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방송 ‘뉴스로뉴욕’
글=뉴스로 소곤이 칼럼니스트
새누리당으로 전남 순천에서 국회의원이 된 이정현이 2년전 세월호 보도를 놓고 KBS 보도국장에 노골적인 외압을 자행한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뭐 구체적 내용은 여러분도 잘 아실테니까 생략하고. 이정현과 청와대의 보도통제, 권력의 애완견(愛玩犬)으로 순응된 한국언론의 행태에 대해 짚어보자.
이정현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시기는 2013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발생한 윤창중 성추문참사가 벌어진 직후다. 당시 이남기홍보수석이 희대의 성추문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청와대정무수석이던 이정현이 대신 왔다. 보좌진의 수평이동을 놓고 돌려막기 회전문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언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왜일까? 이정현이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박통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이 문제여서 오랫동안 박근혜의 복심(腹心)으로 평가된 이정현이 홍보수석이 되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거다.
이정현이 박통과 인연을 맺은건 2004년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7대 총선 직후 낙선자들을 위로하는 오찬을 마련했는데 이정현이 이 자리에 있었다. 이정현은 광주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이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열변을 토한게 시선을 끌었나보다. 박통은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 하느냐"고 감탄했고, 사흘 뒤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두사람의 끈끈한 인연이 이어졌다. 박통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 정치적 은둔 상태에 있을 때도 이른바 ‘대변인 격(格)’을 자처하며 박근혜 입의 역할을 했다. 혼자서 전 언론을 상대하기위해 휴대전화 배터리를 12개씩 준비해놓고 사용했다는 일화도 알려졌다.
박통이 대선을 앞두고 공보단장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소리가 나오자, 선거 3개월 전에 공보단장을 이정현으로 교체한 적이 있을만큼 두둑한 신임을 받았다. 박통의 전화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사람이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수석으로 왔으니 지독한 불통(不通)에 지친 언론이 반색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아닌게아니라 홍보수석 되자마자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른바 '목욕탕 토크'다 목욕탕 토크란게 뭐냐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 지하에 작은 목욕탕이 있다. 거기서 알몸으로 기자를 만나겠다고 한거다. 이정현 왈 "오전에 씻기도 해야 하고 청와대로 오면서 여러 가지 조율할 것도 많이 기자들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다. 새벽에 춘추관 지하 목욕탕에서 출근한 기자들과 간단히 얘기하면서 언론이 청와대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들어볼 생각이다".
이게 다 현실성없는 쇼맨십이었다. 왜냐구? 당장 여기자들이 난리가 났다 "여기자들도 목욕탕에서 보자는거냐?“ 희대의 성추문땜에 그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이 성차별적인 아이디어나 떠올리다니..ㅎㅎ 차라리 춘추관에 풀장하나 만들어 기자들과 수영복토크를 하고싶다고 했으면 좋았는데 말이다. 이같은 지적에 이정현은 "목욕은 청와대 경내에서 하지 뭐"하고 그대신 오전 7시쯤 춘추관에 들러 '새벽 간이토크'를 하겠다고 물러섰다. 목욕탕토크만 아니라 ‘쪽지토크’란것도 제안했다. 백악관에서 쓰는 방법이라며 기자들이 게시판에 궁금한 내용을 쪽지로 남기면 그걸 취합해 답변하겠다면서 곧바로 게시판을 마련했다. 그는 "미국 백악관 기자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책을 5권이나 구했다. 그 책을 봤더니 미국 기자들과 대변인의 갈등은 우리보다 100배나 심하더라.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다 참으려고 한다"고 이죽댔다. 글쎄, 그런거 흉내내기보다는 보도통제의 ‘비읍’자도 생각할 수 없는 백악관을 배워야하는게 아닌지..
이정현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정치계 입문은 박정희정권말기에 목포시장 광주시장등을 지낸 구용상 민정당 전 의원의 보좌관이 되면서부터다. 1985년 당시 그의 나이 스물여덟. 동대 정외과 4학년때 구용상 의원에게 “정치 똑바로 하라”는 편지를 보낸 것을 보고 구용상의원이 보좌관으로 특채했다고 ‘나무위기’에 나온다. 편지는 “정치똑바로 하라”는 말외엔 소개된게 없지만 훈계조가 아니라 충정의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새파란 대학생이 아버지뻘 정치인에게 ‘똑바로 정치하라’고 질타했는데 어떻게 보좌관으로 뽑겠냐? 이정현도 구용상의원을 정말 비판하고 싶었다면 보좌관 제의한다고 냉큼 정치판에 올라타지는 않았을거다.
