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오스카’ 단상
Newsroh=로빈 칼럼니스트
봉준호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멋진 한마디를 했다.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아주 로컬(지역적)이다”(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
오스카를 '동네영화제' 마냥 비꼬았는데 미국인들에겐 약간의 충격을, 미국을 어느정도 아는 이들에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 마디였다.
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천하의 오스카를 로컬이라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쌍심지를 켤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카데미는 철저히 미국의 영화 잔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칸느 베니스 모스크바 등 여타의 이름난 국제영화제가 세계 각국의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고루 심사하여 수상작을 정하는 것과는 달리 오스카는 대부분 미국 영화의 경연장이고 외국영화는 하나의 부문으로 취급하기때문이다.
사실 미국 중심의 마인드는 영화만이 아니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메이저리그 야구(MLB)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1위팀끼리 벌이는 결승시리즈를 언필칭 ‘월드시리즈’로 부르고 있지 않은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이긴 했지만 미국 프로야구리그 결승을 시건방지게 ’월드시리즈’라고 칭하는 것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며 빗나간 ‘중화사상’을 들먹이는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고다. 여담이지만 '뉴스로'에 ‘동이배달한민족역사’를 연재하는 재야사학자 폴 김 박사는 중국의 뜻이 ‘가운데 끼어있는 나라’라 중국(가운데 ‘中’ 나라 ‘國’)이라고 일갈한다.
미국의 자기 중심적 사고는 오랫동안 세계 최강대국으로 위세를 부리며 제3세계의 희생을 담보로 값싼 해외 노동력과 풍부한 물자를 누린 역사에서 출발한다. 기축통화 달러를 찍어내는 등 ‘땅짚고 헤엄치기’로 국가경영이 가능했고 세계의 모든 전쟁에 관여하며 정작 저들 땅에서는 남북내전 이후로 본토에서 단 한번도 전쟁을 겪지 않은 태평성대를 구가(謳歌)하며 공고해졌다.
경기둔화와 고실업,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와 부패한 금융몬스터들의 구조적 패악(悖惡) 때문이었음에도 무역역조 탓으로 돌리고, 오랜 세월 부를 독식한 미국으로 인해 고향을 등진 제3세계 출신 서류미비자/불체자들이 직업을 뺏어가는양 책임을 전가(轉嫁)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트럼프와 같은 천박한 장사꾼이 대통령이 되어 미합중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땅덩어리는 클지언정 결코 대국이 아니다. 미국인들 사고를 보면 대단히 ‘국지적(localize)’임을 알 수 있는데 대개의 그들은 사는 곳을 잘 옮기지 않고 어려서부터 자란 곳에 대한 애정이 많다. 초중고 등 학교팀들이 이웃 학교팀들과 대결할 때는 깜짝놀랄만큼 라이벌 의식도 크다.
이같은 지역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마을(village)이 모여 시(city)가 되고, 카운티(county)가 되고, 주(state)를 이루었고 주지사가 소통령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텍사스처럼 끊임없이 연방을 탈퇴하려는 주가 있고, 트럼프 당선 이후 이민자들과 진보가 많은 캘리포니아도 탈퇴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미국의 위상이 떨어질수록 분리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분열을 막기 위해 미 연방정부는 9.11테러 등의 참사때 내부 단결을 도모하고 소위 ‘악의 축’ 국가들을 지정, 위기를 부각함으로써 성조기 아래 하나가 되는 ‘애국 마케팅’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오스카는 칸느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을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림으로써 ‘로컬성’을 불식하려 하고 있다. 이미 세계가 인정한 봉준호의 영광과 ‘기생충’의 권위에 ‘뒷북치기’로 묻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생충’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부유층)과 제3세계권(반지하 서민)의 지구 계급간 갈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구촌의 고혈(膏血)을 빼먹는 커다란 기생충을 숙주(宿主) 삼은 작은 기생충의 통렬한 돌려차기말이다.
오스카의 '기생충'에 대한 경배(敬拜)가 스러져가는 제국의 뼈저린 자기반성이 될 수 있을까.
‘기생충’이 기생충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기 바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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