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직종의 ‘482 취업비자’ 소지자에 영주권 신청 기회 부여

 

신라 시대에 혈통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분을 나눈 골품제가 있었다. 성골, 진골, 6두품, 5두품, 4두품 등으로 구별됐다. 양친이 다 왕족인 성골이나 한 편이 왕족인 진골이 아니면 왕이 될 수 없었다. 능력이 아니라 출신 성분에 따라 성공의 한계를 제한한 골품제의 모순은 신라 멸망의 한 원인이 됐다.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현행 호주 고용이민법의 기본 틀은 골품제와 유사하다. 처음부터 직업을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중장기직종(MLTSSL)과 그렇지 못한 단기직종(STSOL)으로 구분한다. 식당매니저, 마케팅, 미용사, 요리사, 언론, 제과, 제빵, 광고, 패션과 그래픽 디자인, 스포츠 코치, 의료 마사지 등 단기직종은 482 취업비자 관련 불이익은 물론, 아예 취업 영주권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젊고 경력이 많고 영어를 잘하고 스폰서 회사가 건실해도, 마치 6두품은 절대 왕이 될 수 없는 골품제처럼 이민의 길이 막혀 있다.

 

이러한 제한이 2023년 11월 25일부터 완전히 철폐된다. 이제 단기직종으로 482 취업비자를 받아도 중장기직종과 마찬가지로 고용주지명이민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최소 3년 근무 후에 영주권 신청을 가능하도록 한 요건이 1년 단축돼 2년으로 완화됐다. 단기직종에 드리워진 지긋지긋한 골품제의 저주가 시원스럽게 풀린 셈이다. 또한 호주에 체류하면서 2년씩 2번만 허용했던 단기직종의 482 취업비자 신청 제한 역시 폐지되어, 4년 후에도 계속 고용된 상태에서 비자 연장이 가능하게 됐다.

 

단기직종은 대체로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인력이 풍족한 분야로, 외국 인력이 호주 고용시장에서 단기간 근무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외국 인력이 대거 호주를 떠나 오히려 단기직종 분야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영주권 전망이 없기에 외국에서 신규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벌어진 사태였다. 반면, 이민이 가능한 중장기직종은 상대적으로 인력 수급이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호주 이민성은 취업 스폰서를 통해 482비자를 받았다면, 직종을 가리지 않고 영주권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인력 유치와 기술부족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25일에 새로운 법규가 시행되면 이미 단기직종으로 482비자를 소지한 사람들은 그대로 혜택을 볼 수 있다. 단기직종 482비자의 승인 기간은 2년이기 때문에 고용주지명이민을 신청하려면 2년 근무가 채워지는 마지막 날 저녁 5시부터 자정까지의 시간대에 반드시 접수를 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이기에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기술적 위험이 있다. 미리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고 신청 가능한 몇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기직종 위주로 482비자 신청이 폭증할 가능성이 높아 심사 기간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주권 직종의 골품제가 풀리면 한동안 취업이민이 급증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음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거나 단기직종 분야의 인력난이 해소되다 못해, 노동력은 남아도는데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여론이 확 돌아설 수도 있다. ‘골품제’ 비슷한 새로운 저주가 별안간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기회가 왔을 때, 문이 열리고 있을 때, 지체 없이 도전하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Jeong Dongchul.jpg

정동철 / 변호사

  • |
  1. Jeong Dongchul.jpg (File Size:57.2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3203 호주 재외선거인 등록했다가 이후 국적 상실 또는 주민등록을 했다면...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3202 호주 마이클 린드만 작가, 제10회 ‘한호예술재단 미술공모’ 상금 2만 달러 차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3201 호주 가언과 진언 사이- 35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3200 호주 “문학 꽃잎 다섯 장 모여 무궁화 꽃마당 활짝 피웠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3199 호주 “22대 대한민국 총선 참여로 호주 재외국민 목소리 보여줄 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3198 호주 호주 주요 정-재계 인사들, 하이스쿨 여학생들과 ‘커리어’ 공유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3197 호주 “장애를 가진 이들 또한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자 함께 하는 이웃...”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3196 호주 평통 호주협의회, 청년 자문위원 대상의 ‘통일 불씨 캠프’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3195 호주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동포 청년들, 조국 위한 선열들 희생 추모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3194 호주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감동...” 두 번째 청소년 음악 콩쿨 성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3193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 제22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국외부재자 신고’ 접수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3192 호주 ‘함께 하는 모두의 한인회’ 목표... 34대 시드니한인회 출범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3191 호주 “방한 연수로 한국 알았고, 보다 큰 세계를 보는 계기 됐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3190 호주 시드니 한국문화원, ‘PowerhouseLate’ 프로그램 통해 ‘한국문화’ 소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 호주 이민 칼럼- 호주 취업이민, ‘골품제’의 저주가 풀렸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3188 호주 서울 뉴욕 베이징의 신진작가들, ‘디아스포라 예술’의 다양성 제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3187 호주 시드니총영사관-Multicultural NSW, ‘다문화 보조금’ 설명회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3186 호주 호주 현지 한국어 과정 중등부 학생 대상, ‘한국어 말하기’ 대회 성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3185 호주 민간 복지단체 CASS, ‘지역사회 예방접종 인식 확대’ 프로그램 진행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3184 호주 ‘시드니재외선거관리위원회’, 총선 앞두고 호주 재외국민 선거업무 개시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