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묵서가(墨西哥)’ 방문 동포들에 헌신

 

 

 

도산이 왜 민족의 지도자인가? 그것은 멕시코 이민의 슬프고 한 많은 ‘애니깽’의 역사가 증명한다. 애니깽의 역사는 눈물과 한으로 쓰여진 서글픈 디아스포라 한민족의 역사이다. 그런데, 도산이 이 역사의 한 중간에 서 계신 것이다.

 

1905년 5월 12일 멕시코 중서부 살리나 크루스항에 도착한 한인은 1천33명 이었다. 이들은 영국인/일본인이 낀 노동계약업자에 사기를 당해 농장 노동자로 멕시코에 왔고, 유카탄 반도에 있는 ‘애니깽’ 농장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며 4년 동안 살았다. 한국에서는10년 전에 영화도 만들어져 상도 받은 일이 있다. 애니깽은 Henequen의 멕시코식 발음이다. 이 식물은 선인장과의 멕시코 원산의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열대식물이다. 우리말 이름은 잎 모양이 용의 혀 같다 해서 용설란(龍舌蘭)이다. 애니깽에서 추출되는 섬유는 굵고 질긴 선박용 밧줄의 재료가 된다. 1905년 멕시코로 간 한민족이 바로 이 애니깽을 베는 노동을 했는데 살인적인 무더위와 날카로운 가시와의 전쟁이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보다 더 조건이 나빴다. 그러나 현지의 멕시코인들보다 일을 더 잘해서 농장주에게서 인정을 받았다. 당시에 멕시코는 ‘묵서가(墨西哥)’라고 불리었고, 멕시코 동포들의 참상(慘狀)이 인삼장수들에 의해서 미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공립협회는 1909년 1월 20일 제 4회 대의원회의를 열고 멕시코로 ‘견묵위원’ 파견안을 통과 시킨바 있다. 공립협회의 업무가 국민회로 연결되어 멕시코 참상이 도산한테 알려지고, 국민회 총회장인 도산은 멕시코를 방문하게 된다. 1917년 10월부터 1918년 8월까지이다. 멕시코의 동포들이 도산을 멕시코로 초청한 것이다. (흥사단 미주 위원부 100년사 p. 364-p.388 참조)

 

1917년 10월 12일에 도산은 샌프란스코 항구를 출발하여, 10월 26일에는 멕시코시티, 10월 31 일에는 유카탄 반도 메리다에 도착한다. 멕시코 만으로 위로 튀어나온 곳이 유카탄 반도이다. 여기에서 쿠바 쪽으로 가면 유명한 캔쿤 휴양지가 있다. 메리다에서 도산은 다음해 5월29일 까지 약 7개월을 머문다. 도산은 메리다 근처의 동포들이 있던 곳은 모두 방문하여 이들을 위로하였다. 어부들이 있던 항구지역도 방문한다. 도산은 농장에서 몸소 낫을 들고 용설란을 베고, 동포들과 같이 노동을 하였다. 당시에 도산은 이를 잘못 뽑아 치통과 두통이 심하였던 고로, 심신이 괴로왔던 모양이었다. 도산이 동포들의 화장실을 개량하여 준 곳이 바로 메리다 지역이었다. 도산은 동포들이 쓰는 화장실이 불결한 것을 보고 화장실을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시작하였는 데, 다른 민족들도 좋아서 도산의 화장실을 본보기로 삼았다고 한다. 남강 이승훈의 화장실 청소와 비슷한 예다. 멕시코에 있었을 때에, 도산은 동포들의 신임을 얻어 북미실업주식회사의 투자금을 상당히 확보하였으나, 이 투자금은 나중에 도산이 상해로 떠나고 또 대홍수로 인하여 투자금의 많은 부분이 손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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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을 떠나 보내는 전별회(餞別會)가 1918년 5월 28일 메리다에서 열렸는데, 그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계속되었고, 5월 29일에는 30명이 기차로 30분거리인 쁘로그레소 항구까지 도산을 따라나와 눈물을 뿌렸다고 한다. 도산도 감격하여, 이날의 정경을 본인이 거국가를 부르며 망명하던 1908년 경의 당진곳을 떠날 때와 같다고 회고한 바 있다. (위. P. 367) 메리다를 떠날 때가 5월 29일인데, 멕시코 국경 도시 노갈레스를 넘은 것은 8월 27일이니, 메리다를 떠나고 나서 3개월의 긴 여행 끝에 도산은 8월 28일에야 집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도산이 쿠바까지 방문하였는지가 궁금하였으나, 이번에 도산의 일정을 자세히 보니, 도산은 메리다 지역까지만 여행하여 그곳에 설립된 국민회 지방회들을 돌아보고, 멕시코에 흥사단 지부까지 창립하고 미국으로 귀환 하였다. 멕시코 지부는 그 뒤로 19명 정도의 단우로까지 확장되었다. 쿠바 지역은, 멕시코에 온 노동자들이 4년 계약이 끝난 후 일부가 쿠바로 넘어가서 정착했으며, 이곳에서 국민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였다.

 

도산이 멕시코를 방문한 것은,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려운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가는 도산의 참 모습을 보여준다. 멕시코 방문은 몸이 아픈 도산에게 심신이 피로한 여행이었지만, 멕시코 동포들에게는 큰 희망을 준 여행이었다. 국민회 총회장의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결재하고 동포들과 독립운동을 전체적으로 지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류 사회에서 한민족을 대표하여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편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도산이 다른 지도자와 다른 것은, 그는 민족을 의해 항상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인삼 장수의 상투 싸움이나 삼일운동 같은 거족적인 일에나, 도산은 끊임없이 행동하였다.

 

 

 

글 윤창희 | 흥사단 미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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