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캐나다 밴쿠버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는 사업가 지익주 씨로,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현지 경찰관에 의해 경찰청사 안에서 살해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세계 한인사회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전·현직 경찰관 8명이 마약 혐의를 빌미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납치해 1억2000만원의 돈을 뜯고 죽인 뒤에는 화장까지 한 참혹한 범죄였다.
이들경찰관 중 한명인 제라도 산티고(Gerardo Santiago)가 지난 1월 11일(수)에 밴쿠버 행 항공기에 몸을 실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11일은 지익주 씨의 아내 박경진 씨가 필리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날이기도 하다. 박 씨 등 지 씨의 가족은 납치 이 후 몸 값을 요구받아 전달했으나 이 후에도 지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지난 6일(금), 박 씨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필리핀 경찰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박 씨는 "남편만 안전하게 돌아온다면 납치범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 고소도 취하하겠다"고 말했으나, 현지 경찰이 수색한 산티아고 소유의 장례식장에서 지 씨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지 씨가납치 당일 목이 졸린 것 같다"는 경찰 소견이 나왔다.
이 후 필리핀 경찰은 산티아고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으며, 필리핀 법무부는 "산티아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인터폴과 공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산티아고는 밴쿠버로 떠나기 전 10일(화)부터 2월 10일까지 한 달 간 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칼루칸의 오스카 말라피탄(Oscar Malapitan) 시장은 "이 기간 내에 그가 일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밴쿠버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