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와 직결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개인의 욕망을 억제하며 참여하는 불매운동은 시민운동의 마지막 단계죠. 지금 우리 나라에서 진행되는 불매운동도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장했고 국민들의 사회참여도도 높아졌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불매운동을 마친 민족주의나 전체주의인 것처럼 몰고 가는 분들이 있더군요. 어떤 분들은 미개하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이번 불매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나라에 투자를 철회 혹은 취소할까 염려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흔히 '보이콧'(Boycott)이라는 불리는 불매운동의 시작은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이라는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아일랜드 백작의 재산 관리인이었던 보이콧이 당시 귀족들의 노동 착취를 막고, 토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아일랜드 토지 연맹'(Irish Land League)의 캠페인을 방해를 했다죠. 그래서 지역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때부터 특정 국가 행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혹은 특정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행위를 '보이콧'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를 불매운동의 시작으로 보고 있죠.
이처럼, 소비자 운동은 민주주의가 시작된 서구사회에서도 자주 벌여져 온 대표적인 운동 중에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노동기구에서도 '보이콧'(불매운동)을 노동조합의 쟁의 중 한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고, 국제법에서도 국민이 자발적으로 특정 국가의 상품을 불매하게 되는 경우,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되어 있죠.
물론, 최근 들어 나타나는 사례는 많지 않은데요. 그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처벌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미국이나 유럽에서 분식회계/粉飾會計를 하면,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합니다. 허위조작으로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남겼을 경우, 3개월/6개월 정지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못하게 되거나 패가 망하게 되죠. 주인인 국민이 나서기 전에, 권력을 위임 받은 국가에서 주인이 피곤하지 않도록 먼저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매운동은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독일이 일본이 우리에게 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영국에게 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불매운동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차원에서 아마 엄청난 반발이 있었을테죠. 독일은 전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게 됐을 것이고, 아마 유럽 전체가 독일 보이콧을 외쳤을테죠. 그런데, 이런 엄중한 사안에 대해 마치 우리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발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고를 가진 것일까요.
중국의 불매운동은 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중국의 불매운동은 Top-Down형식이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차나 건물이 부서지고 상점이 약탈당하는 범죄가 있어도 경찰이 잡아가지 않습니다. 공권력이 개입된 것이죠. 범죄를 묵인하는 공권력. 하지만 우리는 어떻죠? 불매운동은 참여하되 불법이 있을 경우 바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 잡아가죠.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불매운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소비자, 즉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운동이자,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 진행되는 불매운동도 마찬가지죠. 현 시점에서 우리의 불매운동을 저급한 시민의식이라고 폄훼/貶毁하는 분들이야말로 진정 저급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글 오제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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