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은 10년 넘게 이어져온 호주 정계의 핵심 안건 중 하나이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현상(최악의 산불, 끔찍한 가뭄, 극심한 홍수)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압도적인 수의 유권자들은 호주가 더 많은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사진은 ABC 방송 ‘Vote Compass’의 ‘Environment’에 대한 여론 조사 이미지.
‘Vote Compass’ 조사... ‘이를 위한 높은 비용지출 용의’, 녹색당에서 가장 높아
녹색당 지지자 25%, 연 2천 달러 지출 가능... 연립 26%는 ‘지출하고 싶지 않다’
지난 10년 넘게 호주 정계를 사로잡은 오랜 주제는 ‘탄소배출 감축’이다. 과연 호주는 이를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기후변화 문제가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부상한 지금, 올해 연방선거를 기해 ABC 방송의 유권자 여론 조사인 ‘Vote Compass’가 다시금 이 주제를 제기한 가운데 압도적인 수의 호주인들은 “(탄소배출 감축에) 더 많은 조치를 원한다”는 답변이었다.
온라인 기반으로 실시되는 ‘Vote Compass’의 ‘환경’을 주제로 한 조사에서 유권자의 거의 60%는 탄소배출을 ‘(지금보다) 훨씬 더 줄여야 한다’는 반응이었으며 또 다른 20%는 ‘다소 더 감축할 수 있다’고 답해 전체의 79%가 추가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7%만이 탄소배출 감축을 더 적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다른 13%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환경 문제 인식,
보기 좋은 모습이다”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에 거주하는 캐서린 패터슨(Catherine Patterson)씨와 그녀의 가족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환경 실천가이다.
퍼스의 한 환경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패터슨씨와 그녀의 남편은 자동차를 이용해 많은 여행을 하는 것조차 자제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를 잊지 않는다.
그녀가 사는 집안의 대부분 가구는 중고품들이다. 새로 구입해야 하는 가정용품에 대해서는 몇 번을 더 생각해 구입을 결정하고, 집안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에서 퇴비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처리함으로써 가능한 쓰레기를 줄여가고 있다.
패터슨씨는 “호주의 많은 가정들이 우리와 같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보기 좋다”고 말했다.
배출량 감축 정책,
각 정당에 따라 달라
시드니대학교 피터 첸(Peter Chen)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증거가) 실제 상황이며 그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유권자들은 기후 변화가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고 진단하면서 “지난 선거(2019년) 이후 우리는 최악의 산불과 극심한 홍수를 겪었다”고 말했다.
동 대학교에서 공공정책을 강의하는 그는 올해 선거(5월 21일)가 끝나면 정치과학자들이 한 가지 핵심 질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기후 문제의 큰 영향을 보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첸 박사는 “지난 선거(2019년)에서 기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nvironment’를 주제로 한 ‘Vote Compass’ 조사에서 노동당, 녹색당, 자유-국민 연립을 지지하는 이들 대다수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지지했다.
하지만 호주가 ‘훨씬 더 많은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각 정당 당론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녹색당 유권자의 경우 94%라는 압도적인 수가 ‘훨씬 더 많은 조치’를 원하고 있으며 노동당의 81%가 같은 의견을 보인 반면 연립 지지층에서는 23%만이 ‘훨씬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첸 박사는 “이 같은 의견 차이가 놀랍지 않다고 본다”며 “기후변화 문제가 지극히 당파적이고 각 정당마다 뚜렷한 노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전기를 생산하고자 석탄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호주가 석탄을 수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유권자의 절반 가까운 이들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청정 자연을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 : Pixabay / bertvthul
연립 유권자들 사이에는 ‘호주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다수의 지지자가 있다. 58%는 정부가 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현재 역할(감축 조치)에 만족한다는 답변이었다.
이미 연립과 노동당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 제로’(net zero)라는 목표 달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3%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연립은 2030년까지 26~28 감축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탄소 포집(carbon capture. 이산화탄소 저장), 탄소 저배출 철강 생산, 수소 활용 등이 포함된다.
노동당은 송전망 업그레이드와 지역사회 배터리 및 전기자동차를 지원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비용 지불, 얼마까지 가능?
