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ABS)이 집계한 9월 분기 GDP는 호텔, 레스토랑, 카페 지출 등에 힘입어 0.6% 증가를 기록했지만 이는 이전 분기(0.9%)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사진은 시드니의 한 카페.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6월 분기 0.9%에서 0.6% 증가 그쳐, 주요 산업 위축으로 내년도 GDP ‘정체’ 예상
호주 경제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6% 증가에 그쳐 연중 5.9% 성장 기대치를 약간 하회했다.
이로써 지난해 COVID-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파동에 따른 도시 봉쇄 동안의 위축 이후 4분기 연속 비교적 큰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전 분기 0.9%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9월 분기 GDP를 0.7% 성장으로 예상한 바 있다.
2020년 초 이후 혼란스러웠던 팬데믹 상황이 정상으로 회복되면서 소비자 지출이 늘어났음은 경제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이 이달 둘째 주 내놓은 자료는 9월 분기 가계 지출이 1.1%가 증가해 0.6%의 GDP 성장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국가 회계(national accounts)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분기 호텔, 레스토랑, 카페 지출은 5.5%, 운송 서비스 13.9%, 차량 구매는 10.1%가 증가했다.
ABS의 국가 회계 책임자인 숀 크릭(Sean Crick) 국장은 “전염병 상황에서의 여행 제한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호주인 가구의 국내 및 해외여행 지출도 계속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제약이 점차 풀림에 따라 신차 구매에 대한 지출도 늘어나 차량 수입이 증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호주 GDP 성장,
“조만간 멈추게 될 것”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자율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계 지출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 경제연구기관인 ‘Capital Economics’의 마르셀 틸리언트(Marcel Thieliant) 연구원은 “내년, 호주의 GDP 성장은 정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예상하는 내년도 호주 경제 성장률은 1% 수준이다. 이는 호주 중앙은행(RBA)의 1.5%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독립 경제연구기관인 ‘Capital Economics’의 마르셀 틸리언트(Marcel Thieliant. 사진) 연구원. 이자율 상승이 이어짐에 따라 내년도 가계지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그는 호주 경제성장률 또한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 CNBC 뉴스 화면 캡쳐.
현재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한 가지 분명한 요소는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오르는 근로자 임금이다. ABS 데이터를 보면, 9월 분기 임금 상승 3.2%는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이는 타이트한 노동시장, 다소 높아진 최저임금 및 수당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인력 수요에 따라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서 직원에 대한 수당은 2.5%로 약간 낮았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여전히 2.5%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실질 단위 인건비가 2% 증가한 것은 근로자 급여 인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확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에 근로자가 적립하는 ‘수퍼 개런티’(super guarantee)가 10%에서 10.5%로 인상됨에 따라 가계에서 지출할 수 있는 임금 상승의 일정 부분이 실제로는 사라진 셈이다.
틸리언트 연구원은 “그 영향은 예상보다 적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추가 수입 중 일부는 지난 분기, 이자율 상승에 따른 36%의 이자 지급액 급증에 흡수됐다.
그는 “2분기에 비해 더 높이 인상된 이자율은 이미 저축 비율을 8.3%에서 6.9%로 떨어뜨린 가계재정 부문에서 더 많은 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붐 ‘주춤’
가계재정이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글로벌 원자재 수요마저 위축, 호주 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호주의 대외 교역은 수입물가 상승과 수출물가 하락으로 2009년 6월 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인 6.6% 하락을 보였다. 일부 원자재, 특히 철광석 수요 감소로 수출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9월 분기 광업 부문 영업이익은 이전 분기 대비 7.1%가 감소한 780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금융 부문은 최근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을 대출 고객에게 전가함으로써 수익을 거두었다. 9월 분기 금융 부문 영업이익은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9월 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