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 특파원 장재은 기자 = 프란치스코(87) 교황이 부활절을 맞아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고령에 따른 건강 우려가 컸지만 가톨릭 최대 축일인 부활절까지 이르는 빼곡한 성주간 예식을 몸상태를 조절해가며 완주해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3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서 신자들에게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자"며 "평화는 무기로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고 손을 뻗고 마음을 열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들 지역 사람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지구촌의 대표적 두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평화적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먼저 2022년부터 3년째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하기를 촉구하며,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를 위해' 모든 포로를 교환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호소하며 지난해 10월 붙잡힌 인질들의 지체 없는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민과 어린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전쟁은 언제나 패배이자 부조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시리아와 레바논, 발칸반도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아이티, 미얀마, 아프리카 지역이 겪는 분쟁과 갈등도 언급하면서 최대한 빨리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에도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 6만명이 모인 가운데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다.
87세 고령인 교황은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제거한 바람에 겨우내 기관지염,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건강에 대한 우려를 받아왔다.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기는 했지만 미사 시작부터 들이닥친 돌풍 속에서도 대체로 건강한 모습으로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 후에는 공식 의전차량인 포프모빌(교황의 차량)을 타고 광장을 돌며 군중과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전날 성베드로대성당에서 2시간 30분간 부활절 성야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몇 주 동안 호흡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긴 연설을 피했으나 성야 미사에서는 약 10분간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4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 미사에서는 건강을 고려해 예정에 없이 강론을 건너뛰었다.
그 때문에 교황이 부활절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질 성주간을 완주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교황은 지난 27일 수요 일반 알현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메시지를 직접 낭독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교외에 있는 여성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례를 거행했다.
교황은 29일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바티칸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힘든 야외행사를 거르고 숙소에서 예식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331050751080?section=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