구용상 의원 고향은 전남 화순이다. 이정현 고향 곡성은 바로 옆이고, 암튼 호남인사들이 별로 출세하지 못한 5공, 6공시절 구용상은 정치를 꿈꾸는 그 지역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었을 법 하다, 하지만 독재에 누구보다 핍박받은 호남에서 여당인사를 추종한다? 더구나 광주항쟁에서 벌어진 살육극을 목도(目睹)했을 호남출신의 혈기방장한 20대가 가해자격인 정권의 정당 정치인을 추종한다는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호남출신이 아닌 나도 광주항쟁만 떠올리면 치가 떨리는데 호남 출신 젊은이가 다른 노선을 향해 갔다는건 ‘아하 저사람은 정치야심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세대인 이정현의 행보..솔직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 안간다..
여하간 그렇게 정치경력을 기르다가 금배지를 단게 18대총선이다. 17대에선 언급한대로 미역국을 먹었다. 당시 광주에서 720표를 얻고 5위로 낙선했다. 그러나 박통의 오찬모임에 초청받은게 운명의 만남이 되었다. 이정현이 오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한 말은 새누리 전신, 한나라당의 기반이 영남일지언정 호남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근데 그말이 “나, 이정현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호남에서 뛰는 이정현이를 포기하지 말고, 호남의 맹주로 기반을 다질수있게 밀어주소라는 노골적 읍소(泣訴) 아닌가. 박통입장에서도 경상도가 다 해먹는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호남출신의 충성스런 부하가 있는게 나쁠게 없다. 이정현은 참 머리가 좋은거 같다. 영남출신이라면 한나라(새누리) 내부에서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호남은 상대적으로 훨씬 자리잡기 좋지 않은가. 열악한 지역에서 고생이 많다며 생색내기도 좋고..
암튼 17대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눈도장 찍는데 성공한 그는 18대에서 비례대표 22번을 받아 대망의 국회의원이 됐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중앙정치로 마침내 입신한 우리의 이정현..그렇게 이름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인 덕에 19대 총선 광주서구을에서 2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39%의 득표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는 야당 텃밭에서 선전한 것을 평가하고 호남 배려차원에서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박통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정무수석으로 권력의 핵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낙선하고도 새누리 안에선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거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과의 전화내용 녹취록은 대단히 흥미롭다. 열을 올리며 핏대를 세우다가 읍소하듯 “국장님 나좀 봐주소”라고 사정하기도 하고 육두문자(肉頭文字)가 나오기도 하고 듣는 사람 정신없게 만든다. 어떤 이들은 홍보수석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보도국장한테 저정도면 부탁하는거 아니냐고? 글쎄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자리가 어떤 자린인가? 홍보라고 다 홍보실 사람이냐? 이정현은 이 나라 대통령 ‘박근혜의 입’이다. ‘복심이다’, ‘걸어다니는 박근혜 사전이다’, 안그래도 불통대통령으로 측근도 한번 대면하기 힘든데, 구중궁궐? 높으신 분의 총애를 받는 사람 아니냐. 그런 권력자가 일개 보도국장에 전화를 한거다. KBS 보도국장 물론 쎄다. 하지만 일반인한테나 쎄지, 청와대 입장에서 신경쓸 ‘끕’이나 되는가? 보도국장이 얼마나 심한 압박을 느끼겠는가. KBS는 관영언론, 청와대가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곳이다. MBC도 멋대로 휘둘리는데 KBS 하나 휘어잡지 못할까. 그나마 보도국장이니까 노련한 이정현이 ‘협박반 애걸반’ 예우(禮遇)를 해준거다. 필경 이정현은 보도국장 전화하기 전에 당시 KBS사장 길환영이부터 조졌을거다. “거 KBS 사장이 정부 불리한 보도나가는거 보기만 합니까?” KBS사장도 말은 했겠지. 내가 보기엔 김시곤이 눈치껏 버텼다. ‘정권의 나팔수’ 관영언론이지만 기자의 양심이나 곤조같은게 있으니까. 이정현도 기자들 생리 알고 전화 거는 성의 보였다. 그런데 어지간한 사람같으면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화했으면 알아서 기거나, 비위라도 맞췄을거다.. 예를 들면 “이수석님, 제가 어려운게 많아요. 기자나 담당 데스크가 꼴통들이라 쉽게 말을 안듣네요. 보도국장이 노골적으로 하기도 힘들고 좀 봐주시고,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뭐 이렇게 살살 달래가면서 할텐데 녹취록 보면 별로 살랑대지는 않았다. 그런점에서 김시곤 국장 나름 괜찮은 기자정신 있다. 아무리 청와대지만 일방적으로 기지는 않겠다는거 아니냐..그러니까 이정현이 열받아 장광설(長廣舌) 늘어놓으며 냉탕온탕 갈아타며 압박을 한거다.
