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콜텍공대위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 (악기박람회 & 음악축제)에서 해고 기타 노동자, 콜텍 조합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무작정 짐싸서 온지 이틀째. 올해로 13년차, 한국 최장기 노동투쟁을 해외에서 알린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일단 이 긴 싸움을 문화가 이질적인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인물을 한글로 요약/번역하고, 바이어를 통한 압박을 위해 영국회사에 서한을 쓰고, 연명할 단체를 찾고, 외신보도를 위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알리고, 뮤지션들에게 인증샷 요청을 하고, 등등. 물론 쉬울 것이라고 예상한 적은 전혀 없었으나, 뜻밖에, 나의 가장 큰 적은 내 육체. 몇주간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체력이 바닥이 난 듯. 애초에 기획했던 선전전 (집회)을 위해 무수한 사람과 단체를 연락하다가 (에너지 소모에 비해 성과가 미미할 듯 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다행히 프레스배지 발급에 성공해 매일 프레스센터로 출근중. 돈 많은(?) 행사 주최측은 언론홍보를 위해 해피아워행사를 통해 언론인들에게 무제한의 음료와 술을 제공하며 서로 정보교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같은 장소에서 컴퓨터 사용도 가능하고, 물품보관함 및 인터뷰룸도 마련되어 있다. 내가 가 본 프레스센터 중 제일 호화찬란해서 잘 적응이 안 된다.
photo by 클레어 함
오늘도 누가 한국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이 있을까 쭉 둘러보다가 혼자 바에서 맥주마시는 중년의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브라질 언론인이라고 했다. 워낙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소통하는 브라질 문화에 편해서인지, 나도 애써 둘러대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음악 악기 말고도, 노동인권쪽도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좌파 언론인이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주제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가 무슨 脈絡(맥락)에서 그런 단어를 선택하는지 잘 안다. 근처에 있었던 음악학을 전공하는 터어티계 독일인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터어키에서도 사회주의자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이미 오래전, 자신들의 싸움을 알리려 미국, 일본, 독일 해외원정을 다녀왔었다. 한 두달도 아니고, 13년이라는 세월을, 국내/해외에서, 길거리에서 빈 공장에서 분신을 하며 고공농성을 하며 단식투쟁을 하며 경찰에게 맞아가며 대법원에서 속아가며 싸운 이들은 무슨 거대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나 혁명을 외친 적이 없다. 단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싶고, 소중한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끼 먹으며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픈 서민들일 뿐이다. 일상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문제가 생기면 행복하게 사는 건 아주 힘든 것이다. 너무 단순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외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좌빨이 되고 사회주의자가 되고 이런 프레임안에서 이해되는 것이 짜증난다.
물론, 굳이 성격을 규정하자면 나도 좌파 언론인이고, 오늘 스스로 좌파 언론인이라고 했던 그 브라질 기자도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노동인권은 오히려 좌우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상식 유무의 문제라고 느껴진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 이분들은 직장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고, 누구는 성폭력을 당한 것이고, 누구는 참사의 피해자가 된 것일 뿐. 크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진 콜텍 공대위 제공>
오늘로 단식농성 24일째를 맞는 콜텍 임재춘 조합원이 어제 기자회견중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간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단식 소식을 딸이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이미 잃어버린 13년의 세월을 아무도 보상해 줄 수는 없겠으나, 이젠 그가 길거리의 삶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매일 거리에서 집회하는 그의 사진이 아니라, 사랑하는 딸과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평범한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싶다.
*콜텍투쟁의 해결을 위해 전 세계의 시민 &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해외 바이어에게 협조서한 보낼 예정이니 연명 & 공유 부탁드려요. 4월 10일 마감 (단체명은 가능하면 영어로) ^^
http://bit.ly/CortGuitarWorkers
글 사진 =클레어 함 | 인권활동가
progressive Korea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r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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