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폭발음이 귓전에 생생하게 들리는 느낌이었다..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공작원 강민철 등으로부터 원격장치에 의한 부비트랩이 폭발되어 아웅산장군 묘소에 참배 대기중이던 우리나라 외교사절 17인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간 그 자리에 머리 숙여 묵념을 하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일년에 한번 미얀마의 어느 축일 말고는 아웅산 폭발 현장 안에는 들어 갈수가 없었다
그저 묘소정문 멀리에서 참배를 하고 돌아 갈수 밖에 없었다.
폭발사건 3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웅산 묘소 폭발현장을 개방하고 있다.
외국인 일인당 현지화 3,000짯 (한화 약 4,000원)에 입장할 수가 있다.
오늘은 하늘나라로 먼저 가신 17인의 선열들을 따뜻하게라도 맞이하여 주듯 자주 내리던 스콜같은 빗줄기도 30주년을 맞이하는 미얀마의 하늘을 한층 청명하고도 맑게 맞이했다.
마침 미얀마에 출장을 와 있기에 특히 30주년이 되는 오늘 같은 추모일에 선열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바쁜 일정을 서둘러 정리하고 아웅산묘소 폭발현장을 찾았다.
정문이 개방되어 안으로 들어 갈수 있다는 정문 안내원의 말을 듣고 선열들의 현장 앞에 설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몇 번 찾아 왔지만 안으로는 들어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열들이 서서 계셨던 위치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당시 폭발되었던 목조건물은 없어졌고, 깨끗이 새로 단장한 콘크리트 기념탑이 바로 선열들이 계셨던 그 자리라고 나는 암시 할 수가 있었다.
기념탑 앞에는 아웅산장군과 같이 암살되었던 미얀마 독립영웅 각료7명의 이름을 같이 게시하고 있었다.
기념탑은 우리 선열들의 추모비와는 상관이 없었다.
단지, 아웅산장군을 참배하려던 그 장소에서 산화 하셨을 뿐 이다.
30주년을 맞은 이날 오전에는 김해용 주미얀마 대사, 김춘섭 주미얀마 한인회장을 비롯한 주미얀마 대사관 관계자들과 한인사회 대표 20명이 참석해 추모식이 열렸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이곳을 방문한 나는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같은 날은 미얀마에 거주하는 한인이나, 미얀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나라를 위해서 먼저가신 외교사절단의 명복을 위해서라도 참배 정도는 하는 것이 선열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아웅산 묘소에서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쉐다곤 파고다에서 한국 관광객들의 웃음과 말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문 보안요원들의 말에 따르면 오전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한국사람의 참배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미얀마에는 2,000명 가까운 한인이 살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 또한 많은 관광객들이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매일 찾는다.
현지 17인이 산화하신 아웅산장군 묘소 폭발현장은 미얀마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세계유산인 불교유적 쉐다곤 파고다 북쪽 정문에서 직선거리 200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있는 한국외교사절들이 다녀가신 폭발현장에는 오후시간 내에 한 명도 보이지가 않았다.
30주년이 되는 바로 30년전 이날, 선열들이 산화 하신 현장이 바로 이곳에 있거늘.. 잠시 묵념하고 관광을 해도 시간상 늦지가 않을 텐데.
올해 12월쯤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50m 떨어진 국립 묘역에 추모비가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높이 1.5m, 두께 1m의 추모비에는 서석준 부총리 등 테러로 희생된 17명의 이름과 직책이 한글로 새겨질 예정이다.
하루빨리 추모비를 이곳, 미얀마 당시 폭발현장에 세워 주면 먼저 가신 17인의 외교사절 앞에서 마음속에 쌓인 통한의 빚을 이제부터 라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찾아 올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바쁘신 관광스케줄 중에 이역만리 타국에서 나라를 위하여 힘쓰시다가 가신 님들이 바로 쉐다곤 파고다 바로 옆에서 숨쉬고 기다리고 계시니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숭고한 선열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이곳에서 님들에게 묵념이라도 드리고 가심이 어떨런지요
아웅산테러 사건이란?
북한이 1983.10.9 당시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중이던 전두환대통령 및 수행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테러 사건.
1983년 10월 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서남아·대양주 6개국 공식 순방 첫 방문국인 버마(현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에서 일어난 강력한 폭발 사건으로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순직한 희생자는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장관, 김동휘 상공부장관, 서상철 동자부장관, 함병춘 대통령비서실장, 이계철 주버마대사,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 하동선 기획단장, 이기욱 재무차관, 강인희 농수산차관, 김용한 과기처차관, 심상우 의원, 민병석 주치의, 이재관 비서관, 이중현 동아일보 기자, 한경희 경호원, 정태진 경호원 등 모두 1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