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계선 / 뉴스로
“홀라당 웃옷을 벗으세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끌러 놓으시고. 양팔과 양다리를 쭉 펴서 늘어뜨리고 침대에 편하게 엎드리세요. 자 이제부터 맛사지를 시작합니다”
보조개가 예쁜 남미아가씨가 이국(異國)의 언어로 속삭였다. 체구가 중학교여학생처럼 자그마해서 지시를 받으면서도 여간 귀여운게 아니었다.
(내가 맛사지 받으러 와서 서양소녀와 원조교제를 체험하는건 아닌가?)
엉큼한 생각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데 아가씨의 행동이 수상쩍었다. 달려들더니 내 등짝 여기저기에 전기줄이 연결된 반창고를 붙이고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찌르르 하고 간지럽게 들어오던 전기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몸이 펄쩍 튀어올랐다.
(아악! 내가 알카에다 테러분자도 아닌데, 웬 중앙정보부 전기고문이냐?)
“놀라지 마세요. 전기 맛사지입니다. 강약조절을 하는 중이에요”
아가씨가 웃으면서 전압을 내려주자 난 이내 잠이 푹 들어 버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여체의 향기가 내 코를 자극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여인의 부드러운 손이 내몸의 구석구석을 더듬고 있었다. 백옥처럼 하얀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매. 입을 열적마다 꿀송이가 뚝뚝 떨어져 내릴것 같은 붉은 입술. 허벅지가 허옇게 드러나는 반바지에 청색까운을 걸치고 있는 미녀가 웃고 있었다. 내가 선녀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즐기는 꿈을 꾸고있는 건 아닌가? 꿈이 아니었다.
“안녕. 앞으로 수요일마다 미스터리를 맛사지할 비키예요”
쭉 빠진 러시아미녀가 웃고 있었다. 얼마전 한인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목사님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몸이 굳어지는 병입니다. 몸이 굳어지면 경도(徑道)가 막히고 근육이 뭉쳐있어서 허리와 어깨가 아픔니다. 맛사지를 받는게 좋습니다. 맛사지는 경도를 뚫어주고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니까요”
난 평소 맛사지를 죄악시 해왔다. 성매매로 인식돼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맛사지 하면 맛사지팔러(Massage Parlor)로 통한다. 맛사지(Massage)하다가 은밀한 객실(Parlor)로 자리를 옮겨 색스를 한다. 조각팬티를 입은 아가씨가 팬티만 입은 손님의 몸을 구석구석 쓰다듬다가 실수한척 국부를 건드린다. 손님이 흥분하면
“팔러(Parlor-객실)에서 특별맛사지를 받고 싶으세요? 호텔맛사지 모텔맛사지 집으로 찾아가는 에스코트맛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맛사지팔러다. 일명 고추농사라고 부른다. 고추농사를 잘하면 한달에 7만불도 번다. 맨 정신으로 어려워 마약을 하다보면 결국 알거지폐인으로 끝나버린다.
부흥회를 인도하다 보면 가끔 맛사지미녀를 만나게 된다. 은혜충만한 설교를 한 밤일수록 묵고 있는 호텔침실로 피곤과 고독이 몰려온다. 밤무대공연을 끝낸 스타배우처럼 뒤풀이를 해줘야한다. 명상과 독서로 풀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섹스어필로 유명한 미녀부흥사 캐드린쿨만은 밤 설교후에 포도주로 피곤한 그리움을 달랬다. 그러다 그녀는 알콜중독자로 전락하여 폐인이됐다. 덩치큰 부흥사 K는 미녀맛사지를 즐겼다. 그는 바람둥이목사로 유명했다.
뉴욕의 미녀 K는 뉴욕모교회 접대담당집사다. VIP급의 강사목사님이 설교하러오면 그녀는 다과를 대접하고 안마를 해드렸다. 관광코스를 모시고 다니면서 로마의 휴일처럼 뉴욕의 밤을 안내했다. 초대형교회의 J목사를 비롯 일류부흥사들이 그녀의 단골이었다.
나 같은 무명부흥사에게도 맛사지 미녀가 찾아온 적이 있다.
“강사목사님에게 신앙상담을 받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피곤하실텐데 우선 맛사지를 해드리겠습니다”
속이 비치는 야한 밤옷을 입은 아가씨는 내아내보다도 예뻐 보였다. 나도 이제 유명부흥사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구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내일 합시다. 내일 다시 와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다음날 밤, 설교를 시작하기전에 이런 부탁을 했다.
“부흥회기간에 신앙상담은 일체 받지 않습니다. 나는 이교회 성도들의 사정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신앙상담은 여러분의 사정을 잘 아시는 담임목사님과 하세요. 또 부흥회 끝나면 원수같은 남남이 돼야합니다. 강사와 편지하고 만나는 건 영적 간음(姦淫)입니다. 강사가 기도해준다는 약속을 믿지 마세요. 내교회성도 기도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난 이 약속을 철저히 지켜왔다. 한걸음 더나가 목회하다 떠난 교회는 두 번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그게 모두 맛사지미녀 때문에 얻은 교훈이다.
그런데 이제부터 나는 맛사지를 받는 목사가 됐다. 파킨슨병 때문이다. 후러싱으로 나가 맛사지를 받았다. 한인통증센터라 서비스가 좋다. 커피와 점심을 대접하고 차로 모셨다. 그런데 조선족 남자들이 주먹구구로 배운 맛사지다.
동내병원(Therapy)으로 옮겼다. 걸어서 30분 거리를 바닷가로 돌아 1시간 반을 걸어간다. 걷는 거야말로 최고의 통증치료이기 때문이다. 유태계 러시아인 막스 & 비키부부가 운영하는 통증센터다. 맛사지사들이 모두 대학원에서 공부한 의사들이다. 수요일엔 부인 비키에게서 금요일엔 남편 마크스에게서 맛사지치료를 받는다. 연변족 맛사지와는 질이 다르다. 30분동안 전기맛사지를 하고 나면 비키가 달려들어 30분동안 손맛사지를 한다. 기름을 발라 피부를 부드럽게 한후 뼈가 으스러지도록 눌러댄다. 그리고 구석구석 먼지를 털듯 풀어준다. 비키는 명랑하고 재치가 있어 같이 떠들어줘야 좋아한다.
“비키가 뼈를 눌러댈때는 갈비뼈 척추뼈를 모두 부러뜨려 빼내는 것처럼 아팠어요. 그러나 살살 어루만질 때는 뽑아낸 뼈들에게 붙어있는 기름덩이를 모두 제거한후 깨끗하게 다시 끼우는 것처럼 시원하군요.”
“탱큐, 미스터리는 테라피(Therapy)가 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군요.”
금요일에는 공자님처럼 얌전한 남편 마크스의 테라피를 받는다. 남편을 만나면 이틀전 말광량이 비키와 떠들었던 내용들을 정리하는 대화를 나눈다. 늙은 고목에도 봄바람이 불어오면 순이 돋고 꽃이 핀다. 늙고 병들어 돌부처처럼 무거운 몸이지만 비키의 테라피를 받고있으면 행복하다. 나는 미녀의 맛사지를 즐기는 목사다.
아내보다 더 예쁜 미녀
* 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목회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하고 있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