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1] 깡촌 교회마을 ‘전축’에 얽힌 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시상에나... 장동백이 아들 실성혔나벼! 밥도 제대로 못 끓이는 주제에 전축이 다 뭐다냐?" "뭐시기라? 얼마전에는 옆집 이장에게 쌀 산다고 500원만 빌려달라고 했다는구만요." "얼라리, 기가맥혀! 땅 한 뙈기 없는 집구석에 밤이나 낮이나 그 놈의 이미자 노래 백남봉이 코 맹맹이 소리 틀어놓고...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100여 년 전 초 양코쟁이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는 교회가 훤이 올려다 보이는 동네 고샅에서 곰배마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근댔다. 80여 가구 동네에서 전축을 가진 집이라곤 3대째 술도가를 운영하고 있는 조부자네 집과 서울 사는 아들이 알루미늄 샷시 공장을 차려 성공했다는 '판석이 양반네' 뿐이었다. 선거 바람에 동네에 전기가 들어온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곰배마을에 전축은 호화 사치품이었다. 병들어 누워 있는 아버지 장동백이와 단둘이 살고 있는 장철식 집사가 동네 어른들에게만 욕을 먹었다면 덜 힘들었을 것이었다. 그네들이 아침 저녁으로 뒷덜미에 대고 욕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었다. 어느날 저녁 무렵 지게를 지고 당산에서 내려오던 불알친구 병석이까지 "어이 철식이, 산지 얼마 안된 전축이니 되팔 수는 없을 팅께로 몇주만이라도 끄고 살지 그랴. 동네 사람들도 그렇고 교인들도 말들이 오가고 있응께 좀 거시기 허네" 하고 우물거리듯 내뱉었다. 철식은 마치 불붙은 부지깽이로 얼굴을 덴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늘 목사님 사택에 드나들던 병석이 동생 봉례가 철식네 사립문으로 고개를 삐쭉 들여 밀고서는 "오빠, 목사님이 오늘 저녁 시간 되는 대로 좀 오시라네요" 하며 씨익 웃고 사라졌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철식은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듯 했다.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사택에 철식이 도달하니 어두운 표정의 목사님과 정 장로가 함께 마루에 앉아 있었다. 정 장로는 곰배마을을 끼고 흐르는 금강변 간척지 개발 열풍에 묻혀 이태 전에 곰배마을로 이사를 온 분이다. 행색이나 언변이 세련되고 자신감에 넘쳐 있는 표정만으로도 시골 교회 장로나 집사들을 지레 쫄아들게 하는 분이었다. 정 장로가 교회에 거액의 십일조를 했다는 것은 알만한 교인들은 다 알고 있었고, 장철식 집사네 조차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 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장 집사, 어찌 된 거요. 듣자하니 날마다 이미자와 백남봉이하고 노작(닥)거린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게 사실이요? 뭐가 어찌된 거요. 난 장 집사가 성실하고 믿음 좋은 줄 알고는 있지만…" "에, 거시기 그렁께로 좀 사정이…" 장 집사가 죄지어 주인마님에게 불려온 종복처럼 왼손으로 오른쪽 팔을 문지르며 어쩔줄 몰라 하는 태도로 우물거렸다. "집사님,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스럽지 못한 행동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찮아도 당산(무당이 천제를 지내던 야트막한 산) 고목나무가 불에 타 없어지고 난 후에 안 믿는 동네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데…" 목사님은 순박한 철식의 표정과 행동거지에 마음이 쓰였는지 무슨 말인가 더 하려다 그만두고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하는 표정으로 지긋이 철식을 내려다 보았다. 옆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정 장로는 '세상 방가와 만담이나 즐기는 서리 집사 주제에 사정은 뭔 놈의 사정'이냐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맛을 쩍쩍 다시며 저만치 당산쪽에 눈길을 보냈다. 얼마전 철식이네 바로 뒷켠의 당산 한가운데 우뚝 버티고 서 있던 고목나무가 한밤중에 불에 타 없어지는 장면을 지켜본 동네 사람들은 마을에 변고가 생길 징조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100년이 되었는지 200년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고목나무는 밑둥쪽에 큰 구멍이 나 있었고, 송 집사의 어린 동생이 그 속에서 불장난을 하다 그냥 두고 내려오는 바람에 몽땅 타 버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산자락 바로 밑에서 시시때때로 백남봉의 만담이 흘러나오고 이미자 의 동백아가씨가 시드러지게 흘러 나왔으니... 목사님의 호출을 받아 눈총을 받고 나온 며칠 후 1년여를 투병하던 철식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무슨 질환인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고물 장사로 전국을 떠돌던 철식의 아버지는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한채 약한첩 변변히 써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이다.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었으니 재수없게 감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다 바로 얼마전까지 '전축 사건'으로 미운 털이 박혀 있던 터였으니 '교리'가 아니라도 '교회장'은 난감한 일일 터였다. 결국 친구 병석이를 비롯한 동네 청년들이 추렴을 한 돈으로 상여를 빌려서 장례가 치러졌다. 그리고 장례를 치른 날 저녁 철식네 집에서 들려온 대성통곡 소리에 동네 사람들은 잠을 설쳐야 했다. "아이고, 불쌍한 우리 아부지. 세상에서도 지옥살이 하다 죽어서도 지옥 가서 어쩐대요. 예수님 우리 예수님, 죽은 사람 위해서 지옥에도 가셨다는디 우리 아부지 좀 꺼내주쇼잉. 아이고 아이고." 철식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난 어느날, 마침 집앞을 지나던 고물장수에게 전축을 팔아 치웠다. 그날 밤 늦게 막걸리를 잔뜩 마시고 불콰해진 얼굴로 곤두박히듯 병석이네 사랑방을 찾아온 철식은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고물 리어커 끌고 다니며 백남봉이 만담과 이미자 노래를 그렇게나 좋아 하시던 우리 아부지 땜시 전축을 샀는디, 다 소용없는 일이 돼 버렸당께. 이제 고민도 끝나부렀시야. 돈까지 빌려서 장만한 전축도 팔아 치웠응께 이제 우리 하나님 아부지만 잘 믿으문 되능거 아니겄어? 컥컥컥, 으허 으헉 아이고!" 얼마후 고물장수 장동백이 아저씨의 외아들 장철식 집사는 곰배마을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후로 그의 소식을 들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던 오두막마저 어느해 장마로 무너지고 말았다. |
- 공지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통한 미래, 투표만이 답이다! 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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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환자' 우일병, 고참을 들이받다 [꽁트: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2] 한 '꼴통' 기독교인의 참회록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우일병이 소속된 사진반은 밤 12시가 넘도록 암실에서 현상.인화 작업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희미한 적조등 아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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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WBiz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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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계선(뉴스로) 김포공항 가는 등촌동 언덕배기에 서있는 나사렛신학교. 여름방학이라 기숙사는 빈집이었다. 졸업반인 난 잠간 들릴 일이 있어 문을 여는데 찬송(讚頌) 소리가 들려왔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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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위클리-플로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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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개같은 날의 오후 <5.18 시선> 김명곤 희극같은 요설이 판치는 세상 전씨가 ‘신동화’ 인터뷰에서 12.12 쿠테타를 묻는 기자에게 “12.12가 뭐죠?” 되묻고는 '예우해주면, 망월동 참배 가겠다’ 그랬답뎌 아하, ‘망각’도 ‘각’이라 전두환 선사의 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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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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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이등병 구하기 2] ‘모래시계’에 묻혀버린 광주의 진실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예우'해주면 망월동을 참배하겠다"는 언급을 하여 광주 시민들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1979년 치밀하게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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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와 노닥거린 장동백이 아들, 곰배마을 영영 떠나다
