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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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군. 종일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 원래 있던 곳 근처로 왔다. 아침에 약속 날짜가 16일로 연기됐다. 여전히 시간은 미정이다. 오늘도 종일 여기 앉아 있으라고? 내 화물이 어떻게 된겨?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글렌이 알아보더니 트로피카나 화물을 보내왔다가 금방 코스타 팜스 화물로 다시 바꿔 보냈다. 그런데 장소가 다르다. Loxahatchee, FL이다. 북쪽으로 120마일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아칸소를 거쳐 미주리로 가는 화물이다.

 

밤에 왔으면 절대 못 찾았을 곳이다. 비포장길을 한참 달려도 허허벌판에 표지판도 제대로 없다. 갈림길에 이르러 길가에 트럭을 세우고 연구하는 중에 나를 따라오던 트럭이 지나갔다. 래커 트럭이다. 코스타 팜스 가는 길에 트럭이 모래에 빠져 꺼내주러 가는 길이라 했다. 나보고도 조심하라고 했다. 잘못 들어갔다가 돌려 나올 수도 없을 것 같아 걸어서 농원으로 향했다. 프라임 인터모덜 트레일러를 단 트럭이 있었다. 모래에 빠졌다는 그 트럭이다. 운전사에게 이쪽이 농원으로 가는 길 맞냐고 물으니 맞단다. 자기 옆쪽으로 지나가면 문제없을 것이라 했다. 나는 진입로 입구에서 기다리는 래커 트럭 기사에게 내가 먼저 지나가겠다고 했다.

 

여기는 어제 갔던 곳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농장 내부에 짐 싣는 곳이 마련됐고 회전할 공간도 있었다. 사무실로 가 발송 번호를 알려주니 발송장에는 바로 미주리로 가는 것으로 돼 있다. 이상하다. 나는 아칸소에서 한번 내리고 미주리로 간다고 들었다. 디스패처에게 알아보겠다. 일단 닥에 대라. 글렌에게 문자를 보내고 닥에 후진하는데 직원이 나왔다. 미안한데 이 화물 취소됐다. 뭐? 기껏 왔더니.

 

글렌이 다시 화물을 보내왔다. 역시 코스타 팜스 화물이다. 이번에는 다시 마이애미로 내려가야 한다. 아침에 있었던 곳에서 멀지 않다. 뭐야 뺑뺑이 돌리나. 픽업 날짜가 내일이고 시간은 미정이다. 텍사스, 콜로라도, 유타까지 간다. 총 거리가 2,700마일 정도다. 빈차로 달린 거리까지 계산하면 3천 마일 가깝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걸린다.

 

퇴근시간 마이애미 도로는 붐볐다. 트럭으로 가다서다 하는 길은 다니기 힘들다. 발송처에 도착했다. 이곳은 빈 트레일러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가져간 트레일러를 먼저 내려놓고 조금 떨어진 본원으로 갔다. 이곳은 규모가 컸다. 닥도 많고 花草(화초) 종류도 다양했다. 발송 사무실로 가니 내일 오란다. 이것도 취소되는 건 아니겠지. 여직원에게 어디서 밤새우면 되냐고 물으니 트럭스탑 주소를 알려준다. 트럭커패스 앱으로 확인하니 주차공간이 10대에 불과하다. 자리가 없다고 봐야 한다. 밖으로 나와 경비 아저씨에게 혹시 장내에 주차하고 밤새도 되냐고 물었다. 백인처럼 보이는데 이민자 출신인 모양이다. 영어 발음이 서툴렀고 스페인어를 썼다. 그래도 말은 알아들었는지 나를 출구 쪽으로 이끌었다. 출구 건너편 펜스를 가리키며 앞에 세우라는 제스처를 했다. 거기엔 주차금지 푯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상관없나? 같은 회사 건물인가 보지. 그래서 오늘도 도롯가에 세우고 잔다. 근처 월마트가 아침 6시에 문을 연다. 새벽에 일어나 월마트에서 식품을 보충해야겠다.

 

이번 화물은 의미가 있다. 솔로로 뛴 후 서부로는 간 적이 없다. 콜로라도조차도 못 가봤다. 유타는 로키산맥 너머에 있다. 이왕 서부로 가는 김에 못 가본 오리건과 워싱턴까지 한 바퀴 돌고 왔으면 좋겠다. 물론 이 화물이 취소가 안 된다는 전제하에서다.

 

 

아직도 플로리다

 

 

일정이 꼬였다. 오전 10시에는 받아야 했을 화물은 오후 7시가 돼서야 준비됐다. 언제 어디쯤에서 쉬는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쓸모없는 일이 됐다. 즉흥 계획이 최고다.

 

새벽에 일어나 가까운 월마트에 갔다. 트레일러 달고는 진입할 수 없는 곳이다. 밥테일이니 문제없었다. 냉장고가 넘치지 않을 정도로 필요한 식품을 샀다. 신라면과 사발면도 샀다. 트럭을 바꾸면 냉장고를 좀 더 큰 것으로 바꾸거나 보조 아이스박스를 사야겠다.

 

몇 시간 간격으로 종일 발송 사무실에 가 화물이 준비됐는지 물었다. 번호를 남겨 뒀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 발송 사무실은 나 말고도 다른 화물로 바쁘다. 연락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직원이 일일이 챙겨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 7시에 갔을 때는 내 화물이 준비돼 있었다. 이미 저녁조 직원으로 바뀌었다.

