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주 한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4등> 상영에 앞서 진행된 관객과의 만남에서 정지우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과 배우 이항나(왼쪽에서 세 번째)씨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7회 호주 한국영화제, 가장 오랜 영화에서 최근 흥행작까지
풍성한 라인업... 연출가-배우들, 시드니 현지 관객과 만남도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안신영, 이하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삼성 호주법인이 후원하는 제7회 호주영화제가 지난 8월10일부터 18일까지 시드니에서 첫 포문을 열었다.
총 20개 작품 가운데는 1934년에 제작된 <청춘의 십자로>부터 최근 좀비 영화로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까지 다이나믹한 라인업이 영화제를 풍성하게 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시드니에 초청된 <4등>의 정지우 감독 및 이항나 배우, <사도>와 <동주>의 이준익 감독은 한국영화제를 찾은 호주 현지인 및 교민들을 만나 깊이 있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눴다. 또한 라이브 종합 공연 <청춘의 십자로>는 시드니부터 캔버라, 뉴캐슬까지 총 3회에 걸친 공연을 통해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무대를 선보여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호주한국영화제의 시드니 섹션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야기를 되짚어 본다.
영화제 첫날인 8월 10일(수), 정지우 감독과 이항나 배우는 시드니 이벤트 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상영 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오프닝 행사에 참석해 영화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들을 전달했다. 정지우 감독은 “<4등>은 수영선수가 꿈인 아들과 엄마(이항나) 그리고 수영 코치(박희준)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 속 담겨있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사회를 담았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항나 배우는 “치열한 한국 경쟁사회에서 아이를 살려내야 한다는 모성애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또한 감독은 전반적으로 수영 코치의 체벌 장면 연출에 대해 당시 배우들부터 촬영 스텝까지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던 한 호주 관객은 “한국사회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아이를 보낸 학교에서 경험했던 터라 <4등>이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왔다”고 개인적 경험담과 소감을 나눴다.
8월 11일(목) 시드니, 12일(금) 캔버라, 13일(토) 뉴캐슬에서 선보인 <청춘의 십자로>는 가는 곳마다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현대의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 영화이자 공연일 수 있는 <청춘의 십자로>가 호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새로움과 독특함이었다. 1934년도에 제작된 영화 속 ‘경성’을 만나는 것도 새롭지만 당시 극장에서 목소리 하나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변사와 라이브 공연을 함께 보는 것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는 평이었다. 무성영화 음악 작곡가 필립 존스톤(Phillip Johnston)씨는 “공연에 관련된 필름 복원팀부터 변사, 라이브 연주자들, 배우들의 노력이 매우 돋보이는 공연”이라면서 “그 중 가장 돋보인 것은 재구성된 변사의 대사로, 아주 창의적이면서 재치가 넘친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캐슬에서 <청춘의 십자로>를 관람함 관객들은 현지 한국학교를 다니는 한국인 입양아 가족들이 함께 초대되어 생소할 수도 있는 한국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소중한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이준익 감독은 8월17일(수) <사도>와 18일(목) 폐막작 <동주>를 통해 한국 역사 중 비극과 아픔을 담은 두 작품을 선보였다. <사도>는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는 호주 관객들마저 조선왕조 500년 역사 중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으며 관객들은 이준익 감독과의 ‘Q&A’를 통해 연출 의도 및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질문했다. 흥미로운 소재로 여러 번 제작됐던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비극이야 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슬픈 비극은 우리에게 생생한 교훈과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폐막작 <동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280여명의 관객들에게 이준익 감독은 시인 윤동주를 인도의 비폭력 평화주의자 ‘간디’에 비유해 소개했다. <동주>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영화이지 단순히 일본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객들은 이밖에 독립영화 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이유, 흑백 촬영 이유, 캐스팅 비화와 실제 윤동주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까지 40분간 질문을 쏟아냈다. 한 노년의 여성 관객은 본인을 지난 2011년 시드니에서 별세한 윤동주 시인의 여동생 ‘윤혜원’의 친구라고 소개라며 <동주>를 관람하게 되어 감격스러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호주 시드니 방문은 처음이라는 이준익 감독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두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는 말로 영화제 관객들의 열기에 화답했다.
호주 한국영화제는 시드니에 이어 브리스번(8월23일-29일)과 멜번(9월1일-8일), 캔버라(9월3일-4일), 애들레이드(9월15일-18일), 그리고 퍼스(9월22일-25일)까지 총 34일간 호주 전역에서 이어진다.
영화 <사도>와 <동주>를 통해 한국의 비극적 역사와 주요 인물을 소개한 이준익 감독(왼쪽에서 네 번째)이 <사도> 상영에 앞서 관객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