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호주협의회가 마련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시드니 강연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설명하는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정상회담, 이어진 북미 회담과 두 번째 하노이 회담 결렬 과정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있어 “무엇보다 의미 있는 진전”이며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강연서 강조
북한이 응한다면 북미간 3차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북한이 너무 앞서간다면, 미국의군사적 제재가 뒤따를 수도 있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북 문제 진전을 이뤄내 대선 전략에 활용할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북미간 진전된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지도자가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것은 한반도 평화라는 큰 그림에서 엄청난 진전이다...
금주 화요일(19일), 민주평통 호주협의회(회장 형주백)가 마련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시드니 강연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문 특보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시 시험이 어이지던 와중에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서 시작,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남북간 협력 의지, 이어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특사 방문과 북한 선수단 참가,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 및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합의 도출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 과정 속에서 특히 북한 지도자의 의지를 의미 있게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특보는 지난해 4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의 남북 관계,
매우 의미 있는 진전”
아울러 이날 강연에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부분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비핵화 및 경제제재 완화 부분에서 합의는 결렬됐으나 미국 입장에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상태라는 점을 들어 ‘실패’라는 일각의 지적과는 달리 두 나라의 ‘관계 진전’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유에 대해서도 전문가 입장의 설명을 풀어놓았다. 문 특보는 ‘핵'과 관련,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분명히 달랐다고 봤다. 당시 미국은 ’빅딜'(일괄적인 완전 비핵화)을 원했으며,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영변은 북한 핵무기 사업의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이곳을 폐쇄하면 80%의 비핵화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영변 핵 시설만 폐쇄하는 제안)를 ‘bad deal’로 보았고, 결국 미국은 아예 ‘노딜’(no deal)을 원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small deal’로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날 수 있을 것으로 과신했다며 특히 미국은 북이 제시한 유엔 대북 제재 중 민수, 민생부분 해제를 과도한 요구로 인식했을 가능성 크다고 분석했다. 이 부분에서 문 특보는 만약 ‘남북 경협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이어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당분간은 현상유지가 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연례 연합 군사 훈련 축소 결정을 내린 이상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반면 트럼프 탄핵 움직임과 같은 미국내 정시상황의 악재가 구체화될 경우 이를 무마하기 위한 강경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임을 덧붙였다.
하지만 문 특보는 “‘제재와 최대한 압박’이라는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협상을 모색할 가능성 크다”며 “다만 미국이 ‘제재’에 방점을 두거나 ‘선 해제, 후 보상’ 또는 ‘(비핵화) 일괄타결’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고수할 경우 트럼프 임기 내 협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 중요 역할과
무거운 과제 떠안아
문 특보는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가 아닌 미국 편의 ‘촉진자’ 역할 요청한 상황(하노이 회담 결렬 후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트럼프가 가장 먼저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옴)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 보다 커졌다고 말한 문 특보는 “보다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뜨거운 감자’를 떠 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어 문 특보는 “(한국 정부는) 현 단계에서 북핵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고 북한과 미국의 대화 이탈을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북한 및 미국과의 협의 메카니즘을 강화해 나가고 하노이 정상회담 복기를 위한 남북미 3차 1.5 트랙 접촉을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훼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평화 경제 구상’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기존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협력을 활성화 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환-김진연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