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시장과 경찰국장 있는 남부, 동성애 결혼 방해하는 북부
▲ 올랜도에서 발생한 게이 나이트클럽 사건은 주내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차이를 재고시켰다. 사진은 다운타운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육교의 ‘올랜도’ 사인에 무지개색 바탕 ‘스트롱(강함)’ 철자가 담긴 모습. ⓒ 코리아위클리 자료사진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는 보수적인 타주에 비해 성소수자(LGBT)들의 커뮤니티가 상당수 존재하고 활동 도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 시선은 남쪽과 북쪽이 선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독특한 주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올랜도 소재 게이 나이트클럽은 남과 북을 가르는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에이피 통신>은 지난 달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주민들로 하여금 성소수자에 대한 플로리다의 전반적인 관념을 재고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최근 지적했다.
플로리다 최남단의 키웨스트는 미국에서 동성애자에 가장 관대한 지역 중 하나이다. 반면 플로리다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팬핸들쪽으로 향할 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은 냉냉해 진다.
키웨스트는 경찰 국장이 게이이며, 카운티 시장은 레스비언으로 미국에서 스스로 게이임을 밝힌 동성애자를 경찰 국장으로 선출한 첫 도시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성소수자들은 한해 45만명이다. 경찰차, 앰블런스, 소방차를 포함해 모든 시티 차량에는 "원 휴먼 패밀리(One Human Family)"라고 적힌 범퍼 스티거가 부착돼 있을 정도이다.
키웨스트가 속한 몬로 카운티 관광객 개발 위원회에서 성소수자 분야를 맡고 있는 가이 로스는 지역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멸시나 판단 그리고 폭력 발생 위험이 없는 안전한 장소라고 지적한다. 애써 차별을 눌러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절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반면 하얀 모래 사장이 일품인 플로리다 북서부 지역은 가족 중심의 타운들이 운집한 곳으로 게이들을 용납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는 편이다.
2014년 플로리다에서 동성애자 결혼이 합법화 되자, 팬핸들 지역 산타 로사 카운티 위원회는 동성애자 결혼을 피하기 위해 일반 결혼 예식조차 아예 중단했다. 지역 중심 도시인 펜사콜라에는 소규모 성소수자 커뮤니티 센터가 자금 부족으로 문을 연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없어지고 말았다.
성소수자 권리 단체인 ‘이퀄리티 플로리다(Equality Florida)’ 운영자인 나딘 스미스는 플로리다는 두개의 조각을 이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나딘은 주내 절반은 성소수자에 혐오 분위기가 있는 탓에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탬파에서 집이 있는 펜사콜라를 동반 가족과 함께 여행할 경우 자연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주정부 차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범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공화당 주도 플로리다, 성소수자 권리에 아직 입장 단호
그동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행정부는 성소수자 차별과 관련해 증오 범죄를 금하는 법안을 계속 폐기해 왔다. 지난 달 12일 게이클럽 펄스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 사회적 결속감이 강화되는 분위기지만, 관광 메카인 올랜도를 피난처로 여기는 일부 동성애자들에게는 두려움을 안겼다.
또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일부 공화당과 보수 기독교 리더들에게는 심적 부담을 가져다 주었다. 대량으로 생명이 사라진 마당에 성소수자들에 대한 동정심마저 보이지 않고 지날 수 없는 탓이다.
팸 본디 주 법무장관은 올랜도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공격하는 어느 누구도 기소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CNN 한 기자는 주 법무장관이 동성애자 결혼 금지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는 동성애자들이 본디를 위선자라 부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본디 장관은 유권자들의 뜻을 받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방어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무지개색으로 칠한 자신의 손이 그의 개인적 견해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극보수 공화당 성향을 보여온 릭 스캇 주지사는 이번 사건 이후 동성애자라 할 지라도 사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동성애자 커뮤니티는 주지사가 아예 성소수자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의 동정을 '악어의 눈물'로 치부하는 편이다. 이들은 게이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플로리다 가족 정책 위원회(FPC)가 사고 희생자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자는 성명에도 별다른 위로를 받지 않는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 두고 있는 이상 현재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FPC는 성소수자 단체가 이번 사고를 정치적 아젠더로 삼으려 한다고 꼬집고, 설사 주 법을 바꾼다 해도 펄스 나이트클럽과 같은 사고는 여전히 발생할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