근데, 재밌는 내용 몇가지가 있다. 김시곤 국장이 이런 말 했다,. “이 선배(이정현),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 이게 무슨 말인가. KBS가 그동안 알아서 박근혜 정권의 개노릇을 열심히 해줬다는거 아닌가. ‘그걸 알면서 왜 그렇게 몰아붙이냐, 나도 보도국장 체면이 있는데 청와대 입맛에 맞게 막 주문할 수 없지 않냐’고 김시곤도 통사정한거다. 녹취록은 권력이 언론을 통해 방송장악을 하고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다 알려진 천기누설(天機漏泄)을 확인시켰다.
또한가지 눈길끈 것은 김시곤이 ”이선배~“하고 부른거다. 여기서 언론계 관행 한가지를 말씀드려야겠다. 기자 세계에선 보통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신문사나 방송사 들어오면 후배기자들은 선배를 부를 때 성만 붙여서 ‘김선배’ ‘이선배’ ‘박선배’ 이런다. ‘김선배님’ ‘이선배님’ ‘박선배님’ 하면 치도곤(治盜棍)이 난다. 우리네 예의범절과 어긋난 이런 이상한 관행(慣行)은 언론계에서만 있는데, ‘님’자를 붙이지 않는 일본의 잔재라는 말도 있다. 신입으로 들어오면 경찰서에 출입하며 거친 형사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정보를 빼내야하는 환경에서 기자들이 주눅들지 말라고 일부러 훈련시키는 이유도 있다. 솔직히 경찰서에서 기자가 ‘김형사님’ ‘이형사님’ ‘서장님’ 이렇게 굽신대다가는 기싸움도 지고 정보도 빼내지 못한다. 그래서 언론계에선 기자들이 밖에서 취재하며 주눅들지 말라고 훈련을 시킨다. 새카만 후배가 ‘김선배’ ‘이선배’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만 이상하게 보일뿐이다. ^^
암튼 김시곤국장이 이정현수석을 “이선배~!”라고 불러서 난 이정현이 기자출신인가 했다. 그런데 이정현은 기자를 한 적이 없다. 학교나 고향도 다르다. 그럼에도 김시곤이 정감있게 이선배하고 불렀다는건 꽤 서로간에 내왕이 있었다는걸 의미한다. 사실 홍보수석 된다음에 KBS보도국장하고 술과 식사를 해도 여러번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60년생 김시곤 국장이 두 살 많은 이정현 수석을 언론계 선배로 대접하듯 이선배하고 부르기 시작했을 법하다. 김시곤 국장이 세월호 보도와 관련, 조금 버티기는 했지만 나름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고 어지간하면 도와주려고 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정현은 홀딱벗고 도와주지 않고 애먹이는 김시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을거다. 김시곤이 옷을 벗게된건 알려진대로 세월호 희생자들과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비교한 발언이 알려진 것이 계기였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로 결국 사퇴하고 KBS사장이 사과까지 했는데, 청와대가 어쩐 일로 유족들의 항의를 수용하고 사퇴까지 시킨게 이번 녹취록 사건으로 이정현이 평소 김시곤에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세상 참 재미있다.
김시곤국장은 사퇴기자회견을 하면서 길환영사장이 보도에 개입한다고 맹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 이정현에게 압력을 받은건 밝히지 않았다. 쪽팔려서일까? 아니면 큰 파장을 감당할 용기가 부족했을까?
이정현하면 떠오르는건 ‘귀태 소동’이다. 2013년 7월 홍익표 당시민주당 대변인이 공식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해, “그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 자에 ‘태아 태(胎)’ 자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것)”라며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에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새누리가 뒤집어졌다.
