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나는 신문사 은퇴 후 동네성당에 등록하고 다닌다. 세인트 이냐시오 성당은 135년 전 독일 이민자들이 세운 유서 깊은 고딕식 성당이다. 규모는 작지만 부설 중학교까지 있다. 중림동 성당 비슷한 외모다. 10년 넘게 다니면서도 수녀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지만 성당에는 수녀원 건물까지 있다. 수녀들은 따로 미사 드리는 모양이라고 관심두지 않았다.
그런데 미사 때마다 유난히 시선을 당기는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항상 있다. 평화 가득한 얼굴에 성당 전체가 환하게 빛나는 것 같은 錯覺(착각)을 일으킨다. 이들은 장궤틀 없는 좌석에서도 꼬박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성찬의 전례 때도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성체를 영한다. 평화의 인사 때도 매우 환하게 밝은 모습으로 옆 사람들과 악수 나눈다. 나는 청바지에 흰 운동화나 수수한 화장과 옷차림의 여성들 정체에 미사 때마다 약간은 호기심을 느꼈다. 무척 신앙이 돈독한 여성들이라고 생각해 대견하게 느껴졌다. “마땅한 아들이 있으면 며느리 삼으면 얼마나 좋겠는가.”하는 부질없는 공상도 해 봤다.
지난 성 금요일 십자가 예절에는 단정한 차림의 할머니 한 분과 이들 여섯 명이 나와 같은 줄에 앉았다. 수난복음 때 옆자리 젊은 여성은 놀랍게도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장궤틀이 없는 좌석에서 그날따라 기도지향 때마다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나는 무릎이 좋지 않아 내내 서 있었는데 그녀들은 맨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섰다를 반복하며 진지하게 기도에 동참했다. 나는 퍼뜩 수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양한 복장으로 보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해답은 전례가 끝난 후 풀렸다.
이들은 퇴장하자 함께 修女院(수녀원)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청바지에 운동화, 소박한 드레스에 검은 구두, 복장은 각각이었지만 틀림없는 수녀들이다. 오랫동안 수녀복과 베일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미국 대부분 수녀원에서 수녀복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을 잠시 잊었던 탓이다. 이들을 보면서 수녀복에 베일을 걸쳐야 성스럽게 보인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짐을 느꼈다.
사복차림으로 시민들에 섞여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봉사하는 이들이 평화롭지 못한 자태를 수녀복에 감추는 이들보다 훨씬 거룩해 보이는 것이다. 오래 전 한국에서 수녀들 사이의 미움과 다툼으로 모두 험하게 일그러진 어느 수녀원이 떠올랐다. 복장이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이는 사제 수도자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2019.4.21. 虛壙)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 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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