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대통령이 가신 김에 황해도 수해 현장을 가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3차 남북정상회담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금 평양엔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 정부 관료, 국회(비록 반쪽 대표단이 됐지만) 대표단과 4대그룹 총수 등 경제계 리더와 문화 예술 교육 체육 종교 그리고 보통 청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특별수행원’들이 체류중입니다.

 

덕분에 방북단에 동행한 청와대 풀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언론사들, 동대문에 위치한 DDP 프레스센터에 모인 세계 각국의 수많은 기자들은 평양 발 기사들을 시시콜콜 시간대별로 송고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인데다 처음 평양에서 재회하는 양 정상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뉴스의 90%가 그야말로 가십성 에피소드에 불과한 까닭입니다. 취재가 제한된 특수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관심도는 훨씬 높은 남북정상의 만남인 만큼 언론의 취재욕에 걸맞는 정보들이 파악되기 힘든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다해도 남북정상회담의 무게감에 비해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연성화된 뉴스들이 무분별하게 뿌려지고 우수마발(牛溲馬勃)의 수많은 미디어들이 재가공하거나 베껴쓰는 어슷비슷한 뉴스들이 포탈사이트를 꽉 채우는만큼 안타까움 또한 커지는 까닭입니다. 시쳇말로 ‘무엇이 중헌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같은 문제는 우리 언론의 냄비 근성과 과잉 경쟁의 현실도 있지만 주요 소스의 원천인 청와대가 국민들의 흥미를 돋구는 쇼이벤트성 정보에 너무 치중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솔직히 이번 대표단에 포함된 각계의 상징적 인물들이 (그것도 선정 주체의 시각으로) 대체 2박3일간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각각의 카운터 파트들과 만나고 식사하며 안면을 익히면 다행이겠지요. 대통령 부처(夫妻)와 함께 하는 특별한 여행의 기쁨을 누린 연후엔 필경 술자리에서 “내가 평양에 갔더니 말야~‘ 하는 추억담외에 솔직히 남는 것은 없지 않을까요.

 

대통령이 북녘 시민에게 ‘90도 폴더인사를 했다’, 김여정부부장이 두 정상을 챙기느라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다’, 리설주여사가 남한의 요술사(마술사)에게 “그럼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한 유머 등 낙수(落穗)들이 주요 뉴스로 모든 포탈과 미디어들에 도배되는 바람에 거의 외울 지경이 되버렸습니다.

 

우리 미디어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번 방북길에 황해도 수해현장을 방문해볼 것을 제언(提言)한 주인공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이래경 이사장입니다.

 

이래경 이사장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최근 황해도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태풍 솔릭과 이어진 폭우로 황해도에서는 사망자 76명, 실종자 75명이 발생했고 이 중에는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황해도의 곡창지대(穀倉地帶)가 물에 잠겨 등 저지대가 태풍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보고 학교와 아파트 3층까지 물에 차오를 정도여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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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이사장은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신속히 북한의 홍수피해 내용을 파악하여 전 세계에 실상을 알렸지만 인도주의에 대한 회비를 내라고 닥달하던 한국의 적십자 등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질타(叱咤)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홍수가 나기전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해 어린이 등 열사병 사상자가 속출했고 특히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서는 논벼와 강냉이 등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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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다른백년' 홈페이지>

 

 

그 무렵 미 국무부는 북한의 폭염피해에 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 했습니다. “미국은 북한 주민의 안녕(well-being)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 현재로선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

 

‘걱정은 해주지만 도움은 못주겠다’는 거지요.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슨 답변이 이렇습니까. 한때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세계 최대로 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은 단 한차례에 그쳤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한심한 ‘전략적 인내’ 시절엔 그렇다쳐도 올들어 한반도 화해 기류 속에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고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발사대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파격적인 선물을 줄줄이 받은 트럼프 정부의 ‘안면몰수’는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요.

 

이래경 이사장은 “북한이 이미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사일 엔진실험실과 발사대를 해체한 만큼, 북한동포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이번 수해를 계기로 유엔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무자비한 제재에 대한 완화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천조국’ 미국의 모르쇠에 하물며 동족인 우리까지 강건너 불보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이래경 이사장도 “마침 정상회담차 9월 18-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 그때 북한당국이 동의한다면 수해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들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당시 깜짝 ‘도보다리 회담’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그에 준하는 깜짝 이벤트가 있을수 있다고 추측이 무성합니다. 한 북한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희망했던 백두산/개마고원 트래킹이나 과거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할 때 고려한 묘향산 특각, 혹은 원산 방문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황해도 수해현장을 돌아보는 ‘경천동지(驚天動地)’는 기대할 수 없더라도 최악의 수해로 고통 받는 북녘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감동케 하는 깜짝 이벤트가 아닐까요.

 

 

* 이 칼럼은 문대통령의 평양방문 첫날인 9월 19일에 송고한 글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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