이정현은 다음날 춘추관 기자브리핑에서 “홍익표 발언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다”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본다. 국회의원 대통령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 의원은 도대체 어느나라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발언이 당론인지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때 사진이 압권이었다. 목에 핏대를 울리며 흥분한 얼굴이 눈에 선하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의 주군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귀신의 자식으로 표현했으니 말이다. 그 옛날 박정희시절이라면 조용히 남산중정에 끌고가 반병신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마치 패륜이라도 저지른 듯 난리를 쳤지만, 그런 흥분과 분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제공을 한 정권과 스스로를 향해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이정현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 나갔다. 고향인 전남 곡성 순천이 선거구였다. 그때 49% 득표로 1988년 소선거구제가 된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정현은 지역주민의 위대한 선택을 받았다고 의기양양(意氣揚揚) 했는데 아마 주민들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이 고향을 위해 예산폭탄을 선물할 것으로 믿었던 거 같다. “국회의원 18개월 잔여임기인 보궐선거니까 한번 써보고 맘에 안들면 다음총선에서 찍지 마라”고 말하고 다닌 것도 약발을 발휘했다. 어쨌든 이정현은 성공했다. 지난 4.13총선에서도 아슬아슬하게 당선돼 일약 중량급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정현의 당선을 정치혁명이라고 평가하며 추켜세우기바빴다. 호남당, 영남당의 지역구도를 탈피하는 신선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유권자들이 성숙한 민주의식을 발휘한 양 평가했다.
난 솔직히 ‘멍멍이소리’라고 생각한다. 기성언론들은 대구에서 김부겸 의원이 대구수성갑에서 31년만에 야당의원으로 탄생한 것 묶어서 찬사를 보내는데 사실 김부겸은 케이스가 다르다. 대구는 이 나라 권력을 가장 오래 지배한 세력의 본향이다. 여당의 중심권이다. 호남처럼 차별을 받은 적도 없고 충청, 강원처럼 바지저고리도 아니었다. 까놓고 말해 아쉬울게 없는데 왜 야당을 찍어주나. 하지만 TK 권력이 이번엔 좀 안일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만 한거다. 박통이 조금만 소통하는 척 했다면 절반은 밀어줄텐데 이건 뭐 도무지 말이 안통하니까..보다보다 지친거다..TK TK하면서 영양가는 없는 것에 짜증난 기존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갔고, 아예 돌아선 이들도 있다. 야당인사가 여당 텃밭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고 또다시 도전하는 우직한 김부겸에 대한 안쓰런 마음도 있을거다. 대구주민들은 가진자의 여유를 한번 발휘한거다. 그간 고생많았는데 당신 한번 해바라..결국 여당의 방심(放心)이 가져온 결과다.
그럼 순천도 야당의 방심일까. 호남이 독립공화국도 아니고 그건 아니다. 한때 호남정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호남은 소외되고 차별받았다. 그런 곳에서 여당후보를 밀어준 것은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니라 없는 자의 아부라고 봐야한다. 정치혁명? 웃기지말라. ‘박통의 입’ 이정현이 밀어주면 대단한 선심정책을 펴지 않을까 한번 혹간거다. 게다가 민주당 인사인 노관규과 서갑원의 해묵은 갈등이 야권분열의 중요한 불씨가 됐다. 공천을 못받은 야당 인사들이 이정현이 밀었다는거 아니냐. 이정현이 운도 좋았다는거다. 그런데 무슨 정치혁명. 성숙한 시민의식은 개뿔, 당연한 결과다. 적어도 정치혁명, 성숙한 시민의식 운운하려면 대구에서 호남 인사가 당선되고 순천에서 영남 인사가 당선되야 한다. 어쨌든 김부겸이나 이정현은 고향사람아니냐? 그러니 정치혁명 어쩌구 그런 소리는 하지말자..그래서 나는 이정현의 당선을 순천의 뼈아픈 실수(失手)라고 말한다. 그가 잘나서 된게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순수한 열정을 인정받은게 아니라 야권의 분열이 가져온 운좋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번 녹취록 공개로 이정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정치행로를 걸어왔는지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순천에서 이정현 찍은 분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아이들 수백명이 뱃속에 갇혀 있는데 대통령이 TV봤다고 난리치면서 해경 비판 기사 쓰지 말라고 공영방송 보도국장 닦달한 이정현이 박통과 순천주민들을 놓고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쪽을 택할까.
마지막으로 2013년 6월 기사 한꼭지 소개한다. “이정현 청와대 수석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온 후 그는 ‘3년만 일하고 은퇴해서 가족과 삶을 누리며 종교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2013년 기사니까 3년뒤면 바로 지금이다 2016년 6월로 딱 3년 됐다..희한한 일이다..언론외압사건이 때맞춰 딱 터져주다니...
“이정현 의원님, 3년만 일하고 은퇴해서 가족과 삶을 누리며 종교관련 일을 하고 싶은 소망, 이제라도 이루고 싶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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