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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997년 IMF 사태가 터지자 학비 조달이 어려워진 한국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는 상황을 다룬 당시 시드니 모닝 헤럴드 신문 기사. 'Cash crunch forces Korean students to quit studies here' 라는 제목이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학생 센터를 운영하다

 

내가 한국에서 호주로 온 명분은 유학생 센터를 운영 하는 것이었다. 20여 년 전 당시 해마다 2만 명 정도의 유학생이 오지만 교민들이나 호주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들은 수입의 대상이기는 했어도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유학생 센터를 시작할 때 우리 집에 하숙을 하고 있던 8학년짜리가 식사 시간에 “‘교민출입금지’ 라고 써 붙여요”라고 해서 한 바탕 웃은 일이 있었다. 아마 교민과 유학생 사이의 관계를 한마디로 말해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유학생을 보는 교민들의 눈이 곱지 않다는 것을 느껴보지 않은 유학생은 별로 없을 것이고 유학생들의 행태가 마땅치 않은 교민 또한 없었을 것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민 사회에서 유학생의 존재는 자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때 통계에 의하면 대학 이상의 학생 가운데 호주로 오는 유학생들의 서울과 지방의 분포가 30:70으로 나타났었다.

내가 하는 일은 유학 생활 가운데 부당한 일이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것들 해결하기 위한 상담 활동을 하는 일이다. 전화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역시 속된 말로 내 볼일만 보면 된다는 식의 ‘싸가지’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유학생들은 잠깐 있다가 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책임의식과 참여의식이 없는 경향이라서 이런 성향의 사람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이 별 의미가 없는 일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무분별하게 유학을 오지 않도록 하는 일이 맞는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실은 원래 한국에서 올 때 친한 국회의원과 이 문제에 대하여 의논을 했었다. 유학생 문제 전반에 걸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만 한다고 생각되어 그 방법의 일환으로 유학생 센터를 시작한 것이었다.

 

때 마침 한인회에서 유학생들을 위한 위원이 필요하다면서 참여해주기를 요청해서 좋은 일은 함께 거드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참여했었다. 한인회에서 약 한 달 동안 4 번의 회의에 참석한 것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에 내가 본 것은 민주적인 의식이라고 눈 씻고 찾아보아도 볼 수 없는 군사문화적인 권위주의 모습들뿐이어서 “아이고 무시라!”하는 생각이 들어 발을 뺐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최악의 한인회가 되어 임기도 못 끝내고 중단이 되었었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교민 사회 내 불량 인간들이 갈취를 하는 일도 빈번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신고전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당연히 여러 차례 유학생들에게서 범죄피해상담을 받았었고, 그 때마다 교민언론을 통하여 한인사회에 그 사정을 알리곤 했다. 그러나 상담을 할 때마다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단 한 건의 신고도 없었다. 신고는커녕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이야기 해달라고 해도 보복이 두렵다며 그것마저 해주지 않았다. 자기가 당한 불행해 대하여 불평만 할 뿐, 남이 그런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을 위해서는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이기주의에 직면할 때마다 필자는 ‘더 당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영사관에 임영길이라는 훌륭한 교육원장이 있어서 여러모로 협력이 잘되었다. 유학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작은 금액이지만 행사 때 영사관에서 보조금도 받았고, 난립하는 유학원들의 자율적 질서 확립을 위해서 유학원 협의회도 만들었다. 특히 기억나는 일은 몇 명의 유학생들이 시드니 각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을 조직해서 연합회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다. 임 원장과 나는 '유학을 와서 공부하기도 바쁜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사무실을 내고 회지를 만들고 하는 조직 활동을 할까' 하는 염려가 들어 관심을 표명했는데, 유학생 대표들이 불쾌하게 생각했던 일이 있었다. 그들은 결국 나중에 ‘연합회를 운영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한다’며 자기들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 산업에 손을 댔다가 기존에 있던 유학원들의 항의를 받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결국 일부 학생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학생회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교민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유학생들을 돌보느라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에 한국에서 IMF가 터져서 유학을 오는 학생도 대폭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던 학생들도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임 원장과 의논을 해서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이 학비를 반환 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해서 영사관에서 발급 받도록 했다.

그러던 중에 뜻하지 않게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IMF사태가 호주 유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이 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서 영사관에 유학 산업의 전문가를 문의했기 때문에 나를 추천한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집까지 찾아온 기자와의 간단한 인터뷰 기사가 나중에 영주권을 신청할 때 크게 도움이 될 줄을 몰랐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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