 

귀중품이 아니어서 그런지 공장 내부를 돌아다녀도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트레일러 문에 다는 씰도 주지 않았다. 발송장에는 화초의 개수는 적혀 있어도 무게는 없었다. 무게가 문제 되지는 않았다. 트레일러 가득 채웠어도 평소 화물보다 2만 파운드 이상 가벼웠다.

 

며칠 동안, 마트에서 판매되는 화초가 어떻게 농장에서 채취돼 포장돼 실리는지 알게 됐다. 전 과정이 노동집약적이었다.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화분을 층층이 싣기 위해서는 철제나 목제 선반도 필요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배달하는 화초는 거의 일주일을 상자 속에 있다. 일주일 동안 빛도 물도 없이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다.

 

7시 40분에 공장을 출발했다. 40마일 정도 갔을 때 사고로 도로가 막혔다. 2시간을 서 있었다. 가뜩이나 출발이 늦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연기가 펄펄 나는 것으로 봐 차량 화재가 있었던 모양이다.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을 들것으로 구급차에 실었다. 구급차가 곧장 출발하지 않고 한참을 서 있었다. 환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다. 사고 수습 후 지나가며 보니 바이크 두 대가 쓰러져 있었다. 한 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산 조각났다. 트렁크가 찌그러진 승용차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막힘 없이 달렸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갈 겸 휴게소에 들어왔다. 새벽 1시 30분에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 안 했는데, 놀랍게도 딱 한 자리가 남았다. 럭키. 원래는 아침 7시까지 계속 달려 트럭스탑이나 휴게소에서 쉴 작정이었다. 주차한 김에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다. 자정부터 6시까지는 운전을 피하는 것이 좋다.

 

내일은 플로리다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Leaving Flo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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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를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플로리다는 ㄱ자로 꺾인 권총 모양으로 생겼다. 북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조지아나 앨라배마지만 나는 서쪽으로 플로리다가 끝날 때까지 이동한다. 손잡이 끝에서 시작해 총구까지 가는 셈이다.

 

이곳은 Marianna의 파일럿 트럭스탑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월마트가 문자 그대로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주차한 곳에서 월마트 입구까지 걸어서 1분도 안 걸린다. I-10 지날 때는 이곳을 애용해야겠다.

 

어제 식품은 장만했기에 별로 더 살 것은 없었다. 먹을 것은 샐러드와 크로상, 컵신라면, 컵일본라면 정도만 샀다. 수납을 위한 플라스틱 상자 하나 더 사고, 바닥 청소용 왁스, 신발 한 켤레를 샀다. 어제 60달러 정도 쓰고, 오늘 40달러 정도 썼으니 도합 100달러 정도다.

 

오늘 어느 구간에서는 개미 비슷하게 생긴 새카만 날파리 떼가 끝도 없이 유리창에 부딪혀 터졌다. 요즘이 번식기인지 암수가 한 몸으로 붙어 죽은 놈들도 많다. 얼마나 많이 부딪히는지 터지는 소리가 빗소리 같다. 이 곤충이 터진 체액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와셔액과 와이퍼로는 어림도 없고, 주유소에서 청소용 스폰지로 박박 문질러도 대부분 그냥 남아 있다. 뭔가 강력한 세제로 청소해야 한다. 밤에는 반대편 차량 불빛에 유리창이 흐릿해져 위험하다.

 

1차 배달처까지는 1,124마일 남았다. 월요일 오전 5시 약속이니 내일과 모레 이틀간 하루 500마일 이상을 달려야 한다. 오늘은 시속 59마일로 왔는데 내일은 속력을 조금 더 높여야겠다.

 

나는 靈魂(영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혼으로나마 블랙홀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곳에 영혼이 영원히 갇히면 어쩌나 싶지만 상관없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블랙홀 속에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실은 블랙홀 내부인 것이다. 블랙홀에서 블랙홀로 또 들어가겠다니. 영화 인셉션처럼 꿈속에서 또 꿈속으로 들어가는 형상 아닌가. 3차원의 시공간 개념을 가진 인간에게는 우주의 끝이 230억 광년 떨어져 있고 지금도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어떤 방법으로도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없다. 하지만 시공간이 착각이라면?

 

통일장 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 나심 하라메인(Nassim Haramein)이라는 사람이 있다. 1962년 스위스 출생으로 아마추어 물리학자다. 내가 보기에 그는 천재 아니면 미치광이다. 그의 연구는 물론 주류 과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나도 오늘 유투브 영상을 통해 그를 처음 알았다. 그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고 희망적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주위의 공간은 그저 빈 것이 아니라 정보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인류의 의식이 깨어나면 중력을 제어하는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고 웜홀을 통해 먼 곳까지 우주여행도 가능해진다. 우주는 정보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의 뇌는 그 신호를 받는 안테나와 변환기다. 뇌가 우주 정보를 해석한 결과가 현재 세상으로 구현된 것이다. 인간 의식이 더 발달하면, 즉 변환기가 업그레이드되면 지금과 다른 차원이 과학이 탄생한다. 아주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향후 100년 안에 구현될 일이다. 그렇다면 영혼이 아니어도 살아서 블랙홀에 접근해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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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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