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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반이나 보관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형에 처해진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사형을 받기도 한다. 평소에, 특히 여행시 모르는 물건을 운반해달라거나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이다. 사진은 2014년 자동차 타이어에 밀반입 하려던 마약을 미국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smen)가 적발한 장면. 출처: 미국해안경비대.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골빈당 당원

 

나는 한국에서 경찰들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가깝게 지냈다. 내가 굳이 연락을 해주지 않아도 정보과 소속 형사가 나의 모든 공개적인 활동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면서 기록과 촬영을 담당해 주었다(물론 한 번도 나에게 보여준 적은 없지만). 때로는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고 교도소에 면회를 가는 일도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많았었다. 호주에 와서는 그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운명인지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어느 날 한국에서 아는 목사가 자기 교회 교인의 아들이 호주 교도소로 워킹 홀러데이를 갔다고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며칠 후 청년의 부모가 왔기에 그들을 데리고 교도소로 면회를 갔다. 청년은 본인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량의 마약을 운반, 보관 했다는 혐의를 받아 잘못하면 최고 20 년의 중형을 받을 처지에 있었다. 그 청년은 면회 첫 날 완전히 얼어서 한국에서 온 부모를 보고도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교도소에서도 첫 날부터 주범과 부딪칠까 두려워 스스로 자청해서 독방에 있고 운동 시간도 달리 했다.

 

한국인들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객지에 나와서 지내다 보면 자기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해주어도 쉽게 친해진다. 정확한 신원을 알지 못해도 서로 쉽게 가까워져서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술도 한 잔씩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 순서에 따라 위계질서를 설정한다. 이럴 때 나이도 더 먹고, 현지실정을 더 잘 알고, 영어를 좀 더 잘 할 수 있고, 돈도 좀 쓸 수 있는 처지라면 나이 적은 후배가 따라오지 않고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정이 들은 곳이 카지노라는 것이다. 카지노는 젊어서 해외에 나와 창조적이거나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할 일 없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은 기꺼이 골빈당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건은 배**이라는 30살도 안된 전문도박꾼이 큰 돈이 필요하다 보니 어설프게 마약에 손을 댔고 그의 마수에 걸려든 순진한 당원의 신세를 망쳐 놓은 것이다. 배**은 당원에게 자동차 부속을 수입한다면서 자기가 주소를 옮기게 되었으니 대신 받아달라며 그에게 캐나다에서 코카인을 1Kg씩 숨겨 보낸 자동차 횔을 DHL로 받도록 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이 대목에서 나는 완전히 두 손을 들어 버렸다. 세상에!!

운송비 중에 최고로 비싼 DHL로 쇠 덩어리인 자동차 휠 여러 개를 보내다니 이건 완전히 “날 잡아잡수!”하는 것이 아니겠나? 세상에 범인 중에 이렇게 머리 나쁜 범인도 있을까 싶었다. 호주 경찰과 세관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어디 그렇게 개무시를 한단 말인가? 아니? DHL로 쇳덩어리를 가져오는데 의심을 하지 않을 세관원이 어디 있겠나? 더군다나 주범은 당원의 신뢰를 얻은 다음에 여권, 휴대폰 심카드 까지 그 청연 것을 빌려 썼으니, 여러 방식으로 돈을 빌려서 마음대로 사용해도 어디에도 주범은 없고 당원만 있는 것이다. 당원은 뭔가 좀 이상하다고 의심을 하면서도 분별을 해야 하는 순간에 사회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분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당원은 2년 동안이나 갇혀 있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2년 후 내가 보석 신청을 해서 우리 집으로 주거가 제한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런데 당원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유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처럼 밥 먹을 때만 빼고는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하루 3번 식사를 끝내고 식탁에서 일어설 때 “잘 먹었습니다.” 이외에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호주 교도소에서 2년 동안의 세월이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재판의 결과는 당원이 ‘얼마나 분별력이 없는가’를 입증하는 것에 달렸었다. 즉, 한국에서 마약에 대하여서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부름을 해 주었다는 것을 배심원들에게 납득 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즉 마약이 일상화 되어 있는 호주사회에서 ‘마약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방에 쌓아 두고도 한 번도 의심을 하지 않고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과연 배심원들이 믿어주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유, 무죄 판결의 관건인 것이었다.

 

한 마디로 배심원들이 “참으로 분별력이 없는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해주면 무죄가 되는 것이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것도 분별을 못했을까?”고 생각하면 유죄가 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배심원들이 당원을 ‘분별력이 없는 인간’으로 평결을 해주어 한국으로 추방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히 증거 게임인 재판에서 가장 완벽한 증거는 피고가 ‘분별력 없는 인간’이라는 증거였다. 즉 골빈당원이 맞다는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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