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온 백패커 여행자 스텔라(Stella)씨. 그녀는 시드니 여행에서 숙박비 대신 낡은 캠퍼밴을 구입, 숙박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첫날부터 주차위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그녀가 6찬 달러를 주고 구입했다는 캠퍼밴 내부(사진).
지역 주민들 불편 호소... 이너 시티 및 동부 해안지역 특히 심해
해외 백패커(backpacker) 여행자들이 시드니 이너 시티(inner city) 지역 공용 주차장을 점령, 밤을 지새면서 지역 주민 및 소규모 비즈니스 운영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ABC 방송은 지난 주 목요일(5일) 이너 시티 지역의 백패커 여행자들이 캠퍼밴(campervan. 캠프용 밴 차량)을 이용, 지역 공용 주차장 또는 주택가 거리에서 생활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도심 인근의 아난데일(Annandale) 소재, 바이센테니얼 파크(Bicentennial Park) 옆의 ‘The Crescent’ 거리 상에는 최근 몇 개월 사이 많게는 50~60대의 백패커 캠퍼밴들이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파크와 나란히 자리한, 채프먼 로드(Chapman Road) 옆의 페더럴 파크(Federal Park)는 특히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항시 수도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백패커들의 주요 숙박지(?)가 되고 있다.
캠퍼밴에서 밤을 보내는 이들 백패커 여행자들은 오히려 지역 비즈니스 업체의 조명과 알람 소리가 자신의 수면을 방해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백패커 여행자 스텔라(Stella)는 “우리 바로 뒤의 비즈니스 업체들은 밤마다 우리에게 조명을 비추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며칠 동안 자신의 캠퍼밴을 이곳에 세워둔 뒤 차 안에서 숙박을 하고 있다.
백패커 여행자들,
캠퍼밴 주차할 장소 너무 힘들어
백패커 여행자들은 도심의 제한적인 주차 규정으로 인해 캠퍼밴을 주차할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스텔라는 시드니 여행 첫날, 캠퍼밴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만났다.
그녀는 “첫날 밤, 우리는 공원 감시인(ranger)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면서 “그 시간이 아침 6시였는데, 여성 레인저는 캠퍼밴을 세우고 잠을 잘 수 없는 곳에서 잠을 잤다며 주차위반 벌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첫 밤을 보낸 곳은 왓슨스 베이(Watson's Bay)였다. 이에 대해 스텔라는 “그곳이 캠퍼밴을 주차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날 스텔라는 아난데일(Annandale)의 페더럴 파크(Federal Park)의 공용 주차장으로 갔다.
그녀는 이 지역의 거주민, 비즈니스들이 공용주차장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여행자들의 문제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ABC방송 취재진에게 “둘러보시라.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다른 캠퍼밴들을 가리켰다. 캠퍼밴 주본에는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걸려 있었다.
현재의 규정상 이 지역의 주차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 지역 비즈니스 오너인 마크 웨버(Mark Webber)씨는 카운슬에서 주차 제한을 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다수의 백패커 여행자 차량이 공용주차장 공간을 차지하다보니 우리 고객들은 주차할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어둠이 내려 그들이 여기 눕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곳은 그저 주차 공간이고 결국 우리(지역민 및 비즈니스들의)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텔라는 호주 여행에서 6천 달러를 들여 오래된 캠퍼밴을 구입했다. 그 비용으로 호주 여행 기간 동안 숙박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문제는 호주의 경우 백패커 여행자들이 차량을 이용해 숙박할 수 있는 공간, 즉 캠퍼밴을 세워둘 수 있는 무료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특히 큰 도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스텔라는 이어 “만약 당신이 해외여행에서 밴을 구입하는 데 비용을 지불했다면 호텔이나 다른 캠프사이트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다.
그녀의 말처럼 시드니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더욱 어렵게 됐다. 시드니 카운슬(City of Sydney)은 각 미디어에 보낸 성명을 통해 4월 초부터는 도심 전 지역의 주차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드니 동부 지역도
밀려드는 캠퍼밴으로 ‘골머리’
공원이나 공원 인근 주차장에 캠퍼밴을 세워 놓고 생활하는 여행자들의 문제는 비단 도심 이너 웨스트(inner-west)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드니 동부지역(eastern suburbs) 주민들은 백패커들이 공원 주차장 등에 캠퍼밴을 주차시켜 놓고 잠을 자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화장실이 없는 공원의 경우 공원 주변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는 문제로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드니 동부 타라마라(Tamarama)에서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 로빈슨(Chris Robinson)씨는 “백패커 여행자들이 바닷가 근처에 캠퍼밴을 세워놓고 잠을 자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이곳의 해변 인근에 공용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로빈슨씨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 앞에는 4개의 텐트가 있었고 6~7명 정도가 머물렀는데, 공용화장실이 없다보니 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이든
‘새로운 이웃’ 환영하지 않아
본다이(Bondi), 밀러 스트리트(Miller Street)에 거주하는 필립 조지(Phillip George)씨는 본다이 토박이 중 하나이다.
밀러 스트리트는 본다이의 상징이기도 한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불과 4블럭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이다. 조지씨 역시 백패커 여행들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가 볼 수 볼 수 있는 것은 해외 백패커 여행자들이 시드니에서 여행을 즐기는 동안 이용했다가 이 나라를 떠나면서 아무렇게나 버려둔 캠퍼밴 또는 일반 차량들”이라고 말했다.
조지씨는 “심지어 이들은 주차위반 벌금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주거지역 길거리에 캠퍼밴을 세워두고는 숙박을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여행 일정이 끝나면 차량마저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돌아간다는 것이다.
“1년 내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타올을 어깨에 걸친 채 해변에서 걸어나와 캠퍼밴 차량에 수건을 넣어놓는 모습”이라는 그는 “우리는 항상 새로 이사(?)오는 이들을 보게 되고 새 이웃(?)을 만난다”고 말했다.
조지씨는 이어 “지금 당신이 있는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당신 앞뒤에도 길거리에서 거주하는 이웃이 있다”고 덧붙였다.
타라마라 주민인 크리스 보웬씨는 이 지역의 웨이벌리 카운슬(Waverley Council)이 해변 지역에 백패커 여행자들이 밤을 보내도록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웨이벌리 카운슬 커뮤니티 서비스 담당자인 캐시 핸더슨(Cathy Henderson)씨는 이 같은 주민들의 불평에 대해 “이는 레인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들이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할 경우 레인저가 이들을 나가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핸더슨씨는 이 해변 지역에 “적절한 시설(공용화장실 등)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