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암페타민을 가방에 숨겨 출국하려다 광저우(Guangzhou)에서 체포된 호주인(뉴질랜드 이중국적자) 피터 가드너(Peter Gardner)씨가 심리를 위해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30킬로그램 메타암페타민 운반 시도, 사형선고 받을 수도

최근 마약밀매 사범 ‘발리나인’의 두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을 단행한 인도네시아 이상으로 마약사범에 엄격한 법 적용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 호주인 남성이 메타암페타민(methamphetamine)을 운반하려다 적발, 사형에 직면할 수 있다고 호주 언론들이 지난 주 금요일(8일) 보도했다.

지난 4월29일 ‘발리나인’ 두 남성이 인도네시아에서 총살형을 당한 데 이어 한 주 전인 1일(금)에는 지난 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 메타암페타민을 소지한 채 콸라룸푸르에서 출국하려다 체포돼 법정에 선 여성이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 터여서 호주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남성은 법정에서 자신이 운반하려던 약물이 단지 스포츠 게임에서 사용되는 경기력 향상 펩타이드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광저우(Guangzhou) 시 법정에서 호주 남성 피터 가드너(Peter Gardner. 26)씨는 “시드니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가방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며, 그것이 국제마약 밀매조직인 줄 모르고 속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지난 주 목요일(7일), 밝은 회색 정장 차림에 수갑을 차고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에 선 가드너씨는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태어나 지난 18년 동안 호주에서 거주해온 가드너씨는 시드니 지역 럭비 및 보디빌딩계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것은 1만3천 달러를 주고 구입한 다양한 종류의 펩타이드와 선탠제품으로 이는 호주에서도 대중화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가드너씨는 지난해 11월 여행 동반자인 칼린다 데이비스(Kalynda Davis)씨와 함께 중국 광저우에서 시드니로 가는 중국 남방항공(China Southern flight)에 탑승하려다 중국 세관원에 의해 체포됐다. 세관은 이들이 소지한 가방 안에서 ‘아이스’(ice)로 알려진 30킬로그램의 메타암페타민을 찾아냈다. 이는 호주 길거리 판매 금액으로 약 1천800만 달러 상당에 이르는 것이며, 공항에서 적발한 불법 마약 가운데 단일 운반 규모로는 가장 큰 양이다.

그는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펩타이드였어야 했다”면서 세관 직원에 의해 가방 안에서 나온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무섭고 끔찍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중급인민법정은 이들의 불법마약이 여행용 가방 내부 두 개의 공간에 들어 있었으며, 이들이 탑승시간에 맞춰 호텔을 떠나기 직전 두 명의 중국인이 이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들었다.

여행용 대형 트렁크 안의 두 공간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으며, 이 때문에 그는 이 부분을 체크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해 9월에도 광저우에서 같은 방법으로 펩타이드를 가져왔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중국 검찰은 “가드너씨가 본인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물건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검찰은 이 약물이 발견된 가방에서 가드너씨의 DNA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드너씨의 변호사인 리차드 장(Richard Zhang)씨는 “이 증거는 세관 직원들에 의해 묻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가드너씨가 호텔에서 가방을 받는 장면이 들어 있는 호텔 보안영상도 공개됐다.

하지만 가드너씨는 여전히 가방 안에 펩타이드가 들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메타암페타민이 들어 있던 여행용 가방에 대한 책임은 그 가방을 가져온 여행 친구 데이비스씨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미 데이비스씨가 불법 마약과 연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를 석방한 상태이다.

이날 중급인민법원 심리에서는 가드너씨의 부모를 비롯해 뉴질랜드 영사관 직원들이 참석했다. 가드너씨는 호주 및 뉴질랜드 이중국적자로 알려져 있다. 가드너씨는 중국 여행에서 뉴질랜드 여권을 사용했다.

당국은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가드너씨 또한 광저우에서 심각한 마약사범으로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는 일단의 호주인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광저우는 광둥성의 성도(省都)이자 화남(華南) 지방 최대의 무역도시이면서 또한 국제 마약조직들이 선호하는 합성마약 제조지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 검찰은 호주인 마약사범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인 애들레이드(Adelaide) 기수 앤서니 바니스터(Anthony Bannister)에 대해 사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3킬로그램의 메타암페타민을 소지하고 중국으로 입국하려다 적발, 체포됐으며 오는 10월 최종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바니스터 외 다른 8명의 호주인 역시 심각한 마약사범으로 체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또한 마약에 대해 엄격한 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50그램 이상의 헤로인이나 메타암페타민을 소지하다 적발될 경우 사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