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1년이 되는 호주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 ‘아치볼드 프라이즈’(Archibald Prize)의 대상은 ‘덩구티’(Dhungutti) 부족 출신의 원주민 예술가 블락 더글라스(Blak Douglas. 일명 Adam Hill)씨에게 돌아갔다. ‘Moby Dickens’라는 제목의 이 초상화는 친구인 원주민 예술가 칼라 디킨스(Karla Dickens)씨를 대상으로 작업한 것이다. 사진 : AGNSW / Felicity Jenkins
‘Dhungutti’ 부족 작가 블락 더글라스, 동료 화가 칼라 디킨스씨 초상화로
NSW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이 호주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최고 권위의 초상화 공모전인 올해 ‘아치볼드 프라이즈’(Archibald Prize 2022. 상금 10만 달러) 대상은 ‘덩구티’(Dhungutti) 부족 출신의 원주민 예술가 블락 더글라스(Blak Douglas. 일명 Adam Hill)씨에게 돌아갔다.
그의 올해 아치볼드 수상은 지난 2020년 ‘아렌테’(Arrernte) 부족 출신이자 원주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 알버트 나마찌라(Albert Namatjira)의 증손자인 빈센트 나마찌라(Vincent Namatjira)가 원주민 출신의 호주 풋볼(Australian rules football) 선수인 아담 구스(Adam Goodes)와 함께 한 초상화 ‘Stand Strong for Who You Are’로, 원주민 작가로는 ‘아치볼드’ 사상 처음으로 대상을 차지한 이래 두 번째이다.
더글라스씨가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인 칼라 디킨스(Karla Dickens)씨는 NSW 중북부 리스모어(Lismore) 지역에 거주한다. 이 지역은 지난 2월과 3월의 집중 폭우로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은 곳으로, 이 초상화의 배경인 14개의 검은 구름은 폭우가 쏟아진 낮과 밤의 수를 나타낸다. 사진 : AGNSW / Mim Stirling
더글라스씨는 이전까지 아치볼드 최종 결선에 네 번 오른 바 있으며, 올해 다섯 번째 만에 대상을 거머쥐게 됐다. 그는 지난 5월 13일(금) NSW 주립미술관에서의 시상식에서 “이 그림은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한 채 (예술가라는) 꿈을 추구하고자 위험을 감수한 지난 20년을 나타낸다”면서 “많은 동료 예술가들이 이에 대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글라스씨의 이번 수상작은 본인이 직접 ‘전설적 전문 작가’라고 표현한 NSW 주 중북부 리스모어(Lismore) 지역의 ‘분잘렁’(Bundjalung) 부족 원주민 작가이자 친구인 칼라 디킨스(Karla Dickens)를 묘사한 그림으로, 올해 초 홍수로 물에 잠긴 고향의 진흙투성이에 무릎까지 잠긴 그녀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이는 올해 2월에서 3월 사이 NSW 주 노던 리버스 지역(Northern Rivers region)을 휩쓴 파괴적인 홍수 피해의 후유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더글라스씨는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또한 “이번 수상을 통해 내 가장 친하고 가까운 친구를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 것도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Moby Dickens’라는 제목의 이 초상화의 주인공인 디킨스씨는 NSW 주립미술관과 연결된 화상 인터뷰에서 더글라스씨의 수상을 축하하여 “당신이 자랑스럽다. 아담, 정말 멋진 그림”이라고 말했다.
올해 '아치볼드'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또 하나의 작품은 시드니 기반의 예술가 주드 라이(Jude Rae)씨가 그려낸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씨의 초상화이다. 그리피스씨는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이기도 하다. 사진 : AGNSW / Mim Stirling
올해 아치볼드 심사위원들은 더글라스씨의 작품뿐 아니라 주드 라이(Jude Rae)씨가 출품한 호주 엔지니어이자 발명가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씨의 초상화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초상화 대상의 아치볼드와 함께 특정 주제나 벽화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술만 상’(Sulman Prize. 상금 4만 달러)은 전사 라이코(Raiko)와 악마 슈텐도지(Shuten-dōji)의 싸움을 공동 작업한 아티스트 듀오 클레어 힐리(Claire Healy)와 션 코데이로(Sean Cordeiro)씨에게 돌아갔다.
이와 함께 풍경화 부문에 주어지는 ‘윈 상’(Wynne Prize. 상금 5만 달러)은 ‘Eora’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한 니콜라스 하딩(Nicholas Harding)씨가 차지했다.
독학으로 예술 전반 공부
더글라스씨는 독학으로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팝 아트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지원이 있었기에 화가로서 경력을 이어오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치볼드 프라이즈’(Archibald Prize)에서 특정 주제나 벽화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술만 상’(Sulman Prize)은 전사 라이코(Raiko)와 악마 슈텐도지(Shuten-dōji)의 싸움을 공동 작업한 아티스트 듀오 클레어 힐리(Claire Healy)와 션 코데이로(Sean Cordeiro)씨가 차지했다. 사진 : AGNSW / Mim Stirling
시상식 후 그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아치볼드 수상자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을 ‘길고 힘든 시간’(a long haul)으로 묘사하면서 “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마치 만리장성의 일부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이토록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일은 꽤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치볼드 수상 작품인 ‘Moby Dickens’는 올해 아치볼드에 출품된 800편 이상의 그림들 가운데 가장 큰 그림이다. “칼라는 신체적으로 작은 키이지만 우리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기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더글라스씨는 “이런 작업(큰 화폭에 그려내는 일)은 자주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원주민 부족들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더글라스씨는 지난 2015년(Budjedi 부족 장로이자 원주민 문화 연예인 Uncle Max Eulo의 초상화), 2018년(Wiradjuri 부족 원주민 예술가 Uncle Roy Kennedy의 초상화), 2019년(Bidjigal 부족 원주민 예술가 Esme Timbery의 초상화) 및 2020년(Arrernte 부족의 젊은 원주민 운동가 Dujuan Hoosan의 초상화)에 아치볼드 결선에 오른 바 있으며, 올해 다섯 번째 만에 대상을 차지했다.
풍경화 부문에 주어지는 ‘윈 상’(Wynne Prize)을 수상한 니콜라스 하딩(Nicholas Harding)씨의 작품 ‘Eora’. 부문별한 토지개간을 경고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사진 : AGNSW / Mim Stirling
상금 10만 달러인 아치볼드 프라이즈는 1919년 사망한 ‘블레틴’(The Bulletin) 편집장(J. F. Archibald)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호주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올해 ‘아치볼드’와 함께 ‘윈’, ‘술만’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5월 14일(토)부터 NSW 주립미술관에서 전시가 시작됐다.
■ Archibald 2022
-총 816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2개 작품이 최종 결선에 선정
-올해 결선 진출 작가 52명 가운데 3명은 원주민 출신 예술가
-올해 결선 진출 작가 52명 가운데 여성 작가는 22명이며 남성 작가는 30명
-52명 가운데 처음으로 결선에 오른 작가는 27%
-예술가를 그린 초상화는 총 19개 작품이었으며 이중 8편은 자화상, 11편은 다른 예술가를 그려낸 것임
-최종 결선 진출작은 예술가 토니 알버트(Tony Albert), 캐롤라인 로스웰(Caroline Rothwell)씨 등이 포함된 NSW 주립미술관 이사회에서 심사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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