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애보트(Tont Abbott) 정부가 들어선 이후 700일 동안 현 연방 정부가 추진한 법안의 가결 건수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캔버라(Canberra) 국회의사당.
‘페어팩스 미디어’, 취임 700일간의 법안 처리 분석
지난 1960년대 이후의 연방 정부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2013년 애보트(Tony Abbott) 정부가 들어선 뒤 700일의 임기 동안 처리된 법안은 지난 반세기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금주 월요일(2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 연방 내각의 법안 처리를 분석한 결과, 애보트 정권 700일 동안 정부가 상정하여 총독(Governor-General)의 승인이 이루어진 법안은 총 262건이었다.
이는 1968년 취임해 259건의 법안을 처리한 자유당 존 고튼(John Gorton) 수상 집권 이래 가장 적은 수치이다.
같은 기간, 노동당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정부에서 329건의 법안이 처리됐고 케빈 러드(Kevin Rudd) 수상 당시 397건이, 러드 이전의 존 하워드 자유당 정부에서는 292건의 법안이 가결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호주 연방 정부에서 집권당이 과반수 이상의 상원 의석을 차지했던 정부는 노동당 벤 치플리(Ben Chifley) 정부와 자유당 말콤 프레이저(Malcolm Fraser) 정부뿐이었다.
상원에서의 법안 처리 건수뿐 아니라 애보트 정부가 들어선 이래 하원에서 입안된 법안 건수 역시 가장 적은 수치였다.
길라드 정부 당시 480건의 법안이 상정된 데 비해 중복 법안을 제외하고 애보트 정부 700일 동안 하원에서 발의된 법안은 365건으로 크게 비교됐다.
케빈 러드 및 줄리아 길라드 정부에 이어 현 애보트 수상에 이르기까지 상원의원으로 가까이서 이들 정권의 정책을 지켜봐 온 무소속의 닉 제노폰(Nick Xenophon) 의원은 길라드 정부가 (역대 정권의) 평균치보다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진 반면 현 자유-국민 연립 정부의 정책 추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고 진단하면서 “정책 마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일부 의원들도 하원은 입법안 부족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과 지적을 희석시키고자 최근 사망한 알비 슐츠(Alby Schultz)에 대한 이야기, 또는 갈리폴리 상륙 100주년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법안은 소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하원에서 발의를 결정하게 되지만 소위원회는 주요한 현안들을 방치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연립 정부가 추진하는 차일드케어 개혁안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연립 정부는 올해 가족에 초점을 둔 복지 정책을 계획했지만 이 개혁안은 현 정부의 주요 의제에서 누락된 상태이다.
2016년부터 보육교사의 새로운 운영을 도입하고 2017년부터 2017년부터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차일드케어 개혁 방안은 의회의 겨울 휴회 이전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복지 서비스 장관은 상원 의원들과 여전히 변경안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야당의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는 “(연립 정권의) 내분으로 (기능이) 마비된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에릭 아벳츠(Eric Abetz) 연방 상원의장실 대변인은 “법안 통과 수치를 기반으로 한 현 정부의 업무에 대한 분석은 적절한 비교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현 정부가 들어서고 1년여 가량 노동당과 녹색당은 지속적으로 상원에 상정된 법안을 차단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보트 집권 이후 새로운 상원의회가 구성된 이래 의회는 탄소세와 광산세 철폐, 호주 국경 수비, 노동당 러드 및 길라드 정부에서 이어진 경제불안 해소 등을 포한한 주요 법안을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한 자유당 하워드(John Howard) 임기 중반 동안 상원은 정부 법안을 처리하는 데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상원 의석이 득표에 의해 결정되고 소수정당 및 무소속 의원 수가 많아지면서 법안 가결 건수는 40%가량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런 한편 현 연방 내각의 고위 의원은 페어팩스 미디어의 분석 결과를 부인하면서
“내각에서의 논의와 당내 평의원위원회 설득 과정에서 논란이 많아 애보트 정부 하에서 우리가 추진하려던 정책과 법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발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