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오남용, 과도한 음주, 자살 사망자 증가 등이 원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미국인들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이 최근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 예측하는 수치를 말하는 기대수명은 한 나라 국민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척도이다.
지난26일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8.9세로 최고치를 기록한 기대수명은 계속 소폭으로 줄어서 2017년에는 78.6세로 떨어졌다. 지난 50여년 동안은 가파르게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추세였는데, 정점을 찍은 뒤에 내려가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은 1959년 69.9세에서 2014년 78.9세로 무려 10살 가까이 높아졌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건강이 향상된 것이다.
이같은 상향 추세가 갑자기 감소 추세로 바뀐 이유는 세 가지로 꼽힌다. 약물 오남용과 과도한 음주, 그리고 자살로 인한 사망 사례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25세부터 64세까지 노동 가능 인구의 사망 원인을 담은 ‘미국 사망 통계(USMD)’와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세 가지 주요 원인으로 인한 사망 사례 가운데 약물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1999년부터 2017년 사이 약물 오남용 사망 사례가 386.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음주와 연결되는 간 질환과 간경변 등 관련 사망은 40.6% 증가했다. 자살 사망도 38.3% 많아졌다.
연구를 주관한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스티븐 울프 박사는 “다른 잘 사는 나라들에서는 기대수명이 계속 증가하는데, 미국은 뒤처져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를 미국 일부 지역의 경제.사회적 형편과 연결지었다.
가령 미국 북동부 해안에 접한 ‘뉴잉글랜드’ 지역과 함께, 오하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인디애나주 등지에서 이번 조사 결과의 밀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곳은 한때 제조업이 번창했다가 쇠락한 ‘러스트 벨트’와 겹친다. 러스트 벨트 지역이 경제적 타격으로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약물과 음주 관련 사망, 그리고 자살이 많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