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계 악역 묘사로 인해 불허
한국과 미국 등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 갈등이 적은 캐나다 사회이지만, 한 가지 무척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원주민과 관련된 문제다. 그런데 얼마전 BC 주에서 촬영을 시작한 리암 니슨 주연 영화를 두고 '앨버타에서 촬영하기를 희망했으나 원주민계 폭력 조직 보스가 나오는 줄거리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영화 제목은 '하드 파우더(Hard Powder)'로, 주인공인 리암 니슨은 아들이 폭력 조직의 약물 거래에 희생된 아버지로 출연한다. 그리고 그의 대척점에 있는 악역은 원주민계 폭력 조직 보스로, 캐나다 배우 톰 잭슨(Tom Jackson)이 분한다.
지난 주 중 BC주에서 촬영을 시작한 영화 제작팀은 "본래 앨버타 주의 밴프(Banff)와 루이스 호수(Lake Louise) 등지에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청(Parks Canada)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원청 측은 "원주민이 폭력 조직 보스로 등장하는 점에 대한 우려가 깊었던 것이 촬영 불허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인정하며 "최근 영상물 촬영 허가가 밀려들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문제가 된 조직 보스를 연기하는 배우 톰 잭슨이 원주민계 캐나다인이라는 점이다. 잭슨은 관리청에 '대본을 읽어보았는데 원주민을 경멸하는 시각은 담고 있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원 관리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화 제작자인 마이클 솀버그(Michael Shamberg)는 "촬영 기간 동안 앨버타에서 지출될 예정이었던 비용이 모두 5백만 달러"라며 관리청 결정을 비꼬는 한편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앨버타 영상산업계 연합(Alberta Media Production Industries Association)은 "그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을 전혀 몰랐다"며 "같은 경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