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48표, 피터 더튼 35표…
21일 오전 전격적으로 단행된 자유당 의원총회에서 실시된 당권 표결결과다.
도전자인 피터 더튼 입장에서는 7명의 의원만 자신의 지지로 돌아서게 하면 연방총리가 될 수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순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의 표결결과는 자유당 연립정부 현 지도부의 와해를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당권표결 직후 막강 부처인 내무부장 장관 직에서 물러난 피터 더튼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며 자신의 지지를 설득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그리고 첫 당권 표결 다음날부터 피터 더튼의 2차 도전은 초 읽기에 들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연방 자유당이나 노동당 모두 당권 표결 재대결에서 도전자가 늘 승리해왔다는 사실이다.
사진 (AAP Image/Mick Tsikas) 23일 정오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비장한 모습을 보인 말콤 턴불 연방총리.
반면 말콤 턴불 연방총리가 당권을 확고히 수성하고 차기 연방총선을 이끌게 될 경우 존 하워드 전 연방총리 이후 임기를 모두 채운 첫 연방총리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풍전등화 상태의 말콤 턴불이 임기를 모두 채울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
빠르면 24일 호주에는 새로운 연방총리가 탄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언론들은 말콤 턴불 연방총리가 사퇴하고 스코트 모리슨 현 재무장관과 피터 더튼이 격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무튼 의원 총회를 통해 당수를 선출하는 호주 정당의 관행은 최근들어 큰 쟁점이 돼 왔다.
특히 집권당의 당수 교체는 곧 바로 총리 교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유당과 노동당 모두에 걸쳐 당수 선출 방식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왔다.
그야말로 당내 계파정치에 방점을 둔 현행 당수 선출 방식의 난맥상으로 자유당의 존 하워드 연방총리의 퇴진 이후 11년 동안 호주에서는 케빈 러드(노동당), 줄리아 길라드(노동당), 케빈 러드(노동당), 토니 애벗(자유당), 말콤 턴불(자유당) 등 다섯차례의 집권당 당권 파동을 거쳐 4명의 연방총리가 탄생된바 있다.
존 하워드 집권기까지 50년 동안 집권당 당권표결은 단 4차례에 그쳤음을 고려하면 현재의 정치 풍토를 실감나게 한다.
한 마디로 정치권에는 “동지도, 적도 없다”는 경구가 진리로 다가온다.
실제로 최근 11년 동안 집권당에서 펼쳐진 당권 파동을 살펴보면 “어떻게 안정된 국정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당권 표결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의 이전투구 식 파벌싸움을 잠시만 살펴봐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은 깊어진다.
무려 11년 동안 정권을 유지했던 존 하워드 씨가 2007년 연방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시드니 베네롱에서 노동당의 낙하산 공천인사 맥신 맥큐에게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연방총리의 수난의 역사는 시작됐다.
2007년 연방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노동당의 케빈 러드 당시 연방총리는 한때 지지율 90%까지 치솟으며 무소불위의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임기 종료 직전, 케빈 러드는 자신의 2인자였던 줄리아 길라드의 당권 도전을 받고 당권표결에서 무참히 패해 평의원 신세로 강등했다. 71표 대 31표의 참패였다
자신의 보스였던 케빈 러드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줄리아 길라드는 2010년 연방총선에서 자유당 토니 애벗 당수를 상대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무소속 2인방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노동당 재집권의 길을 텄다.
하지만 줄리아 길라드도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13 연방총선 직전 자신이 축출했던 케빈 러드의 재도전을 받아 실각했다. 이번에는 57표대 45표. 한마디로 현 노동당 당수로 당시 ‘얼굴없는 실세’의 별명을 지녔던 빌 쇼튼의 선장 갈아치우기 전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는 오래가지 않았다.
총선 패배 직후 케빈 러드는 결국 자신의 총리 재등극의 1등 공신이었던 빌 쇼튼에게 당권을 빼앗겼다.
자유당의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존 하워드 이후 브렌든 넬슨, 말콤 턴불, 토니 애벗, 말콤 턴불로 당권이 교체돼 왔다.
2013 연방총선 승리를 이끈 토니 애벗 전 총리도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집권 2년여 쯤 말콤 턴불의 당권 도전을 받고 표결에서 패해 평의원으로 강등됐다.
당권을 되찾은 말콤 턴불은 2016년 연방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현 정부 집권 2년만에 결국 강제 퇴진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11년만에 처음으로 임기를 모두 채우는 연방총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것.
그렇다면 11년만에 무려 5명의 연방총리가 탄생될지의 여부에 지금 호주 국민들은 캔버라 연방의사당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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