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초청 대폭 줄이고, 숙련 노동자 늘여…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
▲ 가족 초청 이민을 줄이고, 고학력자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이민을 확대한다는 새 이민 정책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사진은 2007년 중앙플로리다 푸에르토리칸 그룹이 이민법 규제 철회 시위 차량에 '우리는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에 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넣은 모습. ⓒ 코리아위클리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새 이민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입법 가능성이 없는 안이라며 비판했다.
트럼프 이민개혁안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메리트 베이스(Merit Based)’ 제도로, 가족 초청 이민을 줄이고, 고학력자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이민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이민 정책에 대해 공정하고 현대적이며 합법적인 개혁안으로, 미국과 이민자,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임의로 이민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나고, 미국 사회에 크게 이바지할 잠재성이 있는 능력자들의 이민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면서 “새 이민개혁안은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호하고 미국의 가치를 장려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이민법 제도는 ‘비자추첨제도’는 가족 이민뿐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온 제도이다.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이 적은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추첨해서 영주권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신원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발표한 새 이민 정책에 따르면 이 제도는 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이민제도에서는 가족 초청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110만 명의 합법 이민자들 받아들이는데, 현재는 가족 초청 이민 비율이 66%, 망명이나 난민 같은 인도주의 차원의 이민이 22%, 숙련 노동자 이민이 12%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 계획에 따르면, 숙련 노동자 이민이 57%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난다. 반면에 가족 이민과 인도주의 이민은 각각 33%와 10%로 줄어든다. 여기서 가족 초청 이민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부모나 자녀 등 가족을 초청하는 제도를 말하며, 숙련 노동자 이민은 특별한 기술을 갖추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위한 취업 이민을 말한다.
이런 계획에 대해 연방 의회에서 입법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가치, 장점이란 뜻의 ‘메리트(merit)’란 말을 이민 제도에 사용하는 데 대해 반감을 나타냈다.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표현이란 것인데, “가족은 장점이 없다는 얘기냐, 그동안 미국 역사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공학 학위가 없으니 장점이 없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합법 이민만 다룬 새 이민개혁안은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프라밀라 자야팔 연방 하원의원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계획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른바 ‘드리머(Dreamers)’ 문제와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드리머’ 구제 방안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다카(DACA)’ 문제는 “분열적”이기 때문에 이번 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비슷한 이민 개혁안이 ‘다카’ 때문에 결렬됐다는 것이다.
‘다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정책으로 불법 청소년들의 추방을 미뤄주는 제도를 말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 이민 개혁 논의에 진전이 없자, 행정명령으로 드리머 구제에 나섰다. 불법 청소년들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취업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 ‘다카’ 폐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해 소송이 제기됐고, 현재 ‘다카’는 법원 명령으로 유지되는 상태다.
한편 이번 이민 개혁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 역시 반응이 좋지 않다. 공화당 중진 의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까지 백악관 계획은 법으로 제정될 수 있는 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도 입법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이번 이민 개혁안은 실제로 시행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란 지적도 있다. 내년에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단합하기 위해 나온 조처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개혁안이 보수층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히 강경하지도 않고,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내용도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