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한글, 한글과 디자인’ 전시 개막식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시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지(韓紙) 등불이 남반구의 봄바람에 흔들렸다.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원장 장진상)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역에서 개최되는 ‘박물관의 밤(La noche de los museos)’ 행사에 참여해 문화원을 야간 개방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약 4500 명의 관람객들이 한국 문화의 밤을 만끽(滿喫)했다.
소원등불 아래는 각각의 소망을 담은 한지들이 나풀댔다. “보카 주니어스(축구팀)가 2부 리그로 떨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부터 “내년에는 꼭 한국 여행을 갈 수 있길, 저금이 관건”, “취업이 간절”, “다시금 내 고향 콜롬비아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우리 아들 무럭무럭 키가 많이 컸으면”, “평생의 반쪽을 만날 수 있길” 등등의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박물관의 밤은 1997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120여 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평일에 문화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문화 향수 기회의 확대를 위해 시내 주요 문화공간들이 함께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늦은 밤까지 무료 문화강좌, 전시회, 연주회 등 여러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2004년부터 ‘박물관의 밤’이 열렸고, 올해는 230여 개의 박물관과 문화 공간이 함께 했다. 지난 2009년부터 행사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서는 빛 초롱 소원 등불, 한글 이름 쓰기 행사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는 연방 교육체육부 합창단 공연과 사물놀이 누리패 공연 및 아르헨티나 대표 K-서포터즈 ‘한류친구’와 함께 하는 K-팝 디스코텍, 한글 서예교실, 한글 디자인 전시 ‘디자인과 한글, 한글과 디자인’. 한복 포토존 ‘한국, 우리의 이야기(Korea, our stories)’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문화원 야외마당에서는 아르헨티나 연방 교육체육부 합창단(Coro de Cámara del Ministerio de Educación y Deportes de la Nación) 소속 27명이 ‘아리랑’을 제창하며 무대를 열었다.
합창단 감독 페데리코 네이마르크(Federico Neimark)는 “오늘 처음으로 아리랑 공연을 선보인다. 한국 분들도 많이 계신데, 발음이 어설프게 들릴까 조금은 걱정스럽다”라면서, “가사는 많이 낯설었지만, 보편적인 아리랑의 멜로디와 우리 정서(情緖)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금방 익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합창단은 아르헨티나 민요와 동요 등을 재치 있게 해석해 관람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장진상 문화원장은 개막 인사를 통해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은 8회째 참여하는 올해는 ‘디자인과 한글, 한글과 디자인’전시회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 건축디자인 학과 안드레아 교수의 한글 디자인 작품들을 공개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전시를 통해 한국문화에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친선협회(AACC)의 회원이기도 한 안드레아 아로사 교수는 “한글은 점과 수평선, 수직선, 사선과 곡선이라는 조형의 기본 5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아름다운 문자다. 그 형상은 시간의 연속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 순간을 반영하기도 한다. ‘문자 그 이상의 문자’ 한글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날 밤 한인 동포들로 구성된 풍물놀이단 누리패(단장 김준환)가 흥겨운 우리 가락을 울려 관객들의 흥을 돋궜다. 문화원 야외마당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치며 장단을 맞추는가 하며, 춤을 추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방문객은 “아르헨티나 중·고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타악 극단(현지어 Murga: 무르가) 활동을 많이 한다. 거리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타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두가 여기에 익숙한 편인데 한국의 사물놀이는 바람, 비, 천둥 번개, 구름 등을 상징한다니 그 스토리텔링이 참 재미나고 색다른 흥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역시 K-팝 디스코텍이었다. 감각 있는 선곡(選曲)으로 방문객들의 어깨춤을 이끌어 낸 일일 DJ는 바로, ‘한류친구’의 멤버들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표 K-컬쳐 서포터즈로 활약 중인 한류친구의 멤버 막달레나 산티아고(Magdalena Santiago)는 “K-팝을 좋아하는 한류 팬들은 늘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이 한국 문화에 더욱 개방적인 것 같다. 지금은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을만큼 한류가 보편화 됐다”고 전했다.
한글 이름 쓰기와 한글 서예교실도 큰 사랑을 받았다. “기쁨”, “사랑” 등의 단어를 한글로 써보는 체험을 한 방문객들은 조금은 서투르지만, 한 획 한 획 정성을 담는 모습을 보였다.
한글 서예(書藝)교실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한 세종학당 학생 아고스티나 모르헨스턴(Agostina Morgenstern)은 “이미 많은 방문객들이 한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었다는 게 참 놀라웠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 나라와 전혀 다른 문자 체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강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장진상 원장은 “올해는 관람객은 지난해(2500 명)에 비해, 약 80%가 증가했다. 연례행사 중 가장 많은 현지인들이 문화원을 찾고,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중요한 날이 됐다”며,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더욱 다각화하여 보다 새로운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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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한-아르헨 국제문화교류 포럼 (2016.6.19.)
예술가 레지던시 활용 등 문화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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