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의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 결혼지참금으로 인한 가정폭력 사건 등이 끊이지 않자 테드 베일류(Ted Baillieu) 전 빅토리아(Victoria) 수상은 이에 대한 법안을 주 의회가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결혼지참금이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인도 사회의 한 결혼 모습.
빅토리아 주 인도 이민자 커뮤니티 여성 피해자 ‘수두룩’
테드 베일류 전 빅토리아(Victoria) 주 수상이 결혼시 신부 쪽에 요구하는 지참금의 금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 정부에 요청했다.
베일류 전 수상의 이 같은 언급은 이 지참금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지참금은 남녀가 결혼할 때 신부나 신부 가족이 남편 쪽에 주는 선물로 돈이나 값비싼 재산이 될 수도 있다.
베일류 전 수상은 중매를 통해 호주로 건너오는 일부 여성들은 남편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일류 전 수상은 “이 여성들은 더 많은 지참금을 계속적으로 요구받기도 하며 이는 가장파괴, 협박,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가정 폭력이 발생하는 배경의 한 부분에 결혼지참금 문제가 있다”면서
“강압적으로 지속되는 추가적인 지참금 요구는 우리 사회 일부 지역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로, 우리는 이를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일류 전 수상은 가정폭력보호법 범위 안에서 강압적인 지참금 요구를 포함한 경제적 학대의 정의를 빅토리아 주 의회에 상정할 것을 청원했다.
그는 지난 주 금요일(23일) 멜번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에서) 결혼지참금은 역사적, 문화적 전통이기도 하며 인도의 경우 이를 금지했지만 나는 (결혼지참금 금지가) 강제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혼지참금 문제, 일부
커뮤니티만의 문제 아니다
멜번 소재 인도 커뮤니티의 가정 학대 피해자를 위해 일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만줄라 오코너(Manjula O'Connor) 박사는 “지난 12개월간 결혼지참금 문제로 고통을 겪는 150명가량의 여성들을 만났다”고 말한다.
“이 여성들을 상담했으며 이중 75%는 결혼지참금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밝힌 오코너 박사는 “이 여성들의 가족은 자기 딸이나 자매가 결혼한 남자 쪽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참금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코너 박사는 “이 문제가 비단 인도 커뮤니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결혼지참금 문제는 남아시아 국가 커뮤니티는 물론 중국 이민자 사회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만 그 형태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파키스탄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호주 국적의 남성과 중매로 결혼했다가 나중에 남편으로부터 가구나 침구, 의류 등을 요구받은 상담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오코너 박사는 이 파키스탄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여성의 가족은 달이 멜번으로 가면서 결혼지참금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파키스탄에 있는 남자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아 혼란스러워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심지어 호주 국적의 파키스탄 남자는 ‘만약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결혼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상담 내용을 들려줬다.
인도에서 신부가 남편 쪽에 제공하는 결혼지참금은 1961년 법적으로 금지됐다. 만줄라 오코너 박사는 빅토리아 주 및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정이 명문화되기를 원하고 있다.
오코너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결혼지참금 요구를 범죄로 구정하고 또한 가정폭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런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을 법률의 보호 아래 두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제안이다.
오코너 박사는 “호주에서는 그것(결혼지참금 요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관련 법규에 이 용어를 분명하게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지참금,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베일류 전 수상은 결혼지참금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빅토리아 주 인도 커뮤니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말하는 것은 가정폭력으로 이는 여러 원인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가정폭력의 원인 중 주요한 하나인 결혼지참금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베일류 전 수상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모든 이들이 바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코너 박사는 모든 중매결혼에서 결혼지참금으로 인한 학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 3분의 1 가정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아시아 지역 여성들의 경우 호주인 남성들이 가진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이들과 결혼하기를 원하기도 한다”면서 “인도의 경우 결혼지참금은 수 천 년 이어진 전통이기에 비록 금지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 반면 오코너 박사는 “결혼지참금은 특정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여성에 대한 학대의 한 요인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이것이 남녀 불평등, 여성에 대한 무례로 나타나고 여성을 경시하게 하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