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혜택 수혜 등 '공적 부담'을 주는 이민자가 1차 대상
▲ 연방정부가 이민 규제 방안으로 복지 혜택을 받은 이민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연방이민국 올랜도 지부에서 시민권 인터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이민자들. ⓒ 코리아위클리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미국 연방 정부가 12일 허용 요건이 강화된 새로운 이민 규정을 발표한 가운데 이민 옹호 단체들은 새 규정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미국 이민을 크게 제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켄 쿠치넬리 연방 이민국(USCIS) 국장 대행이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이 이민 신분을 바꾸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새 규정은 오는 10월 15일부터 발효된다.
이민 신분을 바꾼다는 것은 ‘비자’, 즉 입국사증’을 받거나 변경하는 것, 또한 영주권(green cards)이나 미국 시민권(US Citizenship)을 신청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미국 연방 이민법은 이미 미국 사회에 ‘공적 부담(public charge)’를 주는 사람이 비자나 영주권 취득 같이 이민 신분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공적 부담'에 대한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이를 명확히 했다.
가령 새 규정이 말하는 공적 부담이란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사회복지 혜택, 즉 저소득층 건강보험(메디케이드)이나 주택보조, 그리고 식료품 구입권(푸드스탬프) 등이 있는데, 새 규정은 지난 3년간 1년 이상 이런 복지 혜택을 하나 이상 받은 것을 ‘공적 부담’으로 간주한다. 또 한 달 동안 서로 다른 두 복지 혜택을 동시에 받은 경우엔 두 달 동안 혜택을 본 것으로 간주한다.
쿠치넬리 이민국 국장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고수한 가치, 즉 미국에 와서 살려는 사람은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힘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권장하려고 새 규정을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난민, 망명신청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은 예외
하지만 새 규정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 비자나 영주권, 그리고 시민권을 받은 사람에게 소급적용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 그리고 인신매매나 가정폭력 피해자들도 예외다. 또한 미국 시민이 외국에 있는 자기 가족의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등 가족 배경 이민 신청자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새 규정의 영향을 받을 사람은 약 4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규정에 따라 몇 명이나 이민 신분 변경 신청이 거부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 한 해에 미국 정부가 발급하는 영주권은 2018년 기준으로 약 64만 건에 달한다.
한편 이민옹호단체들은 이번 새 규정이 소득이 낮은 이민자들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산이 없고 건강이 좋지 않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거나 사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처라는 것이다. 몇몇 단체는 새 규정이 새로운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평균적으로 소득도 적고 취약한 사람이 많은데, 새 규정으로 이들의 미국 이민이 어려워졌다는 것. 새 규정은 ‘아프리카 흑인’이나 ‘히스패닉’, 즉 ‘중남미계’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민 옹호단체들은 새 규정이 시행되면 많은 이민자가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 혜택을 포기하면서 이들의 생활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방 정부가 공개한 새 규정이 그대로 시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몇몇 단체와 주 정부가 소송을 낼 뜻을 밝혔는데, 결국 연방 법원이 새 규정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