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의 대테러 활동이 강화된 가운데 호주 전역 국제공항에서 국경수비대테러부대에 의해 입국 또는 출국이 저지되는 테러리스트 위험인물은 하루 평균 40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제공항서 하루 평균 400명 이상 출국 막아...
호주의 대테러 부대가 하루 평균 405명 이상에 달하는 잠재 지하디스트(Jihadist)의 출국을 저지하고 있다고 금주 월요일(1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지난해 호주 보안당국의 대테러 활동이 강화된 가운데 최근 설립된 ‘국경수비대테러부대’(Border Force Counter-Terrorism Unit. 이하 ‘대테러 전담반’)의 국제공항 활동은 지난해 대테러 관련 법안 발효 이후 논란이 되어온 정부의 여권취소, 강제 여행금지 등에 대한 지나친 공권력 논란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테러 전담반은 호주 전역 8개 국제공항에 배치,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 사이 해외로 출국하려는 여행자 중 의심 되는 75,906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고 피터 더튼 이민부 장관이 밝혔다.
대테러 전담반의 전문가들은 무작위로 여행자들을 선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의심 가는 여행자에게 국가보안에 위험이 될 만한 부분을 밝혀내고자 일련의 질문을 던지는 등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 이민부 대변인은 지난 7개월 사이(2014년 8월부터 올 2월 사이) 대테러 전담반이 조사한 75,906명의 여행자와 실제 중동 지역 테러리스트 그룹에 합류한 이들의 수치에 대한 비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민부 대변인은 “대테러 전담반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후 국가 보안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의 출국을 성공적으로 저지해 왔다”고만 말했다.
지난 해 8월부터 시작된 이후 초기 수많은 여행자들에 대한 출국 저지 결과는 여행자 개개인의 전화기 상에 저장되어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내용, 감시 하에 있는 장소로의 여행자, 수하물 도착지와 여행국 입국 비자가 불일치한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른 것이며, 이런 케이스는 지금도 대테러 전담반에 의해 출국이 저지되는 사례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출국이 저지된 이들은 합법적인 여행자임에도 잘못된 프로파일과 감시 리스트에 올라간 이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호주 이슬람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브라힘 아부 모함마드(Ibrahim Abu Mohammad) 박사는 대테러 전담반의 이 같은 출국저지 기준에 대해 “지극히 비전문적이며 프로파일된 것 같지만 무작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슬람 성직자인 셰이드 알슐레이만씨는 무슬림 그룹을 이끌고 메카 성지 순례 여행을 떠나려다가 시드니 공항에서 2시간 이상 대테러 전담반에 억류돼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이 때문에 계획했던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일도 있다.
정보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대테러 전담반을 국제공항에 배치한 첫 3주, 이들은 시드니와 멜번 국제공항에서 최소 11명의 테러 용의자를 저지했으며, 3개의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물체를 압수했다. 대테러 전담반은 11명 가운데 호주로 들어오려던 말레이시아 남성 한 명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수십 명의 여행객을 테러 용의자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아울러 두 남성은 신고하지 않은 수만 달러와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 자료들을 소지한 혐의로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다.
페어팩스 미디어에 따르면 대테러 전담반은 중동 분쟁지역으로 가는 항공기 탑승을 시도한 인물을 기소하기도 했지만 기소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달 초 시드니 공항에서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입국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16, 17세 두 청소년의 경우 대테러 전담반은 이들의 출국을 저지한 뒤 부모에게 인계한 바 있다(본지 1134호 보도).
이슬람 설교자인 모함메드 주나이드 손(Mohammed Junaid Thorne)씨는 지난 9일 시드니에서 퍼스(Perth)로 가는 국내선 항공편에 탑승하려다 항공기 탑승 게이트 앞에서 저지당했다. 그는 당시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이후 출발 항공편을 이용해야 했다.
그는 대테러 반에서 저지당한 이 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는 이슬람 커뮤니티를 자극하기도 했다.
무슬림 단체인 ‘호주 아랍카운슬’(Australian Arabic Council) 설립자인 조셉 와킴(Joseph Wakim)씨는 “순수한 무슬림들은 공항 등에서 신문을 당하거나 불편을 겪는 일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아랍어 사용을 피하기도 한다”면서 “대테러 전담반이 ‘레이셜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 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많은 무슬림들은 아랍계라는 외모 때문에 자신이 심문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수비대테러부대’는 현재 호주 전역 8개의 국제공항에 배치되어 있으며 4년간 5천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 80명의 특별 전담요원을 추가로 고용한 상태이다. 이들은 호주 정부가 가결시킨 강력한 대테러 관련법에 따라 호주로 입국하거나 해외로 출국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및 심문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호주는 대테러 전담반 운영을 통해 중동의 분쟁지역으로 가려는 수 명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저지시켰고 이들의 여권을 취소했다.
하지만 찰스 스터트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의 대테러 전문가인 닉 오브라이언(Nick O'Brien) 교수는 “시민권자를 무국적자로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지하디스트를 호주로 다시 돌아올 수 없게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방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이후 지하디스트 위험 인물로 판단되는 호주인 100명 이상의 여권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