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의회에서의 조지 브랜디스(George Brandis) 법무 장관. 강화된 대테러법과 관련, 그는 일부 항목에서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게 된 것이라는 녹색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지적을 묵살했다.
대(對) 테러법 상원 가결... 일부 의원들 ‘언론자유 침해’ 강력 제기
호주 정보기관인 ASIO(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가 테러 관련 조사에서 보다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정부가 IS(Islamic State) 지지 세력에 의한 테러공격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보안기관에 보다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호주 국가보안 관련 첫 번째 법안이 녹색당 및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 지난 주 목요일(25일) 상원 의회에서 가결됐다.
이 법안은 정보요원의 확인 사항에 대한 처벌을 10배로 확대해야 한다는 팔버연합당(Palmer United Party. PUP)의 개정동의 하에서 진행, 이 법안의 상원 통과는 이미 예견됐었다.
연방 법무부의 조지 브랜디스(George Brandis) 장관은 이번 법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지난 1979년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국가보안법을 업데이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브랜디스 장관은 지난 6월, 호주 국적의 자국민이 IS 조직에 가담해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알려지고, 더불어 호주 내에서의 테러 공격 위험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국가 정보기관인 ASIO와 해외 첩보기관인 ASIS(Australian Secret Intelligence Service)가 테러 관련 조사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랜디스 장관이 이미 밝힌 대로 이번 개정 법안은 호주 정보기관이 테러 관련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각 개인 컴퓨터나 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이는 호주인 개인 사항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개정 법안은 이와 함께 호주 국가안보 관련 비밀 정보를 폭로한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량을 크게 높였다.
브랜디스 장관은 새 보안법의 상원 가결에 대해 “오늘 우리가 확정한 것은 지금과 같은 위험한 시기에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기관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보다 강력한 권한과 능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녹색당, 언론 자유에
잠재적 영향 ‘우려’
장관은 이어 “강력한 권한이 보장되고 더불어 더욱 안전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결과를 끌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법안은 또한 △영장 절차 간소화 △정보기관 요원의 비밀 첩보활동에 대한 면책권 부여 △보안작전 중 제3자 또는 무혐의자에 대한 비밀 접근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첩보기관인 ASIS가 ASIO와 공조, 보다 자유로운 관리감독 하에서 해외 호주인에 대한 첩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 대해 녹색당은 특히 언론인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우려했다.
개정 법안에서 △형량을 크게 높인 것을 중심으로 진행된 수정 부분 △정보 폭로에 대한 새로운 벌칙 조항 삽입 △특수 기밀작전의 공개 등은 가장 큰 논쟁이 됐다.
녹색당의 크리스틴 밀른(Christine Milne) 대표를 비롯해 무소속의 닉 제노폰(Nick Xenophon) 의원은 주요 정보를 폭로한 이들에 대한 형량을 강화함으로써 기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한 내부 고발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밀른 대표는 이어 “이는 분명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이 법안을 제안한 자유-국민 연립은 물론 법안 지지를 밝힌 노동당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투쟁을 통해 쟁취한 언론의 자유를 멀리하고 이제 이를 포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의 스콧 루드람(Scott Ludlam) 의원 또한 “호주 언론은 정부의 첩보 활동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인의 전화 도청 또는 모하메드 하니프(Mohammed Haneef. 인도 출신의 의사로 테러를 방조한 혐의로 비자가 취소되어 호주를 떠났다) 사건을 계속해서 다룰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루드람 의원은 “언론이 다루는 보안사항을 잠재적인 불법 사항으로 만듦으로써 이 나라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가”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루드람 의원은 호주의 미디어 및 관련 기관들이 국가보안 위반에 대한 최대 5-10년의 형량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이 나라는 언론 자유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으며 나는 더 많은 것을 확인하고 싶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들(언론 관련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언론자유 통제’ 부인,
‘시효 한정 조항’ 거부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개정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새 법안은) 정보기관의 활동을 다루는 데 대한 문제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정황을 무시한 채 (정보기관의) 은밀한 작전을 폭로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닉 제노폰 의원은 공익 부문의 면책 조항을 삽입하기 위한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정 법안에 대한 상원 투표에서 제노폰 의원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잠재적 요소로 인해 이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그는 이어 “나는 이 법안의 좋은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언론 자유의 핵심이 파손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특별 조항은 협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자유민주당의 데이빗 레이온젬(David Leyonhjelm) 의원은 이 법안에 ‘시간의 제한’ 또는 ‘일몰 조항’(Sunset Clause. 법률이나 각종 규제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을 삽입할 것을 제안했다.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은 현재 국가안보와 언론자유 문제의 재조정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레이온젬 의원은 “하지만 이 같은(고조되는 테러 위협 등의)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시간 제한’ 또는 ‘일몰 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기했다.
하지만 브랜디스 장관은 이 법안에서 시간 제한 등은 불필요하다며 이 같은 제안을 일축했다.
장관은 “현 집권 정부는 임시 정권이 아니며 우리는 새 법안을 통해 ASIO의 권한 증대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녹색당은 이번 법안 투표에 앞서 정부의 안보 작전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서 기자가 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처해지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 집권당 편에 선 노동당은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자유-국민 연립 소속 및 노동당, 팔머연합당 그리고 ‘Motoring Enthusiasts Party’ 릭키 뮤어(Ricky Muir), 가족우선당(Family First Party)의 봅 데이(Bob Day) 의원 등 44명이다.
녹색당 소속 의원, 무소속의 닉 제노폰, 자유민주당의 데이빗 레이온젬, 민주노동당(Democratic Labour Party)의 존 마디건(John Madigan) 의원 등 반대는 12표였다.
상원에서 가결된 이번 법안은 최종 승인을 위해 하원 의회로 넘겨졌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