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서울 윤보미 객원기자>
임미리 교수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에 대해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16일 더불어민주당에 보낸 공개 요구다. 임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을 문제삼았던 민주당은 악화된 여론에 지난 14일 “고발 취하”를 발표하며 말미에 “유감”이라고 표현했다. 임 교수는 “당연히 당 지도부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함에도 공보국 성명 하나로 사태를 종결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지도부 중심으로는 “취하했으니 그걸로 끝내자”(홍익표 수석대변인)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고발을 주도했다고 지목된 “공보국 쪽”(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 최고책임자 홍 대변인은 16일 휴대전화를 종일 꺼놨다. 고발을 당 최고위에서 “지나가며 언급만” 하고 승인했다는 윤호중 사무총장도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다. 고발장 명의자인 이해찬 대표는 지난 14일 비공개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대체 누가 고발하자고 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누구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이 열성 민주당 지지층이 나서 대리전을 자처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운동 ‘조국백서’에 참여한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15일 “중앙선관위에 공직선거법 제254조 위반으로 임 교수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최성식 변호사 등 친여 성향 활동가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가_고발해줄게’란 해시태그를 달고 임 교수와 그의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에 대한 형사고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고·고발 행위가 민주당에 실제로 유리한 것일까.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출신 한 변호사는 “이해찬 대표가 정말 고발장 제출을 몰랐다면 ‘공문서 또는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다. 딱 떨어지는 사건”이라고 했다. “공당 대표가 날인한 고발장이 당 민원법률국을 통해 검찰청에 들어간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하면서다.
임 교수가 민주당에 무고죄를 주장할 여지도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7단계 조치(권고→주의→경고→주의사실 게재→경고결정문 게재→반론보도문 게재→정정보도문 게재) 중 가장 낮은 1단계(권고) 처분을 한 것에 대해 집권 여당이 형사처벌을 요구한 사건이다. 김웅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새로운보수당 법치바로세우기 특위는 이날 “처음부터 이 고발은 공직선거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에서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 (요청) 발언은 선거운동이 아니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다.
새보수당은 “선거 후보자가 대부분 결정되지 않은 지금 임 교수의 칼럼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단순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인 법률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덮어놓고 고발부터 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황당함을 느낀다”고 논평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같은날 “‘덮어놓고 고발’, ‘고발이 먼저다’라는 민주당 행태는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불손을 한눈에 보여준다”며 “임 교수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이 순간까지도 민주당은 여전히 요지부동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14일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에 대해 “과도한 정치의 사법화 폐해”를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사법부는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곳인데,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이 고발을 남발하는 건 자가당착”(이재문 한국외대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고발 이전에 민주당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겨레신문에 언중위 중재를 신청했다. 보수 언론과의 갈등 건수는 더 많다. 그간 홍 대변인이 이끄는 민주당 공보국은 정부·여당 비판 기사가 나오면 매체 성향을 불문하고 “언중위 제소 또는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발신했다. 그러다 이번 사태를 맞았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 있는 사과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에선 아직 당 차원의 사과나 대변인단 거취 문제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한다. 민주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번 일은 논조에 관계없이 기성 언론을 적대시하는 일부 당권파의 비뚤어진 인식이 빚은 참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