캐서린 패터슨씨 가족은 가계 예산에 친환경 투자를 고려한다. 그녀는 태양 전지판(solar panel), 전기자동차 및 충전소 이용으로 여러 공과금 청구서의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Vote Compass’에서는 또한 각 유권자에게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개인적으로) 얼마를 지출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녹색당 지지자의 4분의 1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연간 2천 달러 이상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이었다. 반면 연립 유권자의 4분의 1은 “그것(기후변화 방지)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개개인이 연간 100달러에서 500달러 사이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모든 정당 지지자들 25%가량이 적당하다는 반응이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는 점에서 ‘호주가 전력생산을 위해 석탄을 사용하는 국가에 이의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23%가 ‘강하게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어느 정도 동의’ 의견도 24%에 달했다.
이 의견에 중립적 태도를 취한 유권자들도 17%라는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34%는 ‘에너지 생산용 석탄 수출 금지’를 ‘강하게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부분에서는 여성 유권자의 ‘동의’(에너지 생산용 석탄 수출 반대)가 55%로 남성(37%)에 비해 더 높았다.
이런 가운데 자유-국민 연립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에너지용 석탄 수출 금지’에 찬성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63%가 ‘강하게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ABC 방송의 ‘Vote Compass’ 조사는 성별, 연령, 교육, 사용 언어(이민자 그룹), 종교, 거주지역 및 과거 투표 정당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고 호주 전체 인구와 일치시켜 전국적으로 호주인을 대표하는 조사 샘플을 만들어내 조사 내용을 집계하고 있다.
■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
(‘호주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훨씬 덜 해도 된다 : 4%
-어느 정도 덜 해도 된다 : 3%
-현재와 같은 수준 : 13%
-어느 정도 더 해야 한다 : 20%
-훨씬 더 해야 한다 : 59%
-모르겠다 : 1%
*이 조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29일 사이, 호주 전역 33만1,2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 탄소배출 감축에 대한 정당 지지자의 입장
(‘호주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각 정당 유권자 의견)
▲ 훨씬 덜 해도 된다
-녹색당 : 1%
-노동당 : 1%
-연립(자유-국민당) : 5%
-기타 정당 : 9%
▲ 어느 정도 덜 해도 된다
-녹색당 : 0
-노동당 : 1
-연립(자유-국민당) : 5
-기타 정당 : 5
▲ 현재와 같은 수준
-녹색당 : 0
-노동당 : 2
-연립(자유-국민당) : 31
-기타 정당 : 13
▲ 어느 정도 더 해야 한다
-녹색당 : 5
-노동당 : 15
-연립(자유-국민당) : 35
-기타 정당 : 17
▲ 훨씬 더 해야 한다
-녹색당 : 94
-노동당 : 81
-연립(자유-국민당) : 23
-기타 정당 : 56
*이 조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29일 사이, 호주 전역 33만1,2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 기후변화 방지 위한 개인의 비용 지출
(‘기후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얼마나 더 지출할 용의가 있나’에 대한 각 정당 지지자의 의견)
▲ 지출하고 싶지 않다
-녹색당 : 1%
-노동당 : 4%
-연립(자유-국민당) : 26%
-기타 정당 : 23%
▲ 100달러 미만
-녹색당 : 4%
-노동당 : 6%
-연립(자유-국민당) : 15%
-기타 정당 : 8%
▲ 100~500달러 사이
-녹색당 : 24%
-노동당 : 25%
-연립(자유-국민당) : 24%
-기타 정당 : 20%
▲ 500~1,000달러 사이
-녹색당 : 23%
-노동당 : 24%
-연립(자유-국민당) : 16%
-기타 정당 : 16%
▲ 1,000~2,000달러 사이
-녹색당 : 17%
-노동당 : 17%
-연립(자유-국민당) : 7%
-기타 정당 : 13%
▲ 2,000달러 이상
-녹색당 : 25%
-노동당 : 17%
-연립(자유-국민당) : 5%
-기타 정당 : 15%
▲ 모르겠다
-녹색당 : 5%
-노동당 : 6%
-연립(자유-국민당) : 7%
-기타 정당 : 7%
*이 조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3일 사이, 호주 전역 4만1,3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 발전용 석탄 수출 금지에 대한 의견
(‘호주는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이를 수출해서는 안 된다’에 대한 의견)
-강하게 동의 안 함 : 16%
-어느 정도 동의 안 함 : 18%
-중립 : 17%
-어느 정도 동의 : 24%
-강하게 동의 : 23%
-모르겠다 : 3%
*이 조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29일 사이, 호주 전역 33만1,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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