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미국의 리비아식 고집은 북미협상 안 하겠다는 것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4월 6일치 일본 언론보도를 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로부터 리비아식 핵 포기 안을 듣고 격노,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즉시 그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트럼프가 리비아식 비핵화를 끝내 고집한다면 김정은은 또 다시 북미 핵대결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 필자 김현철 기자 |
트럼프는 북한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서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 시간을 끌면서 북한이 이를 거부한 후 그 핑계로 얽히고설킨 국내 문제 해결 등 다른 이익이나 목표 달성에 대북 대화를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다가 인내심이 고갈될 경우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4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런데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 자강도 화평군 회중리에 6년간 대공사 끝에 최근 개통한 군사전용철도 혜산-만포선은 바로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첩첩 산중이다. 이 마을 지하에 핵미사일 열차를 운영하는 ICBM 기지가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열차에서 재작년 2월 12일과 5월 22일 각각 시험 발사한 중거리전략미사일(IRBM)은 고체 연료를 사용한 ‘북극성-2형’이었다.
그런데 만일 전쟁이 나면, 북한 전략군은 ICBM을 실은 핵미사일 열차를 회중리 지하미사일 기지에서 출동시켜 252km 구간의 혜산-만포선 철도 어느 지점에서든 필요한 시간에 기습적으로 대미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 즉 640리에 달하는 이 철도 전 구간은 일반 철도가 아닌 이동식 핵미사일 발사 전용 철도다.
북한은 이제 지상 고정식 ICBM, 대형차량으로 움직이는 이동식 ICBM, 철로를 달리며 발사할 수 있는 이동식 ICBM, 그리고 핵잠수함 발사 SLBM 등 모든 형태의 ICBM 발사 기지를 완성했다.
이 무기 체계는 미국이 공격을 당했을 때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의 무기들이기 때문에 미군 수뇌부가 가장 꺼리는 북한의 무기체계들이다.
북한 전략군은 작년 한 해 동안 혜산-만포선에서 핵미사일 열차의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단행했지만, 겉모양이나 크기가 일반 화물 열차와 같은데다 색깔까지 같기에 미국의 첩보위성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일부 언론의 논조는 북한 측 주장처럼 ‘한반도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미국의 북한 관련 지식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대북 초강경파 하스 “단계적 비핵화가 더 현실적”
<자유아시아방송> 등 복수 언론의 최근 보도를 보면, 트럼프의 외교 부문 멘토로 미국 정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장의 발언을 예로 들면서 “당장 미국과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의 완화 등을 중간단계로 삼아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했다.
원래 대북 초강경파였던 하스는 또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먼저 해야 대북제재를 풀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다.'북한이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핵, 장거리 미사일, 고도로 수준 높은 사이버 전 능력까지 갖춘 국가로 부상했다.'비핵화의 진전 속도와 대북제재의 해제 범위는 비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3월 17일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의 ‘빅딜’ 전략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요구를 절충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제시했는데, 이는 포괄적 비핵화 목표를 먼저 합의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제안은 첫 단계부터 합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포괄적 비핵화 목표에 대해 합의하려면 북미 양국이 서로가 원하는 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미국의 안은 리비아식 해법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때 트럼프도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보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와서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만의 비핵화라며 억지를 쓰는데 그런 상대와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피해자는 북한도 미국도 아닌 바로 우리 한국이다. 70여년 겪어 온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이 스스로 ‘을’이 된 굴종적 자세로는 우리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 제재와 유엔 제재와는 상관없이 애당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전임 한국 대통령령으로 결정한 것으로 그 재개 문제라면, 문재인 정부 자체가 가부 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설득, 남북 민족 간 불협화음 제거에 보다 성의 있는 대응이 아쉬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