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2월 주류판매 시간을 제한한 새 음주법(Lockout Laws) 시행 이후 킹스크로스(Kings Cross)를 비롯한 도심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유명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사진은 달링허스트(Darlinghurst) 소재 익스체인지 호텔(Exchange Hotel)에 자리한 ‘스펙트럼 바’(The Spectrum bar).
매출감소 따른 경영상 문제... 폐쇄 또는 업종 변경 줄이어
NSW 정부의 ‘Lockout laws’ 리뷰, 내년 2월 예정
NSW 주 정부가 시드니 지역 음주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2014년 2월부터 시행한 ‘새 음주법’(Lockout laws) 시행 이후 킹스크로스(Kings Cross) 지역 등의 야간업소들이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토로한 가운데 시드니 도심 유명 야간 여흥업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금요일(1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이 업소뿐 아니라 시드니 도심의 다른 유명 업소들도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새벽 1시30분 출입을 금지’하는 새 음주법이 알코올 관련 폭력 건수를 줄였지만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크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달링허스트(Darlinghurst) 소재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 상에 있는 100년 역사의 ‘익스체인지 호텔’(Exchange Hotel)에는 지하의 ‘피닉스’(Phoenix), 라이브 뮤직 바인 ‘스펙트럼’(Spectrum), 위층의 ‘큐-바’(Q-Bar) 등 6개의 여흥업소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은 ‘Hot Damn and Girl Thing’처럼 잘 알려진 파티 장소이기도 하다.
이 호텔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후 이 업소들은 8월까지 장소를 옮겨야 한다.하지만 이 업소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장소를 옮기더라도 업종을 바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BRE 호텔’의 다니엘 드레기스비치(Daniel Dragicevich) 판매담당 이사에 따르면 새 음주법이 시행된 이후 익스체인지 호텔처럼 여러 나이트클럽들이 한 자리에 있는 건물은 투자자들로부터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드레기스비치 이사는 익스체인지 호텔을 매입한 새 주인이 이 호텔 건물에 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만 주류 판매 라이센스와 접대업소 형태는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 지하 역시 작은 바(bar)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판매 허가를 갖고 10년 전 익스체인지 호텔에서 여흥업소 문을 열었던 벤 영(Ben Young)씨는 새 음주법 시행 이후 현저하게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소의 문을 닫기로 한 것은 단지 이 때문만이 아니라는 그는 “건물 주인이 이런 여흥업소에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근래 몇 주 사이, 여러 개의 야간업소들이 ‘음주법’으로 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업소의 문을 닫았다.
달링하버(Darling Harbour) 소재 ‘라틴 레스토랑’(Latin restaurant)과 나이트클럽 ‘라 시타’(La Cita)는 지난 6월25일 사업체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 두 업소 소유주인 아베 마피(Abe Mafi)씨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매주 1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해 왔다고 말했다.
이 사업체 정리를 맡은 앤서니 워너(Anthony Warner)씨는 “업소의 매출이 상당히 침체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재정감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업소를 폐쇄하게 된 이유는 이런 매출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때문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킹스크로스 소재의 잘 알려진 나이트클럽 ‘소호’(Soho) 또한 지난 달 문을 닫았다. 이 클럽 소유주였던 앤드류 라자루스(Andrew Lazarus)씨는 클럽이 문을 닫은 요인으로 ‘새 음주법’을 강하게 비난했다.
비단 소호 나이트클럽뿐 아니라 지난 해 2월 새 음주법이 시행된 이후 킹스크로스 지역의 여러 유명 업소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뱅크 호텔’(Bank Hotel), ‘트레이드마크 호텔’(Trademark Hotel), ‘백룸’(Backroom)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업소들은 운영 주인이 바뀌거나 업종 자체를 변경하기도 했다. 유명 클럽이었던 ‘부르봉’(The Bourbon)은 부동산 개발업자에 팔렸다.
달링허스트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 지역의 유명 업소들이 입주해 있던 ‘플리더스 호텔’(Flinders Hotel)은 지난 1월 문을 닫았으며, 그외 많은 업소들이 최소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시드니 도심 북부 지역 여흥업소 협회인 ‘City North Liquor Accord’의 제임스 스티븐슨(James Stevenson) 회장은 “새 음주법이 시행된 이후 노던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지역의 야간업소 매출은 25%가 줄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 회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주말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밤 여흥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의 동료인 킹스크로스의 야간업소 운영자 더그 그랜드(Doug Grand)씨는 “새 음주법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렸으며, 투자자들의 재투자를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결국 도시 자체의 매력을 잃게 만들었다”면서 “국제적 도시로서의 시드니의 명성에 손실을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음주법 도입은 지난 2012년 킹스크로스 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으로부터 기습적인 ‘one-punch’ 폭력으로 토마스 켈리(Thomas Kelly)와 다니엘 크리스티(Daniel Christie)가 목숨을 잃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NSW 주 정부는 시드니 도심 유흥지구에서의 음주폭력을 근절한다는 취지로 야간업소의 영업시간을 조정, 오전 1시30분부터는 새로운 손님을 업소에 들이지 못하게 하고 오전 3시에는 문을 닫도록 했으며, 주류판매점(Liquor shop)의 영업시간도 밤 11시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의 새 음주법을 시행했다.
NSW 주 트로이 그란트(Troy Grant) 부수상실 대변인은 최근 범죄 관련 통계를 언급하면서 “알코올 관련 폭행 범죄가 킹스크로스 지역에서 32%, 시드니 CBD 지역에서 26% 줄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새 음주법은 폭행 위험 없이 야간의 여흥을 즐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지역사회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주 정부가 예정하고 있는, 새 음주법에 대한 재검토는 오는 2016년 2월에 이루어지며 해당 지역의 사업체들이 받은 영향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새 음주법 시행 이후 많은 여흥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고 일부는 매출감소에 따른 경영 문제로 문을 닫은 반면, 새로 오픈하는 업소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큘라키(Circular Quay) 인근 ‘인터네셔널 호텔’(Intercontinental Hotel) 꼭대기층에 자리한 ‘슈퍼 클럽’(The Supper Club)은 상류층을 위한 고급 바(bar)라는 개념으로 지난 달 문을 열었다. 이 바는 호텔 직영으로 새 음주법의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7년 전 문을 닫았던 밀러 포인트(Millers Point) 소재 파라다이스 호텔(Palisade Hotel)도 새로이 단장하고 재오픈했다. 다만 이 호텔은 새 음주법의 적용을 받는다.
시드니상공회의소(Sydney Business Chamber)의 패트리샤 포사이드(Patricia Forsythe) 회장은 “여흥업계의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됐다”며 “이는 모두 새 음주법 시행이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야간의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사이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방침과 업계의 요구가 적절하게 균형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