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행 사증(비자) 신청이 급증하면서 영사부가 입주해 있는 하노이 참빛빌딩 주변에서 연일 북새통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하루 수 천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면서 같은 빌딩에 입주한 다른 업체, 방문객들이 민원을 제기할 정도다. 비자 신청 건수는 급증했지만 담당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직원들의 줄사퇴 조짐도 보이고 있다.
11일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비자 신청 건수가 최근 급증하면서 여러 문제가 방생하고 있다”며 “며칠 전부터는 새벽 2, 3시부터 영사부 앞에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하루 1,000여명 수준이던 신청자 수는 작년 12월부터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하루 2,000~3,000명 수준에 이른다. 새벽부터 형성되는 줄은 번호표를 빨리 받기 위한 줄이다.
하루 2,000~3,000명 수준의 신청자 규모는 현재 인력으로서는 한국 대사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영사부와 같은 빌딩에 입주한 사무소 관계자는 “한국 비자 받으려는 사람들로 빌딩이 붐벼도 너무 붐빈다.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줄을 선 이들 중 상당수는 신청서도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달 말 영사부의 확장 이전 때문에 대도시 복수비자 발급이 일시 중단된다는 루머가 돌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비자 발급 중단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복수비자 발급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고 말했다.
예년에도 4월30일 통일기념일과 5월1일 노동절 연휴를 앞둔 시점에는 한국행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폭주 정도가 매우 심하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복수비자 발급 기준 완화 △월요일인 29일 하루 휴가를 내면 최대 5일 쉬게 된 점이 올해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행 욕구를 자극했다는 게 영사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시에서 접수된 비자 신청 거수는 지난 1월 1만1,000건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약 20% 늘어난 수치다. 2월에도 9,000건을 넘어섰다.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뗏(설) 연휴가 2월 2일부터 10일까지 이어져 사증 업무가 중지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달 대비 30%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3일부터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베트남 대도시 주민에게 5년간 최장 30일씩 자유롭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해주면서 비자신청이 급격히 늘었고, 최근 봄철을 맞아 관광수요도 늘고 있다.
이처럼 비자 신청 건수가 폭증하면서 출근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현지 보조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노이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에만 4명의 사증업무보조 인력이 그만 두겠다고 했다”며 “이들이 빠질 경우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기는 만큼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어느 나라도 자국민이 다른 나라 여행을 위해 이렇게 줄을 서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