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영의 삶의뜨락에서’

 

 

 

지난주에 필라델피아(Bala cynwyd)로 移舍한 아들네 집에 갔었습니다

 

초행길이라 지도검색도 하고 프린트도 하여 새벽 6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익숙치도 못한 운전이라서 혼돈이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졸업한 대학교(Swarthsmore college)가 있었던 방향이어서 쉽게 찾아 갔습니다

 

 

운전 내내 새직장과 새집을 사서 가는 아들의 행복을 빌면서 달리는 신나는 길이었습니다

 

게다가 뉴욕에서 둘쩨딸 내외가 두 외손녀를 데리고 오기로 하여 마음이 급하기도 하였고

 

이제 4손녀 딸을 한꺼번에 만나는 행운(?)으로, 내 운전은 어느새 加速度가 붙고 있었습니다

 

 

더 없이 행복이 넘치는 분위기에, 왠지 할매의 그 老眼에 어딘가 서글픔이 엿보였습니다

 

만 55년을 넘게 함께한 할매의 심정을 내가 모를리 없습니다

 

 

1972년 내 나이 37살에 큰딸 (5살)과 移民와서 2년만에 둘째딸 그리고 3년만인 40살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셋이니 아파트를 <투 베드룸>을 옮기거나 이사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결국 이민와서 3년만인 40살에 아들 딸도 낳고 40살에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것이지요

 

그때 태어난 오늘의 아들이 40살에 새집으로 이사를 한것입니다

 

둘쩨 딸도 이달 말경에 이사를 하게되어 있습니다

 

 

김동리의 <패랭이 꽃>이 연상됩니다

 

파랑새를 쫓다가

들 끝까지 갔었네

 

산빛갈 흙냄새

모두가 낯선 황혼인데

 

패랭이꽃 무더기저

피어 있었네

 

 

어느새 이렇듯 황혼길에서 할매의 감상이 어찌 없겠습니까

 

둘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자는 할매의 힘없는 제안에 나섰습니다

 

 

두 老人의 발걸음이 정오의 灼熱한 태양볕이 무겁게 눌리는듯 했습니다

 

夕陽의 黃昏길도 아닌, 어울리지도 않는 沈默의 길이였습니다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없이 그냥 그렇게 걸었습니다

 

 

우리의 침묵을 깨게한것은 동네 중간쯤에서 우체통만한것을 보고서 입니다

 

 

"Little Free Library"가 신기하게 보였기때문입니다 (사진)

 

그리고 그 밑에는 <We all do better when we all read better> 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동시에 感歎과 함께 新天地에라도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 속에 혹시라도 Robert Frost의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이란 詩가

 

있을만 하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IMG_5894.jpg

 

 

나는 지금 어떤길에 서 있을까

 

두 갈래길에서 어느 길로 왔을까

 

이 길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 왔을까

 

 

내일 골프에서는 첫 드라이버를 내 역량의 70%만을 써서 날려야 겠다

 

나머지 30%는 그 다음이다. 이것은 선택이다

 

남은 세월의 갈길을 또 가야 할 선택으로 나 거기 있으리다

 

2016.7.4.

 

워싱톤에서 申必泳

 

- Little Free Library -

* We all do better when we all read better*

 

달맞이 꽃

 

해가 지면 시골길에 아무렇게나 핀 노란 꽃

강으로 가는 언덕에도 초라하게 피어있는 꽃

 

해가 지면 피기 시작해 나팔꽃이 피기전에

지는 야생화, 누가 심어 놓았을까

저녁 황혼이 빗기는 논밭에 하나 둘 피어나는 꽃

향기 속에 달은 떠 우리들의 초라한 사랑도 달빛에 빛나고 있었으니

 

서양에선 밤에 피는 꽃이라 화류계의 여자로 비유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가난한 나라 농촌 사춘기에 달맞이꽃 향기를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을 얻었나

내가 좋아한 여자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눈을 감게 하고

그 꽃에 다가가 첫 향기를 안내했으니

그 첫사랑이 얼마나 은은한 꽃 향기였던가

 

그 여자아이가 이제 노년에 이르러

달맞이꽃 씨에서 빼낸 오메가 3를 복용하고 있으니

아 그 초라한 시골길에서 나의 어두운 저녁을 환하게 한 꽃

 

지금도 야생화, 잡초에 해당하는 초라한 식물

그러나 올곧게 쭉 뻗은 내 키 반만큼 성장한 꽃나무

내 빈 집 울안에도 피어난 꽃

나는 아직도 그 여자아이를 기억하고 있고

그것은 희미한 옛사랑이 아니라 아직도 은은한 달맞이꽃 사랑이라 증언하나니

 

세월은 가도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

전깃불이 오지 않았던 시골

달맞이 가는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감히 정의한다

 

---최연홍(시인)

 

* 뉴스로 칼럼 신필영의 삶의 뜨락에서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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