 인권문제로 자리 잡기도 전에, 일본의 歪曲(왜곡) 선전에 묻혀 사라지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
이용수할머니와 김현정 대표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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