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아침에 호텔에서 식사를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가진이 할머니한테 “어진이 가진이 같은 어린이 한 10만 명을 어려서부터 통일 영재교육을 시켜 통일시대를 이끌 지도자로 키워야 앞으로 한반도가 평화의 성지로서,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거에요.”하고 말하니 가진이가 “엄마 지도자가 뭐야? 지도를 보는 사람이야?”하고 물어서 다들 폭소(爆笑)가 터졌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도자란 말의 정의를 제대로 내렸지 않은가? 지도자란 무릇 역사의 지도를 잘 봐 갈 길을 제대로 안내하는 안내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권력과 물욕에 눈 먼 자들이 지도자라고 완장을 차고 이 나라를 이끌어왔으니 온갖 부조리(不條理)로 가득 차 썩은 냄새로 진동하지 않는가? 어디 우리나라뿐인가, 지금껏 내가 지나온 길, 앞으로 내가 지나갈 길이 온통 피 냄새로 진동을 하는 전쟁의 길이였음을! 그리고도 그 피 냄새나는 역사는 끝이 나지 않아서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긴장을 조성해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거대 자본들이 있다.
내가 이렇게 평화롭게 달리는 이 길로 마케도니아 군이 사람과 가축과 건물을 뭉개며 달려갔고, 로마군이 먼지를 일으키며, 그 위를 이어서 고트족이, 훈족이. 몽골군이 오스만튀르크군이 일으켜 세우면 무너트리고 피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던 그런 길이다. 이 길이 예수의 제자들이 복음을 들고 자유롭게 다녔듯 모든 여행객들과 장사꾼들과 이민자들이 더 좋은 삶을 위하여 언제라도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가 영구히 깃들 기를 축원하면서 오늘도 발길을 옮긴다.
이 지구상의 온갖 전쟁 무기를 사는 비용이면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배우고 싶은 만큼 무상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평등해지면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 길을 따라 꿈꾸고 상상하며 여행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자유롭게 이동하는 멀지 않은 미래를 꿈꾸어본다. 나의 발자국은 인류가 하나가 되는 발길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새로운 문명을 향한 힘찬 발걸음!
이제 21세기는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권력은 신과 왕에게서 탈출하였지만 아직도 시민에게 가지 못하고 교묘하게 변형된 권력자들에게 쥐어져있다. 아직 갈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이념과 새로운 자본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다. 이 변종(變種)들은 애국의 열기를 잘 다루는 장인들이다. 이들은 애국과 민주주의 거기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당근과 인권이라는 것까지 교묘하게 사용하며 정권을 잡고 유지한다. 경이로운 평화의 세기로 넘어가는 길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아침에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10만 통일 어린이를 양성하는 일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 것 같다. 성적으로 등수를 매겨서 어린아이들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누는 잔인한 교육은 폐지되어 마땅하다. 한 번 낙오된 아이들에게 패자부활전마저 없는 교육은 참교육이 아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이화(濟世理化)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시켜 함께 나누는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나는 손흥민을 좋아하고 장동건을 좋아하지만 그들의 수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승자독식과 같은 수입을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일반인들의 수천 배, 수만 배의 수입을 얻어야 할 이유는 없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들은 화려하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눈물 젖은 햄버거 먹기도 버거운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레드카펫을 밟으며 휘황(輝煌)한 조명과 갈채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뒤안길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혼신의 연기를 하는 배우도 있다. 월가의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때 월가의 뒷골목에는 수많은 홈리스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추운 겨울을 한데서 나고 있다.
통일을 왜 이루어야하고 통일 한국이 왜 세계평화에 필요한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 경쟁해서 이기고 1등만이 살아남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며 소통하고 나누고 소외된 계층을 어루만지는 교육이 이제 통일 한국에 필요하다. 미래의 한국,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나갈 10만 통일 어린이 양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생산하는 교육보다 필요한 것을 적제적소에 잘 나누는 따뜻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평화의 세계를 열어갈 미래의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다.
며칠 계속 비가 오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맑은 가을이다. 불가리아의 마지막 도시인 스빌렌그라드의 새벽 온도는 영상 1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해가 나면서 지중해의 따뜻한 기후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제 터키 국경이다. 국경선을 넘기 위해 트레일러트럭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여행객들의 승용차도 통관절차를 밟는데 한참이 걸렸다. 국경을 넘자 바로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이슬람 첨탑인 미나레트이다. 종교가 일상의 삶보다 우선인 이슬람 국가에 들어선 실감이 난다.
나그네의 발길은 이제 한때 인류 문명의 중심지였고 오스만 튀르크라는 대제국을 이루었던 그리고 만주벌판에서 우리와 이웃하며 살던 사람들의 땅에 들어섰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옛 돌궐족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써봐야 헛일이지만 다가와서 인사하는 아이들이 형제의 나라라고 살갑게 맞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터키는 영토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다. 비록 전 국토의 97%가 서아시아의 아나톨리아 반도에 있고 3%가 유럽에 있다. 유럽 쪽 땅을 트라키아라 부르고 아시아 쪽 땅을 아나톨리아로 부른다.
이곳은 돌궐족이 오기 훨씬 이전부터 이 땅에는 유럽인들이 그리스, 로마제국, 비잔티움 제국을 세우고 살았던 곳이다. 이 땅에는 8,5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4,000년 전에는 인류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던 히타이트 문명이 앙카라 일대에서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그리스 로마인들이 들어와 에게 해 연안을 중심으로 도시를 만들고 번영했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었을 때는 동로마 제국이 이곳에서 1,000년을 영화를 누렸다.
에디르네에 들어서기 저 멀리서부터 하늘로 치솟은 수많은 미나레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서울에서 응원하러 온 장대섭씨 부부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네덜란드의 헤이그를 출발한지 82일째 3,000km를 넘게 달려와 터키 땅을 밝은 것이다. 많이 달려왔지만 아직도 초반이다. 달려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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