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단 32년이 되는 동포연극단 '맥'이 15년 만에 ‘의형제’(‘Blood Brothers’)라는 작품으로 동포들을 찾아간다.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Willy Russel)이 뮤지컬을 위해 만들어낸 ‘의형제’는 1980년대 당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 20여 년간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사진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 사진 : 극단 맥 제공
‘극단 맥’, 15년만에 윌리 러셀의 ‘의형제’ 공연 준비... 타 극단 전문가들도 제작 참여
남편이 도망가는 바람에 일곱이나 되는 어린 아이들로 모자라 뱃속의 아이까지 남겨진 존스턴 부인. 아이들에게 우유 먹일 돈도 없는데 쌍둥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자기가 청소부로 일하던 부잣집 주인이자 아이가 없는 라이언스 부인에게 한 아이를 맡기기로 하고, 아이들(미키와 에디)이 태어나자 라이언스 부인이 한 아이(에디)를 데려가 키우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몇 년 후, 서로 친해진 미키와 에디는 둘이 같은 날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단순한 친구를 넘어 의형제가 되지만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성인이 된 이들 중 하나는 공장노동자에서 범죄자(미키)로, 다른 하나는 잘 나가는 정치인(에디)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부의 계급이 분명하게 갈라진 각자의 상황에서 이들은 끝내 비극적 파국을 맞는다.
한국에서도 연극 무대에 올려진 바 있으며 특히 이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같은 제목의 작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던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Willy Russel)의 뮤지컬 ‘의형제’(‘Blood Brothers’)의 시놉시스이다.
미키와 에디라는 쌍둥이, 이들의 친모인 존스턴 부인과 그녀의 아이 하나를 키우게 된 라이언스 부인, 이외 몇몇 인물을 통해 1960년대 영국의 대표적 공업도시 리버풀(Liverpool)을 배경으로 계급간 갈등을 다룬 이 스토리는 1980년대 뮤지컬로 만들어진 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넘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20년 넘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극단 맥 창단 멤버이자 모든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배우 조상현씨(사진). 2007년 ‘나고돌씨 피박쓰다’(이 작품에서는 출연 대신 연출을 맡았다) 이후 활동이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극단 맥이 다시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극단 맥 제공
스토리 자체만 보면 TV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 설정이기도 한 이 작품이 뮤지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당시 계급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이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 때문이라는 평이다.
그렇다면, 연극 무대에서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202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 극작가 러셀의 애초 의도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될까.
시드니 각 동포 극단
전문 인력들, 제작에 참여
지난 1990년부터 시드니 한인사회에 연극을 선사해 왔던 ‘극단 맥’이 무려 15년 만에 ‘의형제’를 무대에 올린다. 극단 맥은 한국 TV 탤런트 출신의 연기자 배석구 대표가 창단, 첫 작품 ‘만선’(1990년)을 시작으로 지난 2007년까지 1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무대는 ‘맥’이 활동을 잠정 중단한 사이 동포사회에서 연극을 이어간 연출가 김민경씨를 비롯해 ‘이유 극단’의 강해연 감독, ‘SKY 극단’의 장윤진 대표가 합류해 공동연출(김민경, 장윤진) 및 음향-조명감독(강해연)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극단 맥’ 창단 멤버이자 배우인 조상현씨는 “연극 한편을 올리기까지는 많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호주 현지 전문가를 고용할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에 앞으로 상황에 따라 (각 극단이)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극의 완성도와 동포 극단의 협조체제를 발전시킨다는 의미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형제’는 영국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1960년대의 리버풀을 배경을 부에 따른 계급사회의 한 면을 드러낸 내용으로, 여러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전개된다. 사진은 무대 위에서의 동선을 익히는 배우들. 사진 : 극단 맥 제공
‘극단 맥’에 관여했던 배우 및 스탭, 이 극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있어 90년대의 활동에 대한 향수는 남다르다. 1990년 창단 이후 그 10년 사이에만 ‘맥’은 창단 작 ‘만선’에 이어 ‘이열치열’(91년), ‘결혼’(92년), ‘마술가게 in Sydney’(93년), ‘월급날 주급날’(96년), ‘시드니에 내리는 눈’(97년), ‘철부지들’(98년)을 내놓았고 새 밀레니엄 첫 해인 2000년에는 ‘밀레니엄 춘향전’을 선보이며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기에 2007년 공연(‘나고돌씨 피박쓰다’)을 끝으로 이어진 오랜 기간의 공백은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15년의 공백,
새 단원들에게서 위안
“연극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의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연극 소비층이 얇았던 이민자 사회라는 점도 극단 운영 면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바로 그런 점이 당시 ‘맥’ 활동을 지켜봤던 이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다.”
90년대부터 극단 맥의 공연을 꾸준히 봐 왔다는 한 교민의 말이다. 조상현 배우는 이들이 기억하는 ‘극단 맥’의 원년 멤버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은 대부분이 떠난 상황에서 배우 중에는 거위 유일하게 남아 있는 연기자이다(현재 김민경 연출가, 배석구 전 대표에어 이 직을 이어받은 배우 고준서씨 등이 남아 있다). 지난 2004년 ‘불좀 꺼주세요’까지 모든 작품에서 가장 비중 있는 역을 맡아 왔던 그는 2007년 ‘나고돌씨 피박쓰다’라는 작품에서만 연기 대신 연출을 담당했다. “당시 함께 했던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공연에서 멀어졌고 후배들도 활동적이지 못했다”는 그는 “생활과 연기의 병행이 어렵다는 것, 그것이 극단 유지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극단 맥의 이번 무대에는 '이유극단', 'SKY 극단'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사진은 지난해 'SKY 극단'의 연극에서 얼굴을 알린 윤소망(오른쪽)씨와 이번 작품에서 열정을 보인 김태현(왼쪽)씨. 사진 : 극단 맥 제공
이번 ‘의형제’에서 단역으로 1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그는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주연만 맡았던 배우’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말에는 ‘극단 맥의 부활’이라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그가 이번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타 극단과 콜라보 공연을 강조한 것, 또 지난해 11월 SKY 극단의 ‘행복’이라는 작품에서 얼굴을 알린 윤소망, 박영란씨를 비롯해 연기에 열정을 가진 김태현씨 등 새 얼굴들이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배경이다.
60년대 영국 자본주의의 한 상징이랄 수 있는 공업도시를 배경으로 부의 계급이 뚜렷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등장시킨 것은 낯설지 않은 설정이다. ‘의형제’의 시놉시스만을 보면 단순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상황 전개는 꽤 복잡하다. 그러기에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일은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연출가의 능력, 스토리의 축이 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 조연들의 역할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작품의 성패가 극단 맥의 새로운 활동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이들의 오랜 경력,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들, 이유 및 SKY 극단 전문가들의 참여가 ‘맥’의 부활을 가져올런지를 지켜보는 일도 연극만큼 흥미롭다.
■ 공연 정보
-일시 : 5월 14일(토)-15일(일) 각 오후 4시, 7시30분
-장소 : Tomann Theatre(136 Chalmers Sty, Surry Hills)
-관람료 : $35, 4인 할인 $120
-문의 : 0430 101 295, 0421 896 703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 종합(극단 맥 1).jpg (File Size:149.9KB/Download:30)
- 종합(극단 맥 2).jpg (File Size:61.0KB/Download:29)
- 종합(극단 맥 3).jpg (File Size:98.1KB/Download:32)
- 종합(극단 맥 4).jpg (File Size:39.5KB/Download: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