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 불과 3주 전인 6월 조사에서 애보트 수상을 앞질렀던 그의 지지도는 7월 초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팩스-입소스 조사... 수상 선호도, 36%(애보트) 대 35%(쇼튼) ‘역전’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와 손잡고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7월 조사 결과는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에게 제법 큰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주 월요일(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쇼튼 대표에 대한 유권자 지지도는 이번 7월 초 조사 결과 ‘급락’이라 할 만큼 떨어졌으며, 덩달아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립의 애보트 현 수상(자유당 대표)의 지지도 역시 우려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주 목요일(2일)부터 3일간 전국 유권자 1천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쇼튼 대표의 지지도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35%를 기록했다. 쇼튼 대표는 수상 선호도에서 만큼은 지난 5월 애보트 수상에 한 번 뒤쳐졌을 뿐, 그 이전에도 애보트 수상을 앞서 왔다.
지난 5월 그가 선호도에서 밀린 것(애보트 44%, 쇼튼 39%)은 연방 정부의 예산안 발표에 따른 ‘깜짝 효과’였으며, 이후 약 3주 만인 6월 초(6월11일-13일) 여론조사에서는 쇼튼의 지지도가 다시 살아나 44%(애보트 39%)로 올라섰었다.
쇼튼 대표의 이 같은 유권자 지지도 하락은 호주 도소매 노동조합의 부패에 대한 로열 커미션(Royal Commission)의 조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쇼튼 대표에 대한, 즉 개인적 지지도는 하락했으나 전체 유권자들의 당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양당 선호도(Two-party preferred)에서는 전월(6월)과 같은 53% 대 47%로 노동당이 우위를 유지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2주 이상 호주 노동조합(Australian Workers Union)과 관련된 로열 커미션 질문에 직면해야 했던 쇼튼 대표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달 41%의 수상 선호도에서 36%로 하락한 애보트 수상 역시 동성결혼 문제로 당내 내부 논쟁에 휘말려 양당의 두 대표 모두 지지도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최근 두드러지게 대두된 조기 선거에 대한 추측을 약화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유-국민 연립 내부에서는 애보트 수상의 지속적인 인기 하락으로 내년도 연방 총선을 조기에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야당은 야당대로 쇼튼 대표의 지지도 상승 바람을 타고 조기 선거를 통해 정권 창출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상으로서의 선호도에서 크게 하락한 유권자 지지는, 당 대표로서의 정책(Opposition Leader's performance)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유권자 비율을 크게 높였다. 쇼튼 대표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 승인(Approve)은 지난 달 41%였으나 이달에는 35%로 무려 6%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애보트 수상 또한 마찬가지로 그의 정책 승인 비율은 6월 40%에서 이달 36%로 4% 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유권자 비율도 늘어나 쇼튼 대표의 정책을 인정하지 못하겠다(Disapprove)는 유권자는 6월 47%에서 이달 55%로 크게 늘었으며, 쇼튼 대표보다 폭은 적지만 애보트 수상 또한 정책 비승인 비율은 54%에서 59%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수상 선호도, 정책에 대한 승인 비율은 빌 쇼튼의 노동당 대표 선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빌 쇼튼 대표가 호주노동조합의 대표로 있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정치공세에 의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쇼튼 입장에서도 다소의 위안은 있다. 그의 지지도가 하락한 만큼 애보트 수상의 인기 역시 지난 6월 이후 불과 3주 만에 정책에 대한 승인(6월 대비 4% 포인트 하락)이 떨어지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이에 비례해 높아졌기(6월 54%에서 59%로) 때문이다.
애보트 수상의 이 부문(Prime Minister's performance)에 대한 유권자들의 승인(Approve) 비율 하락, 더불어 지난 5월 ‘강력한 경제 회복 및 국가 보안’에 초점을 맞춘 연방 예산안 발표로 지지도를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당 선호도(Two-party preferred)에서 변화가 없는 것은, 연방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자유당 및 국민당 모두에게 같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유당의 경우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결혼 문제는 당내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 에릭 아베츠(Eric Abetz) 자유당 상원의원은 결혼관계에 있어서 남녀 사이의 결혼을 인정한다는 현재의 당 입장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정당별 우선 투표(Primary vote) 항목에서도 양당은 소폭의 하락이 이어져 노동당은 6월 37%에서 2% 포인트 하락한 35%를 보였으며 자유-국민 연립은 1% 포인트 내려간 39%로 나타났다.
이 부문에서 녹색당은 지난 달 조사결과에서 2% 포인트 상승한 16%로 높아졌으며 팔머연합당(Palmer United Party. 1%)과 기타 정당(8%)에 대한 우선투표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양당 대표에 대한 11개 항목의 설문에서는 빌 쇼튼 대표가 △능력(52% 대 45%), △의견수용 자세(68% 대 34%), △사회 정책에 대한 명확한 지식(59% 대 30%), △신뢰도(39% 대 35%) 등 6개 부문에서 애보트 수상을 큰 비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쇼튼 대표의 경우 총선에서 소수 그룹에 의해 영향을 받은 가능성은 46%로 애보트 수상의 28%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애보트 현 수상은 △강한 리더십(42% 대 34%), △국가에 대한 확고한 비전(49% 대 36%), △일을 추진하는 능력(55% 대 35%), △경제정책(47% 대 43%), △외교정책(42% 대 39%) 등 5개 항목에서 쇼튼 대표에 앞섰다.
입소스(Ipsos)의 조사전문가인 롭 맥페드란(Rob McPhedran)씨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양당 대표의 정책 승인 및 비승인 결과, 여기에 녹색당 지지도가 높아진 것을 보면 호주 유권자들이 두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보트 수상의 지지도에 대해 “지지도 하락으로 인한 공포를 겪은 이후 ‘예산안’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일정 부분 인기를 회복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애보트 수상은 인기가 없는 지도자이며, 외교정책 능력 등 여러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주 목요일(2일) 저녁부터 토요일(4일)까지 호주 전국 유권자 1천4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2.6%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