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위협 요소' 판단에 빅테크 제재하다 경제침체에 작년 제재 풀어
대중 투자·주가는 '썰물'…방첩법 강화도 외국 기업 '탈 중국'에 한몫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시진핑 1인 체제'라는 전체주의 흐름을 강화하는 속에서도 외국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엇갈린 메시지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진단했다.
통신은 지난해 12월 22일 신규 게임 규제와 관련된 중국 당국 '혼선'을 단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당일 국무원 산하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출과 게임 머니 충전 한도를 업체들이 지정토록 하는 통제 방안을 내놓아 게임업체 텐센트 등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자, 이후 당국이 이례적으로 해당 조치를 사실상 주워 담기에 나선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당 중앙선전부는 해당 논란과 관련, NPPA 상급기관으로서 통제 방안을 사실상 주도한 펑스신 판권국장을 해임했다. 오랜 기간 중국의 게임 산업 부문을 총괄해온 펑 국장에게 혼선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어 NPPA는 "지출 한도 설정 등 당사자의 우려에 대한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게임 105종에 대해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새로 발급하는 선심성 조처로 게임업계를 달랬다.
블룸버그는 당 중앙선전부와 NPPA가 관행대로 게임의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해 통제 방안을 냈으나, 그 윗선이 외국 투자 유치에 바탕을 둔 게임업계 살리기에 역행했다고 질책하면서 벌어진 일로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당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제재와 해제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통제되지 않는' 빅테크가 시진핑 1인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은 부(富)의 독점을 문제 삼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등을 수년간 제재해왔다.
빅테크 제재는 시 주석이 깃발을 든 "전체 인민의 정신과 물질생활이 모두 부유한" 공동부유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좌클릭 정책인 공동부유를 강조해 서방 투자자들을 긴장시켜왔다.
이런 단속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까지 겹쳐 빅테크가 생존 위기에 몰려 중국 경제 침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자 중국 당국은 작년 7월부터 제재를 풀었다.
국가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중국 당국의 방첩법 강화 조치도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겼다. 무엇보다 이 조치 이후 자칫 범법자가 될 것을 우려한 외국기업들의 '탈(脫)중국'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당국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엇갈린 메시지에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지역 개발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저장성·쓰촨성 관리 6명을 인용, 지방 공무원들이 상부의 정치적 메시지를 잘못 읽어 처벌받는 걸 피하기 위해 정치적 상황 탐색에 주력하고 있으며, 경제 살리기는 사실상 뒷전으로 미룬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트렌드 조사기업인 영 차이나 그룹 설립자인 자크 다이크트왈드는 "중국 내 환경이 이전보다 더 전체주의로 흘러가면서 중국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시 주석은 물론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투자 유치 노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지난해 11% 하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중국 본토 상장 주식에 대한 순수 외국인 투자는 지난 8월 2천350억 위안(약 42조7천3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넉 달 만에 87% 줄어 307억 위안(약 5조5천800억원)이 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상무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1∼11월 대(對)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조403억3천만 위안(약 189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대중국 FDI는 작년 5월 이후 7개월 연속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104071700009?sectio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