- 코리아위클리-플로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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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 예수이름으로, 예수이름으로 1] 깡촌 교회마을 ‘전축’에 얽힌 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시상에나... 장동백이 아들 실성혔나벼! 밥도 제대로 못 끓이는 주제에 전축이 다 뭐다냐?" "뭐시기라? 얼마전에는 옆집 이장에게 쌀 산다고 500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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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방문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 유감
- GWBizNews ·
- 16.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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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칼럼] 대한민국 방문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 유감 몽골 대통령 이름 한글 표기는, 2005년 6월 22일에 열린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63차 회의에서 확정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가 옳은 표기이다 알렉스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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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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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이광희 :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대한민국 아픈 역사의 한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의 도입 부분이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80년대를 가열차게 살아온 86(80년대 학번에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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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이 넓다’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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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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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 이야기] 시사건건 간여했다 피해입은 경험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미국 격언에 '늙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하였다. 이민 1세대가 미국땅에서 크게 성공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늙어 마음 편히 살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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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 가볍게 보면 곤란합니다
- 코리아위클리-플로리다 ·
- 16.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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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가입 늦출수록 나중에 후회, 절세 효과도 상당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신빙성이 높은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다수가 은퇴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X세대라고 불리는 21세-34세까지의 성인과 Y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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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보다 먼저 모실 부모님
- 뉴스로_USA ·
- 16.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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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경락 목사 Chosun.com이 소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국민 절반 이 "어버이날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겠다" 고 한 답변을 소개했다. 장성한 두 아들이 결혼하여 사랑하는 딸이 둘이나 생겼다. 올해도 그들은 부모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 끈딸은 어머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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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파리로 향한 이유?
- 프랑스존 ·
- 16.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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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여기에 왔느냐, 여기까지 와서 무얼 하려는 것이냐?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심정은 알겠는데, 우리도 너무 바쁘다. 난민 문제도 산적해 있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해야할 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멀리 변방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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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라는 이름의 부끄러움
- 프랑스존 ·
- 16.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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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처럼 높고 높은 어버이 은혜,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하여라’ 정철(1536-1593)의 훈민가(訓民歌)는 부모님의 숭고함을 잊지 말고 공경하라는 가르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버이’라는 표현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자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